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오늘 갑자기 쌩뚱맞지만 학수고대 하던 레몬씨 발아에 성공하여 시를 한편 지어봤습니다.
그냥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적이 아니고서야
몇개의 레몬씨를 배양토 깊숙히 묻었다.
배양토를 꾹꾹 눌렀다.
레몬씨는 답답할것이다.
수많은 흙과 모래들이 자기를 짓누르니 말이다.
그것도 모자라 배양토 위엔 제법 입자가 큰 자갈을 더 깔아주었다.
레몬씨는 엎친데 덥친격으로 힘들것이다.
흙과 모래도 모자라 자갈이 또 자신을 짓누르니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한줌의 햇빛.
한줌의 물.
그리고 제일 중요한 한줌의 기다림.
그저 기다림.
기다림속에 기대.
기다림속에 걱정.
기다림속의 희망.
기다림속의 체념.
어느날 작고 가녀린 새싹이 흙과 모래를 비집고 나와 자갈사이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아, 이것이야 말로 위대한 생명의 탄생인가.
나도 그렇게 태어났던가.
내가 레몬 새싹의 탄생을 보고 환하게 미소지었듯.
누군가도 나의 탄생에 환하게 미소지었는가.
자기 몸무게의 수백배, 수천배 어쩌면 수만배의
흙과 모래 자갈을 뚫고 올라온 새싹.
기적이 아니고서야.
그 조그맣던 내가 수백일, 수천일 수만일의 세월을 뚫고 이렇게 살아왔구나.
기적이 아니고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