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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Nov 14. 2019

당신의 수고는 제가 잘 알아요

feat.위로를 주는 방탄소년단 노래들


갑자기 추워졌다했더니, 오늘이 수능이라고. 어쩜 이렇게 수능날이면 정확하게도 추운걸까. 안 그래도 시린 마음들을 더 꽁꽁 얼어붙게 하는 날씨. 긴장과 압박들에 온기를 빼앗긴 수험생들은 얼마나 더 추울까. 


고작 10년 됐다고 수능이 벌써 아득하다. 지나보니 수능보다 큰 이벤트들이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지는 게 인생이긴하다. 하지만 수능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별 것 아니라고, 인생에서 너무 작은거라고 말할 수가 없다. 조국 사태를 정시확대로 마무리짓는 현실에선 차마 그 말이 입 밖에 나오지 않는다. 사실 수능은 인생의 꽤 큰 부분을 결정짓는다. 하지만 절대 인생의 성패를 가르진 않는다. 좀 더 나은 대학과 취업을 담보하는 장치 중 하나지만, 수능 조금 못 본다고 인생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조금 실수했어도 너무 자책하진 말자. 아쉬워도 너무 낙담하지 말자. 


수능을 치르고 10년이 지났다. 서른을 살아내다보니 유독 힘에 부치는 날이 있다.

큰 실수를 한 것도 없고, 누구에게 험한 소릴 들은 것도 아니고, 일이 유난히 많았던 것도 아닌데 그냥 유독 힘이 드는 날. 없던 자존감마저 땅을 파고 들어가버리는 그런 날.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이 힘을 많이 뺏겨버린 날. 그런 날이면 일단 집으로 와서 씻지도, 먹지도, 옷도 벗지 않고 침대에 눕는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노랠 듣는다.


"괜찮아, 자 핫둘셋 하면 잊어, 슬픈 기억 모두 지워, 서로 손을 잡고 웃어" -둘! ! (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기를)



남의 인생은 너무 쉽다. 

쿨해지라고, 눈치 보지 말라고, 하고싶은대로 하라고, 기대를 버리라고, 놓아버리라고... 

직장에서,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친구에게 나무라듯 훈수를 두고 집으로 오는 길, 내가 너무 우습다.

훈수 늘어놓을때는 옳은말 바른말 쉽게도 하면서, 막상 내 자신은 그러지 못하고 있네. 

세상 천지에 이런 팔푼이도 없다. 누가 그걸 몰라서 못하냐? 

멀리서 보면 보이는 것들이 가까울수록, 더욱이 나일땐 더 안 보인다. 등잔밑이 어둡다는게 이런건가.


- 야, 그거 뭐 별거라고 그렇게 맘에 담아두고있어? 괜히 맘쓰지마 별거 아니야.

- 그게 왜 네 잘못이냐? 딱 들으니 그 인간(조직)이 문제네.

- 세상에 이해 못할 일이 얼마나 많냐, 그거 어떻게 다 이해하고 살아. 그냥 신경꺼.


누군가 내게 하소연했다면 이렇게 말해줄텐데, 막상 내 일이니 이런 생각이 안 든다.

그냥 다 내 잘못같고, 내가 문제같고, 내가 이상한 것 같고.

밤잠 설치고, 입술포진 재발하고, 혼자 멍때리다 울어버리고. 내 인생은 왜이렇게 어렵나.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하자

니가 내린 잣대들은 너에게 더 엄격하단 걸" - Answer : LoveMyself



넌 소중해. 좀 더 너를 아껴. 네가 귀한 사람인걸 난 알아.

남에게 할 수 있는 말도 나에겐 안된다.


"You got me 난 너를 보며 꿈을 꿔

I got you 칠흑 같던 밤들 속 서로가 본 서로의 빛

같은 말을 하고 있었던 거야 우린 가장 깊은 밤에 더 빛나는 별빛" -소우주



내 인생을 남의 인생인냥 살아야하나? 그냥 남의 인생이다~ 생각하고 옆으로도 가고 뒤로도 가고, 틀리면 빠꾸도하고. 

그럼 좀 쉬워지나, 인생이? 


살수록 어렵다. 어른이 되면 좀 쉬워질 줄 알았는데, 안 풀리는 문제가 수리영역 27번 문제만이 아니었다. 답이 있는 문제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구나. 


"Forever we are young 나리는 꽃잎 비 사이로 헤매어 달리네 이 미로

Forever we are young 넘어져 다치고 아파도 끝없이 달리네 꿈을 향해" - Young Forever


방탄소년단, 'Young Forever' 뮤직비디오 캡쳐화면


아직 덜 살아서 그럴까? 좀 더 살다보면 '사는 게 제일 쉬웠어요' 할 날이 올까? 이번 생이 처음이라 그런걸까? 아무래도 두번째, 세번째 생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사는 건, 그냥, 원래, 어려운가보다.

사느라 애쓰는 거, 나라도 알아줘야지. 


"꼭 아파야 해 그냥은 안 돼 시간이 지나면 웃겠지만

뭔가 보일 때까지 일단 걍 달려 괜찮아 내 수고는 내가 알어" - All night



더 지치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인생은 훨씬 긴 레이스이니 수능에 내 인생을 걸진 않아도 된다. 최소한 오늘과 내일은 수능이라는 전투에서 힘겹게 싸워낸 내 수고를 알아주는 날들이길 바란다.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내가 애쓴 걸 나는 알아줘야지. 어제와 똑같은 내일을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마주하시길 바란다. 오늘 수능 본 분들, 괜한 후회와 아쉬움으로 힘들어하지말고 고생한 나를 좀 더 아끼는 하루 보내시기를. 고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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