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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무군 Dec 08. 2024

빨간 두건

빨간 두건

  빨간 두건은 웨어울프의 시체를 가지고 마을로 돌아왔다. 빨간 두건을 걱정하고 있었던 빨간 두건의 부모님과 사냥꾼과 경찰들은 혼자서 웨어울프를 잡아온 빨간 두건의 용기와 무용을 극찬했다. 죽으면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웨어울프의 시체를 검시관들이 조사하여 이 시체가 웨어울프가 맞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소녀 혼자서 웨어울프를 잡다니!”

  “다 큰 어른들 수십 명도 하기 힘든 일을...”

  “장차 나라에 큰일을 할 인재가 분명합니다!”

  그 뒤에 빨간 두건과 부모님과 사냥꾼과 경찰들은 수색 끝에 할머니의 시체를 찾았고 할머니의 장례를 치렀다. 장례식 도중 빨간 두건은 사냥꾼에게 물었다. 

  “사냥꾼 아주머니. 저번에 저한테 애기한 것이 웨어울프들이 몰락한 이유 전부가 아니죠?”

  “응? 그게 무슨 말이냐? 그리고 아주머니라고 부르지 마렴. 나 아직 20대야! 아직 한참 젊고 팔팔한 미녀란다.”

  “아... 네...” 

  “근데 갑자기 무슨 말이니?”

  “그 웨어울프에게 들었어요. 그가 말하길 그들이 우리를 가축으로 삼고 정작 우리의 문물에 너무 빠진 나머지 그들의 본모습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그것 때문에 그들이 우리에게 졌다고 말이죠.”

  사냥꾼은 멋쩍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흠흠! 뭐... 그렇지 자기 본모습을 잃어버린 웨어울프들은 절대 우리의 상대가 되지 못하였지! 암!”

  “그 웨어울프는 마지막 순간까지 열정과 낭만이 넘치는 전쟁터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어요. 할머니의 원수지만 그 모습만큼은 참으로 가련하기 그지없더군요.”

  사냥꾼은 그렇게 말하는 빨간 두건의 얼굴이 아주 엄숙하다는 것을 느꼈다. 엄숙한 표정을 짓던 빨간 두건이 말했다. 

  “우리나라는 결코 웨어울프의 경우처럼 되면 안 됩니다!”

  “응?”

  “저는 웨어울프들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나라를 강하고 부유하게 만들겠습니다!”

  사냥꾼은 그렇게 말하는 빨간 두건의 모습에서 어린아이의 허세가 아닌 영웅의 기운을 느끼고 놀랐다. 

  ‘아! 이 아이는 보통 아이가 아니다! 분명히 훗날 훌륭한 재목이 될 아이다!’

  빨간 두건은 갑자기 사냥꾼에게 엎드려 절을 하며 말했다. 

  “사냥꾼님! 저를 제자로 거두어주십시오! 사냥꾼님을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고 훗날 반드시 우리나라의 부국강병을 이루어내겠습니다!”

  사냥꾼은 놀랐다. 이렇게 대단한 소녀가 자기 제자가 되겠다고 하니 말입니다. 빨간 두건이 거듭 말했다. 

  “부디 거두어주십시오. 스승님!”

  사냥꾼은 빨간 두건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여부가 있겠느냐? 내 너를 반드시 훌륭한 인재로 키워내겠다!”

  그 후에 사냥꾼은 빨간 두건을 제자로 삼았고 빨간 두건은 사냥꾼으로부터 무술, 병법, 군사, 의술 등 많은 것들을 배웠다. 

  사냥꾼으로부터 열심히 배움을 받은 빨간 두건은 훗날 자국의 정승이 되었고 웨어울프들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 문무(文武)를 모두 중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군대와 경찰을 개혁했으며 그 결과 빨간 두건의 나라는 상무(尙武)의 기풍이 만연해졌고 주변의 모든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부국강병을 이룬 강대국이 되었다. 빨간 두건은 명재상으로 칭송받았고 그녀가 어린 시절에 혼자서 웨어울프를 사냥했던 무용담은 사람들에게 명재상 빨간 두건의 위대한 전설로 기억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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