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울프 사냥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길을 서두른 빨간 두건과 사냥꾼은 며칠 후 한밤중에 할머니의 집 앞에 도착했다. 빨간 두건은 문을 쾅쾅 두드리며 큰소리로 외쳤다.
“할머니! 저 왔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할머니!”
밤중에 이렇게 큰소리로 문을 두드리는 것이 실례라는 것은 알지만 할머니가 너무 걱정되어 다급한 손녀는 계속해서 큰소리로 할머니를 부르며 문을 두드렸다.
“할머니! 저에요! 어서 문 열어주세요!”
“뭐... 뭐야?”
침대에 누워있던 웨어울프는 깜짝 놀라며 크게 당황했다. 설마 누가 이렇게 빨리 할머니의 집에 찾아올지 몰랐다.
‘이렇게나 빨리 누가 찾아오다니... 이를 어쩐다?’
“할머니! 무슨 일 있으신 거예요? 왜 그동안 아무 연락도 없으신 거예요? 문 좀 열어주세요! 할머니! 할머니!”
웨어울프는 고민했다. 계속 아무도 없는 척을 할 것인지 아니면 일단 문을 열고 손녀를 들어오게 할 것인지 생각했다. 생각을 마친 웨어울프는 손녀를 일단 집안에 들어오게 하기로 했다. 손녀가 저렇게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것을 보니 계속 아무도 없는 척하다가 손녀가 주변의 인간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 같았고 손녀가 부른 인간들이 떼로 집에 들어온다면 은 폭탄으로 인한 부상 때문에 제대로 싸울 수가 없는 웨어울프에게는 정말 큰 일이었다.
‘어쩔 수 없다! 저 녀석의 행동을 보아하니 계속 없는 척을 하면 기어이 주변 인간들을 불러들일 것 같군! 지금 이 상태로 많은 수의 인간들을 상대할 수는 없어! 저 녀석과 같이 온 일행은 없는 것 같으니 일단 저 녀석을 조용히 처리해야겠다.’
웨어울프는 천으로 얼굴을 가린 다음 최대한 할머니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문밖에 있는 손녀에게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라 얘야~ 곧 나갈게.”
“할머니! 무사하신 거예요?”
그러나 빨간 두건은 할머니의 목소리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 할머니의 목소리가 뭔가 이상한데?’
웨어울프는 문을 열었고 두 팔을 벌리며 빨간 두건에게 말했다.
“어이구 우리 예쁜 손녀! 무슨 일이니? 한밤중에 이렇게 시끄럽게 이 할머니를 찾고?”
“아... 할머니께서 아무런 연락도 없이 약속일에 우리 집에 안 오셨잖아요. 그래서 혹시 할머니께 무슨 일이 있는 거 같아서 제가 직접 와봤어요.”
“이런~ 이런~ 할머니가 그동안 병에 걸려서 거기까지 갈 수가 없었단다. 걱정시켜서 미안하구나.”
“할머니, 목소리가 왜 그러세요? 얼굴은 왜 가리셨고요? 그리고 할머니 피부도 너무 이상해 보여요.”
웨어울프는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침착하게 말했다.
“음... 이 할미가 걸린 병 때문이란다. 병 때문에 할미의 목소리와 피부가 이렇게 변해버리고 말았단다. 그래서 얼굴에 천을 감았고 흑흑...”
“아... 그렇군요... 어떡해요? 병원에는 가보셨어요?”
웨어울프는 손녀 주변에 다른 인간은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며 손녀에게 말했다.
“너무 아파서 병원에는 가지 못했단다. 자자, 어서 집으로 들어오려무나. 이 할미를 걱정해서 여기까지 와주고... 정말 기특하구나.”
웨어울프가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에 다른 인간이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나지 않았다. 빨간 두건이 혼자라는 것을 확인한 웨어울프는 빨간 두건을 집으로 들이려고 했다.
“네 할머니.”
빨간 두건은 알았다고 했고 웨어울프는 빨간 두건에게 등을 돌린 채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였다.
“크아아아아아악!”
웨어울프가 갑자기 찢어질 듯한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뒹굴었습니다. 빨간 두건이 품속에 숨겼던 은가루를 웨어울프의 몸에다 뿌린 것이었다. 은가루를 맞은 웨어울프는 고통에 발버둥 쳤고 웨어울프가 쓰고 있었던 할머니의 가죽은 완전히 벗겨지고 웨어울프의 본모습이 드러나고 말았다.
“당신... 도대체 누구야?”
그와 동시에 집밖에 숨어있었던 사냥꾼이 웨어울프에게 총을 쏘았다.
“탕! 탕!”
“크악!”
사냥꾼이 쏜 총은 웨어울프의 급소는 피했으나 사냥꾼이 쏜 총알 역시 은으로 만들어진 총알이었기 때문에 웨어울프의 고통은 그야말로 극심하기 그지없었다.
‘뭐야? 혼자 온 게 아니었나? 밖에서 숨어있었던 것인가? 아니, 그렇다고 해도 냄새까지 감출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그러나 웨어울프에게는 그런 것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결국 웨어울프는 도망치기 위해 늑대의 모습으로 변신하여 피를 흘리며 산으로 달렸다.
“어딜 도망치려고!”
웨어울프가 도망치자 빨간 두건은 품속에 숨겼던 두 자루의 총을 꺼내 양손에 들고 웨어울프에게 쏘았다.
“탕! 탕! 탕! 탕!”
사냥꾼과 빨간 두건이 웨어울프에게 총을 쏘아댔고 웨어울프는 죽을힘을 다해 엄청난 속도로 달려서 겨우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크르르르...”
그들의 추격을 벗어난 웨어울프는 자신이 살던 동굴로 돌아와 한숨을 돌리며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크윽... 큰일이군. 이제 곧 인간들이 나를 찾기 위해 이 근방을 샅샅이 뒤질 터인데...”
웨어울프는 미리 동굴에 보관하고 있었던 동물들의 고기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상처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이곳을 벗어나기로 했다. 한편 그 시각 빨간 두건과 사냥꾼은 할머니의 실종과 웨어울프의 출현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바로 수색을 시작했다. 빨간 두건은 할머니를 생각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할머니... 흑흑...”
사냥꾼은 그런 빨간 두건을 안타깝게 쳐다보면서 경찰관에게 말했다.
“놈이 할머니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었으니 분명 할머니의 시체는 이 근방 어딘가에 묻혀있을 겁니다!”
경찰관이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서둘러서 찾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두 분은 어떻게 할머니가 가짜라는 것을 눈치채고 가짜 할머니의 몸에다 은가루를 뿌릴 생각을 하셨는지요?”
사냥꾼이 말했다.
“오는 길에 은 폭탄이 터진 흔적이 있더군요. 게다가 그 폭발 주변에는 누군가가 증거를 인멸하려고 시도했던 흔적도 보였습니다. 그래서 혹시 이게 웨어울프 짓인가 하는 의심이 들었고 저 아이의 할머니가 아들 부부의 집에 오지 않는 것과 연관된 일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결국 그 생각이 맞았고요.”
“그렇군요. 만일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그대로 할머니 집에 들어갔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사실 빨간 두건과 사냥꾼은 오면서 할머니가 터뜨린 은 폭탄의 흔적과 웨어울프가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던 흔적을 보았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사냥꾼은 빨간 두건에게 혼자서 할머니 집 문을 혼자서 두드리게 하고 자신은 주변에 잠복해있기로 하고 손녀에게 할머니가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 은가루를 뿌리라고 하였고 만일 정말 웨어울프라면 그 즉시 웨어울프를 잡을 계획이었던 것이었다. 사냥꾼 자신의 냄새는 미리 온몸에 진흙을 묻혀서 완벽히 숨긴 것이다. 사냥꾼의 예리함이 아니었다면 빨간 두건은 하마터면 웨어울프에게 잡아먹힐 뻔했다.
“지금은 너무 어두운 밤이니 웨어울프에게 더 유리한 환경입니다. 지금은 일단 마을 경비를 강화하고 날이 밝으면 그때 웨어울프를 잡으러 가겠습니다.”
경찰관이 사냥꾼에게 말했고 사냥꾼도 그 말에 동의했다.
“알겠습니다. 우리 인간들은 밤에는 잘 안 보이지만 웨어울프는 밤에도 아주 잘 보니까요.”
그런데 그때 다른 경찰관이 허둥지둥 달려오며 말했다.
“큰일 났습니다! 손녀분이 혼자서 무기를 챙겨서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뭐라고?”
사냥꾼은 물론 주변 사람들 모두 크게 당황했다. 아무리 웨어울프가 큰 부상을 당했다고는 하나 소녀 혼자서 상대할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상대는 결코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은 웨어울프에게 더욱 유리한 보름달이 뜬 한밤중이었다. 사냥꾼과 얘기하던 경찰관이 소리쳤다.
“어서 데려와라! 어서! 어린아이에게는 너무 버거운 상대다!”
“아이고! 얘야! 이를 어째?”
경찰들과 사냥꾼과 빨간 두건의 부모는 즉시 소녀를 찾으러 산으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