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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무군 Dec 08. 2024

빨간 두건

학생과 사냥꾼

  그로부터 며칠 후 할머니의 아들과 며느리는 약속일이 지났는데도 오기로 한 할머니가 아무런 기별도 없이 오지 않자 이상하게 여겨 학교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운동하고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온 딸 빨간 두건에게 할머니 집에 가보라고 하였다. 빨간 두건의 아버지가 딸에게 말했다. 

  “약속일이 지났는데도 어머니께서 오시지를 않는구나. 마음 같아서는 우리가 어머니 집에 가고 싶지만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우리가 가기는 힘들구나. 어린 너를 보내서 미안하다만 네가 할머니 집에 갔다와주렴.”

  “알았어요. 아빠.”

  빨간 두건의 어머니도 빨간 두건에게 말했다. 

  “떠돌이 웨어울프가 목격된다는 소문이 들리는 이런 시기에 너 같은 여자아이 혼자서 먼 길을 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단다. 그러니 우리가 너에게 사냥꾼 선생님을 붙여줄 테니 그분과 꼭 같이 다니렴. 또 너에게도 호신용 무기를 줄 테니 절대로 잃어버리면 안 된단다! 무슨 일이 있으면 무기를 이용해 스스로를 지키려무나.”

  “네 엄마.”

  빨간 두건의 나라는 성적으로 성숙하고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각종 스포츠가 발달해 남자들은 물론이고 여자들도 남자들에 버금가는 신체를 단련하고 여성들에게도 예외 없이 군사훈련과 체력훈련을 제공한다. 그래서 빨간 두건의 나라 사람들은 건강한 미인들이다. 교육기관에서는 학생들에게 학문은 물론이고 운동도 열심히 시키고 가르쳐서 학생들에게 신체 단련을 시킨다. 빨간 두건은 학교에서 체력훈련을 받고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고 하교한 것이다. 

  하교하고 부모님께 할머니를 찾아줄 것을 부탁받은 빨간 두건은 먼저 몸을 씻었다. 옷을 다 벗은 빨간 두건은 운동하느라 땀에 흠뻑 젖은 자기 알몸에 물을 끼얹으며 자기 여체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씻고 자기 방에서 전신거울을 보며 자기 나체를 수건으로 닦았다. 

  “푸우~ 시원하다!”

  그때 빨간 두건의 부모님이 부른 사냥꾼이 집에 왔고 페플로스를 걸친 빨간 두건은 부모님과 함께 사냥꾼과 인사를 했다. 사냥꾼은 페플로스를 입은 젊은 여자였다. 사냥꾼이 빨간 두건에게 말했다. 

  “학생, 반가워~ 나는 너의 부모님께서 고용한 사냥꾼이란다. 예전에는 전쟁터에서 웨어울프를 때려잡던 군인이었지만 지금은 사냥꾼 일을 하고 있단다. 네가 무사히 다녀올 수 있도록 너와 같이 다닐 거란다.”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빨간 두건은 부모님으로부터 무기를 받고 사냥꾼과 함께 집을 나섰다. 빨간 두건 역시 아무런 연락도 없이 약속일에 오지 않는 할머니가 걱정되었던 터라 할머니 집으로 가는 길을 서둘렀다. 

  ‘제발 할머니께 아무런 일도 없기를...’

  빨간 두건과 사냥꾼은 길을 가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참 혈기왕성하고 호기심이 많을 사춘기 청소년 빨간 두건은 사냥꾼에게 여러 질문을 했다. 

  “선생님. 선생님은 원래 군인이었다면서요? 그럼 웨어울프들을 많이 잡으셨나요?”

  사냥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하하하! 물론이지! 나는 13살에 군대에 들어가서 웨어울프들을 많이 잡아서 공도 많이 세웠고 상도 많이 받았단다.”

  빨간 두건은 눈을 빛내며 다시 물었다. 

  “우와~ 그렇군요! 웨어울프라는 것들이 정말 그렇게 강한가요?”

  “그럼, 그럼! 괜히 그들이 옛날에 천하를 호령하며 우리 인간들을 지배했겠니? 그들은 정말 강하고 용맹하고 잔인하며 호전적이며 전쟁에 환장한 전쟁광들이란다. 나도 군인일 때 웨어울프들과 싸우면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던 적이 많았지.”

  빨간 두건은 갸우뚱하더니 사냥꾼에게 물었다. 

  “그렇게 강한데도 결국 우리에게 패배했네요?”

  사냥꾼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렇지, 그래서 지금은 그들의 세력이 많이 약해졌지. 덕분에 지금은 우리가 이렇게 자유와 독립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거고.”

  “그럼 우리가 그들보다 더욱 강한 거네요? 우리가 그들을 물리쳤으니까요!”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후후...”

  그렇게 말하면서 빨간 두건과 사냥꾼은 할머니의 집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빨간 두건과 사냥꾼은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할머니... 무슨 일 있으신가요? 몸이 편찮으시면 그렇다고 연락이라도 주시지... 아무 말씀도 없이 약속을 어길 분이 아닌데...’

  빨간 두건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빠르게 걸었고 사냥꾼도 빠르게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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