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 Mar 04. 2020

비추비추비추비추비추

홍사훈 책, '우리의 월급은 정의로운가'를 읽고


몇몇 관점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아르바이트는 용돈이나 버는 애들의 일이다, 처자식들 먹여살리려면 등짐이라도 져야하지 않겠냐, 뉴욕가서 목수나 해야겠다, 정부랑 재벌 욕하다가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말을 갖다붙인다거나, 선진국 우월주의가 묻어나는 전반적인 글 내용(예로 드는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노동의 단가가 후려쳐지고 노동인권은 커녕 인간의 존엄조차 짓밟히고 있는 나라잖아) 등.

그럼에도 사회 기득권노동자로서 가질 수 있는 보편적인 수준의 노동인권수준이라 생각해서 계속 읽어봤다. 그러다 나중엔 현대기아차정규직노조가 하청업체의 저임금의 근본 원인인듯이 말한다. 물론 정규직노조가 하청업체의 임금후려치기를 모른체하고 이들의 정규직 전환조차도 달갑지 않게 본다는걸 모르는바는아니다. 나도 욕할거고 욕먹어도 싸다. 그치만 정규직노조의 임금인상투쟁이 원하청 갑질의 주범일리가 있나? 평균연봉 1억이 귀족노조의 증거고 그렇게 불편한 양반이 정몽구 월급 11억은 왜 언급도 안할까. 연봉 1억 숨만 쉬고 모아도 정몽구 연봉 모으려면 무덤에서도 차 문짝 달아야되는건 왜 말 안해? 귀족노조 월급 주느라 돈 없다더니 하청단가 후려친 덕분에 10조짜리 땅 산 얘긴? 


백번 양보해 정규직이 임금저하 걱정하는게 물정모르고 이기심으로만 똘똘뭉친거라 치자. 본인은 방송하청노동자들 임금인상에 그간 얼마나 신경쓰셨는지? 장시간 노동으로 사람 죽어나는동안 본인이 만드는 프로에선 그걸 얼마나 심도있게 다뤘는지? 오히려 그런 환경 방치하고 그거 이용해서 빨리, 퀄리티있게 프로그램 완성시켜왔던건 아닌지. 최저임금도 못 받는 현실 알고도 모른척하진 않았는지. 정말 도저히 더 읽고싶지 않았는데 행여 내가 전체맥락을 몰라 오해한걸까봐 억지로 다 읽었다. (내가 이렇게 성실하고 중립적인 사람이다!)


읽다보니 심지어 공장 해외이전도 노조탓을 한다. 노조는 핑계지, 인건비 낮은 나라로 계속해서 생산시설 옮기는게 신자유주의의 생리인걸 모를양반은 아닐것같은데. 진짜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지 너무 분노스럽다. 심지어 광주형일자리를 아주 대단한 상생형 일자리 창출 모델로 추켜세우는데, 이에 대한 비판은 전문가들이 워낙 쏟아내고 있으니 구태여 덧붙일 필요도 없다. 전반적인 논조도 상당히 엘리트주의적이다. 나는 똑똑한데 국민들이 멍청해서 정치권이 이모양이다, 내 글 보고 정신 좀 차려라 같은 느낌. 


읽으면서 너무 화가나서 며칠에 걸쳐 볼 자신이 없었다. 꾸역꾸역 하루만에 다 읽고, 스트레스 몰아서 받았다. 결국 기억할만한 멋진 문장은 하나도 없었고, 손바닥만한 200몇페이지짜리, 그림과 여백으로 가득찬 책인데도 잘 읽히지 않아 평소 속도보다 오래 걸렸다. 제목말곤 하나도 멋진 내용이 없는, 포장에만 치중한 전형적인 ‘팔기 위한 책’. 심지어 제목이 내용에 별로 어울리지도 않음. 책으로 낼만큼 대단히 무게있는 내용 1도 없으니 부의 불평등에 대해 알고 싶다면 관련 다큐멘터리, 탐사 보도를 보는 편이 훨씬 재미있고 유익할거라 생각한다. 추천은 커녕 누가 읽겠다면 뜯어말릴예정. 총평 별표 영점. 


매거진의 이전글 허정숙, 고명자, 주세죽 - 세 여성 혁명가의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