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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무군 Dec 08. 2024

빨간 두건

웨어울프의 마지막

  웨어울프가 빨간 두건을 보며 내심 놀라워하고 있을 때 빨간 두건이 웨어울프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다했느냐?”

  “응?”

  빨간 두건은 자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금 웨어울프가 만든 방어막에다 총을 쏘아댔다. 

  “탕! 탕! 탕! 탕!”

  “이런! 어쩔 수 없군!”

  어느 정도 힘을 회복한 웨어울프는 방어막을 해제하고 늑대의 모습으로 변해서 전속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웨어울프는 죽을힘을 다해 도망쳤고 빨간 두건은 계속해서 총을 쏘며 웨어울프를 추격했다. 한참을 도망친 웨어울프는 빨간 두건과 거리를 벌렸고 약간 안도했다. 

  ‘놈한테서 떨어진 것 같군. 이제 다른 인간들에게 들키지 않게 이곳을 벗어나야겠다.’

  웨어울프는 서둘러 산을 나가는 지름길로 갔다. 그런데 지름길을 달리던 웨어울프는 그만 함정에 걸리고 말았다. 

  “크아악!”

  그 함정은 빨간 두건이 산을 오르기 전에 미리 설치해둔 함정으로 함정에 걸린 자에게 은가루가 쏟아져 내리게 하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빨간 두건은 만일 웨어울프가 도망친다면 이 방향으로 도망칠 것을 예상했다. 

  “으으으으...”

  웨어울프에게 치명적인 은가루를 뒤집어쓴 웨어울프는 그 자리에서 처절하게 괴로워했다. 웨어울프는 도망쳐야 했으나 다리를 비롯한 온몸이 은가루에 끔찍하게 녹아내리는 바람에 도망칠 수가 없었고 몸이 녹아내리는 그 끔찍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한참을 괴로움에 신음을 지르는 웨어울프의 눈에 빨간 두건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크허헉... 안 돼...”

  빨간 두건은 할머니를 죽인 웨어울프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할머니의 고통을 알겠느냐?”

  “크흐흐... 나는 나라를 잃는 고통을 겪었네.”

  “마지막으로 남길 유언은 없느냐?”

  이제 더 이상 살아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웨어울프는 체념하며 말했다. 

  “그래도 자네에게 값진 이야기를 들려준 내게 마지막으로 위로하는 말이라도 해주게나.”

  그 말을 들은 빨간 두건은 자신의 품속을 뒤적거리다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직 두 발 남았다...”

  빨간 두건은 말을 마치자마자 품속에 남아있던 은 탄환을 권총에 장전하여 웨어울프에게 쏘았다. 

  “탕!”

  “크악!”

  한 발은 웨어울프의 가슴에 맞았다. 빨간 두건은 웨어울프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이제 한 발 남았다...”

  “탕!”

  마지막 한 발은 웨어울프의 심장에 맞았다. 웨어울프는 숨을 거두기 전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돌아가고 싶어... 열정과 낭만이 넘쳤던 전쟁터로... 온 세상을 누비며 천하를 호령했던 그때로...”

  웨어울프는 숨을 거두었다. 모든 웨어울프는 죽으면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므로 빨간 두건에게 죽임당한 웨어울프 역시 죽으면서 젊은 인간 여자의 모습이 되었다. 빨간 두건은 밤하늘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제야 원수를 갚았습니다. 할머니...”

  빨간 두건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쓰러진 웨어울프의 시체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본모습이라...”

  이렇게 해서 빨간 두건은 웨어울프의 시체를 가지고 마을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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