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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무군 Dec 08. 2024

빨간 두건

웨어울프 추격

  한편 웨어울프가 흘린 핏자국을 쫓아서 웨어울프의 동굴을 발견한 빨간 두건은 동굴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동굴 안으로 들어온 흔적은 있는데 동굴 밖으로 나간 흔적은 없다. 놈은 분명 아직 이 안에 있다!’

  웨어울프가 동굴 안에 있을 거라고 판단한 빨간 두건은 웨어울프를 동굴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폭탄을 하나 꺼내 동굴 입구에다 던졌다. 

  “펑!”

  자고 있던 웨어울프는 폭발음을 듣고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아니? 벌써 쫓아온 것인가? 인간들보다는 나에게 더 유리한 밤중이라서 적어도 밤에는 추격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웨어울프가 동굴 밖에서 흘러들어오는 냄새를 맡아보니 밖에 있는 것은 아까 만난 할머니의 손녀 빨간 두건이었다. 다른 인간의 냄새는 없었으나 아까처럼 누가 냄새를 숨겼을지 몰라 웨어울프는 애가 탔다. 

  ‘일단 냄새는 하나다... 하지만 아까처럼 냄새를 감추고 주변에 숨어있는 놈이 있을지 몰라. 어쩐다?’

  웨어울프가 고민을 하는 사이 빨간 두건은 분노에 가득 찬 눈빛을 하며 성큼성큼 동굴 안으로 들어왔다. 

  ‘안 나오겠다. 이건가? 그렇다면 내가 직접 들어가 주마!’

  웨어울프는 냄새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적어도 동굴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냄새는 확실히 하나다. 근데 어째서 고작 한 놈만 들어오는 거지? 다른 놈들은 밖에 숨어있는 건가? 아니면 정말 혼자서만 온 건가?’ 

  웨어울프가 고민을 하는 사이 빨간 두건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웨어울프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결국 웨어울프는 결단을 내렸다. 

  ‘어쩔 수 없다! 숨어있다가 한 번에 녀석을 없애버리자! 만일 실패하면 그 즉시 늑대의 모습으로 변신해 동굴 밖으로 전속력으로 달려서 놈에게서 벗어나자!’

  웨어울프는 구석에 웅크리고 숨었고 빨간 두건은 웨어울프가 있는 곳으로 거의 다 왔다. 마음 같아서는 본연의 모습인 늑대의 모습으로 변해서 빨간 두건과 싸우고 싶었으나 부상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서 제대로 싸우기가 벅찼다. 그래서 웨어울프는 돌을 들고 그 돌을 빨간 두건에게 던지기로 했다. 이윽고 빨간 두건이 웨어울프가 숨은 곳에 거의 다가왔다. 빨간 두건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계속 주변을 탐색했다. 

  ‘어디 있지? 이제 거의 다 들어온 것 같은데?’

  빨간 두건이 두리번거리는 순간 어둠 속에 숨어있던 웨어울프가 빨간 두건을 향하여 커다란 돌을 던졌다. 

  “아니?”

  빨간 두건은 황급히 돌을 피해서 구석으로 숨었다. 웨어울프는 빨간 두건이 구석으로 숨자 그 즉시 늑대의 모습으로 변신해 동굴 밖으로 달려 나갔다. 

  “도망치겠다는 것이냐?”

  빨간 두건은 두 자루의 권총을 양손에 들고 도망치는 웨어울프를 겨누었다. 아직 성인이 아닌 사춘기 청소년이었으나 그동안 열심히 각종 무술을 연마한 덕분에 빨간 두건은 또래 아이들보다도 훨씬 강했다. 허둥지둥 도망가는 웨어울프를 조준한 빨간 두건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죽어라.”

  빨간 두건은 은 탄환을 장전한 총을 웨어울프에게 연사했다. 

  “탕! 탕! 탕! 탕!”

  몇 발이 빗나가기는 했지만 몇 발은 웨어울프에게 명중했고 웨어울프는 매우 고통스러워했다. 

  “크앙!”

  공포에 질린 웨어울프는 뒤돌아서 싸울 생각도 못 하고 그저 죽을힘을 다해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탕! 탕!”

  그러나 빨간 두건은 양손에 권총을 들고 웨어울프에게 달려오며 계속해서 총을 쏘았다. 

  “크아앙!”

  몸 여러 곳에 은 탄환을 맞은 웨어울프는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크르르르...”

  더 이상 달릴 힘이 남아있지 않은 웨어울프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어 자신 주변에 어둠의 힘으로 만든 방어막을 쳤다. 부상을 당한데다가 방어막까지 만드느라 힘을 많이 써서 지친 웨어울프는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 방어막이 있는 동안에 도망칠 정도의 힘을 회복해야 한다... 근데 다른 인간들이 없는 것을 보니 정말로 혼자서만 온 건가?’

  웨어울프가 방어막을 쳐놓은 것을 본 빨간 두건은 말없이 방어막으로 성큼성큼 다가왔고 웨어울프는 공포에 질려 사색이 되었다. 

  “...”

  잠시 방어막을 유심히 쳐다본 빨간 두건은 웨어울프를 보며 말했다. 

  “네놈이 나의 할머니를 잔혹하게 죽였으니... 나도 너를 잔혹하게 죽여줄게.”

  말을 마치자마자 빨간 두건은 방어막의 한쪽 면을 총으로 겨냥해 가까이 댔다. 

  “철컥!”

  빨간 두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방어막... 과연 몇 발이나 버틸 수 있을까?”

  빨간 두건의 미소를 본 웨어울프는 소름이 끼쳤다. 

  “이봐! 자... 잠깐만...”

  빨간 두건은 웨어울프가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총을 쏘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탕! 탕! 탕!”

  없는 힘을 쥐어짜서 만든 방어막이라 그렇게 강한 방어막이 아니었다. 방어막이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고 웨어울프는 경악을 하며 말했다. 

  “아직 어린 인간이 이렇게 강하다니? 너... 너는 도대체 누구냐?”

  빨간 두건이 대답했다. 

  “나? 사춘기, 청소년, 미소녀, 여학생, 빨간 두건이다.”

  “무슨 군인이나 경찰도 아닌 일개 학생이 이렇게 용맹하고 강한데?”

  분노로 표정이 일그러진 빨간 두건이 웨어울프를 노려보며 계속 총을 쏘았고 웨어울프는 다급히 외쳤다. 

  “나를 살려주면 너희 할머니의 시체를 묻은 곳을 알려줄게! 진정하라고!”

  그러나 빨간 두건은 무뚝뚝하게 말하며 계속 총을 쏘았다. 

  “할머니를 찾아도... 넌 죽는다...”

  “탕! 탕! 탕! 탕!”

  “으허헉!”

  빨간 두건은 살의에 가득 찬 눈을 하고 입가에는 미소를 지은 채 계속해서 총을 쏘았고 아직 힘이 회복되지 않은 웨어울프는 공포에 떨었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죽임당하고 말거야! 어떻게든 시간을 끌 방법을...’

  생각하던 웨어울프는 무언가를 떠올린 표정을 짓고 다시 빨간 두건에게 말했다. 

  “너는 왜 우리가 너희 인간들에게 패배했다고 생각하지?”

  빨간 두건은 잠시 사격을 멈추었다. 

  “갑자기 무슨 소리냐?”

  “너는 우리 웨어울프가 너희 인간들에게 패배한 이유를 알고 있느냐?”

  빨간 두건은 웨어울프를 비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우리 인간들이 너희들보다 더 강해졌기 때문이 아니더냐?”

  “그게 다가 아니다!”

  빨간 두건은 갸우뚱하며 물었다. 

  “그럼 다른 이유가 더 있는 것이냐?”

  웨어울프는 생각에 잠긴 표정을 하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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