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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촌 Jul 30. 2024

Love & Free

#1 프롤로그

오월의 마지막날이다


T의 오후 수업이 취소된 날인데 하필이면 회사도 점심쯤 끝이 난다


오늘은 꼭 짐을 빼라는 하늘의 뜻인가




집으로 돌아온 그는 샤워를 한 후 점심을 먹는다

그리곤 낮잠을 잔다


T의 피곤함이 극에 달했다

요 며칠 그는 잠도 편히 자지 못했다

관리받지 못한 그의 왼쪽 눈이 이제는 심각하게 부었다

올해 초 살인적인 스케줄에서 부었던 오른쪽 눈의 경험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지만

되돌아봐도 이렇게 부은 눈이 시야에서 어렴풋이 보이진 않았던 것 같다


낮잠을 자고 난 뒤 그는 무언가에 쫓기듯 짐을 정리한다

며칠 전 짐을 정리하기로 결정했기에 우선 그의 짐들은 당분간 집 창고에 넣어두기로 했다

그러려면 창고에 짐부터 빼야 한다


거실에는 창고에 짐과 그의 옷들이 산더미를 이루었다

아무 상황도 모르는 고양이들은 가득 쌓인 짐들이 재미있는 장애물인 양 짐들 사이로 요리조리 신이 나서 달린다


마치 어릴 적 그를 보는 것 같아 T의 마음이 짠해진다



짐정리는 자정이 되어서야 얼추 끝이 났다


5년을 함께한 공간

5년을 함께한 가족

지난 크리스마스의 결혼 약속과 오늘의 헤어짐까지


T는 반나절만에 짐이 정리가 된 게 다행이면서도 야속하다


그래

오히려 잘됐지 뭐


원하던 여행도 하고

밀렸던 글도 주구장창 쓸 거야


이거 내가 원했던 거잖아

소리 질러


플레이리스트에선 기다린 만큼 더라는 노래가 T의 기분을 어루만져 주지만

눈치 없는 고양이들은 밥을 달라고 아우성이다



근데

우리 고양이들 어떡하지


T의 가슴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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