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 Jan 07. 2020

여성연예인을 소비하는 방법

연예인이라는 이름 뒤의 인권을 생각하며


설리의 사망소식이 알려지고 얼마 뒤, 포털사이트 다음은 홈페이지 개편을 예고했다.

실시간 이슈 검색어를 없애고, 연예뉴스에선 댓글창을 폐지했다.

스브스뉴스의 얼마전 기사 제목처럼 "누군가 죽어야 안전해지는 나라"인가.


http://www.hani.co.kr/arti/economy/it/921785.html?fbclid=IwAR1eaTU6TPpkYCn2pXK1g-ZHik0Ix19geNccCYTNJC_Zvqty8Po6dPGXPnU


실시간 이슈 검색어와 연예뉴스 댓글창을 없앤다고해도 여전히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예스캔들이 터지고, 파파라치라는 미명하에 감시당하고 있다. 일반 대중에게 보여지는 직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모든 것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그 잔인한 호기심을 부추기는 언론들. 장윤정씨의 말처럼 연예인들은 아직도 "유리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다.


안타깝게 설리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린 구하라를 보내야 했다. 지드래곤이 SNS에 올렸던 이미지 속 말처럼(I can’t handle people anymore) 더이상 사람들을 견디지 못한 이들이 차라리 죽음을 택하고 있다. 누가 그들을 몰아붙였나. 그들의 죽음에 우린 무엇으로 답하고 있나.


우리 사회에서 여성연예인의 자살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성접대피해를 주장하며 자살한 한 연예인의 사건은 여전히 미지수다. 그 이전에도 성적인 악플에 시달리던 여성연예인들이 여럿 자살을 했다. 하지만 여성연예인의 인권에 대한 논의는 그리 발전되지 못했다. 여성연예인인권에 대해 활발히 논의되었던 건 2010년 전후다. 10년이 지난 지금, 더 나아진 건 그리 없어보인다. 10년 전, 여성연예인들의 만연한 성착취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접 조사에 나섰던 적이 있다.


2011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여성연예인 인권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절반 넘는 여성연예인들이 성접대 권유를 받았고, 스폰서 관행으로부터 고통 받고 있었습니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여성연예인들은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성접대를 요구받고, 스폰서라는 명목의 성노예로 존재해야 했다. 이수연(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사회통합연구실장)씨의 말처럼 "여성연예인들은 직업인들인데 일을 유지하기 위해 성적 침해를 용인해야 된다든지, 혹은 성적 침해를 받아들일 수 없어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 모두 이들의 노동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성착취를 당하며 연예인으로 살아남거나, 아니면 연예계를 떠나거나. 유독 여성연예인들만 이런 선택 아닌 선택의 기로에 선다. 어렵게 기회를 얻고도 연예인들은 '연기'란 미명하의 성폭력에 노출된다. 연세대 젠더연구소 손희정 연구원은 <긴급포럼 - 그건 연기가 아니라 성폭력입니다>에서 '#STOP_영화계_내_성폭력' 주제발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남성 카르텔은 여성 연기자를 전문적인 직업인으로 충분히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합의되지 않은 폭력에 직접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진정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각본에도 없는 (성)폭력 장면을 넣거나, 남성연예인의 우발적 성추행을 방조하기도 한다. 이에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작품에 헌신하지 않는다"며 책임을 전가하고, 해당 업계에서 다시 캐스팅되지 못하도록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Me_too 국면에서 할리우드의 유명 여배우들도 그러한 경험을 토로한 실정이니, 우리나라 무명배우가 피해갈 방법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결국 여성연예인(지망생)에겐 인권도, 노동권도 없는 셈이다.


너무 오래된 얘기라고? 프로듀스101의 피디가 성접대 등을 받고 순위조작을 한 것이 불과 작년의 일이다. 누군가(심지어 남성을 포함하여)가 데뷔할 기회를 다른 여성노동자의 성착취를 통해 얻은 셈이다. 연예계의 여성착취구조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수면아래로 감춰지며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성착취는 단순히 성접대만이 아니다. 여성을 상품으로 소비하는 문화자체가 성착취 구조다.


여성이라는 상품은 권리를 주장해도 안 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해서도 안 되고, 웃지 않아도 안 된다. '여성연예인'이라는 프레임으로 역할과 행동을 규정하고, 이를 벗어나면 '꼴페미년', '메갈년'이라며 매도한다. 전규찬 교수는 “극도로 팽창해가는 소비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연예인 비시민화의 구조적 모순”이라고 말하며, “연예인은 매체와 광고를 포함한 거대 문화자본, 시장 자본주의 논리를 추구하는 문화산업에 의해 상품으로 팔리는 대상이기 때문에 애당초 그 주체적 발언력이 크게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일반 대중에게 자신을 드러내기로 정한 이상, 그들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포기해야됐다는듯이 우린 그들에게 함구하고 순종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이수연씨는 이렇듯 여성연예인을 대상화하고 상품화하는 데에 언론의 작용이 크다고 한다.

언론은 여성연예인을 상품화하는 역할을 한다. 언론은 이들의 사생활 정보를 상품으로 팔든가 이들의 몸을 시각적으로 상품화하기도 한다. 언론은 피상적이거나 선정적인 보도태도로 여성연예인을 상품화하고 성적 대상화하는데 기여하였다.


여성연예인을 상품이 아닌 인간으로서 존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을 또 잃게 될 것이다. 여성도 연예인도 아닌 한 인간으로서 그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불합리한 시선과 요구에 맞서 목소리 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 우리 스스로 그들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도록 노력하고, 논란도 아닌 일을 논란으로 부추기는 언론기사를 소비하지 않아야 한다(클릭하지 않고, 댓글달지 않고.). 여성연예인 사냥을 멈추자.


여성연예인들을 지원하는 단체 여성연예인인권지원센터 - Minwoo 가 있다고 한다. 손을 뻗어 꼭 도움을 구하시기를..





작가의 이전글 2019년 나의 음악 취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