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 Jan 10. 2020

잘 먹는 삶을 양보하지는 않으려고요

2019년에 사랑했던 서울 맛집 10

나는 식도락을 즐긴다. 하루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는 걸 먹자는 주의. 예전에는 어차피 배 채우는 거면 싼 걸 먹자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잘 먹는 게 얼마나 잘 사는 데 있어 중요한 건지 깨달았다. 계기는 전 직장에서의 경험이다. 너무 바빠서 사료먹듯이 밥을 먹어치워야했던 비인간적인 생활로는 절대 돌아가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일을 하는데, 밥 한 끼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잘 먹는 일이 사치가 되는, 점심 메뉴를 걱정하는 것이 쓸모없는 일로 전락하는 삶을 견디고 싶지 않다. 나는 생각보다 단순한 동물이라서, 먹는 걸로 행복감을 느끼고 그런 소소한 행복들이 힘든 일들을 견딜 힘이 되곤 한다.

너무 1차원적이고 그저 소확행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건 단면에 불과하다. 내 입으로 들어가는 것에 많은 시간을 쓰고, 맛있는 것을 여유롭게 먹는 것은 삶의 질의 문제다. 그게 부차적인 것이 되어버린다는 건, 그것말고도 나를 위한 것들 중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함을 뜻한다. 나는 나에게 아주 세심하게 관심을 가질 것이고, 소소한 것이라도 나를 위한 것을 함부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를 위해, 내가 먹고 사는 일에 최대한 많은 시간과 품을 들이며 살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지난 1년도 맛있는 것들을 찾아나섰다. 살면서 몇 끼나 먹는다고 맛 없는 걸로 배를 채울소냐! 다시 한 번 가고싶은 맛집들을 추려봤다. 참고로 주된 생활반경은 문래. 순서는 무작위. 정보는 구글검색이므로 부정확할 수 있다. 가기전엔 전화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는 걸 추천.

1. #호수집 닭꼬치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중림동 청파로 443
영업시간: 일요일 휴무. 오전 11:30~오후 2:00, 오후 5:00~10:00
연락처: 02-392-0695

원래는 닭볶음탕 전문점이다. 하지만 내 입에는 안 맞았음. 고추장 맛이 강하달까. 뭔가 매운데 밍밍한 느낌... 근데 추가로만 주문되고 포장도 안되는 닭꼬치는 최고였다. 닭꼬치만으로 배채우라면 그럴텐데, 따로 안 파시는게 너무 아쉬운 부분 ㅠㅠ 솔직히 닭꼬치가 메인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2. #관계 술국

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논현로157길 29
영업시간: 일요일 휴무. 오후 6:00~오전 2:00
연락처: 070-4206-8279

친구의 소개로 함께 갔던 신사동의 술집. 이집의 메인은 독보적으로 술국이다(개취). 세명이서 가면 일단 술국을 기본으로 나머지 한 메뉴를 돌아가며 시킨다. 술국과 쏘토닉(소주+토닉워터)의 조합이 진짜 꿀이다. 다른 술국집과 다르게 이집의 국물은 빨갛다. 사실 어딘가 익숙한 맛인데, 도무지 흉내를 내지 못해서 매번 먼길을 가서 먹는다. 겨울이되니 더 생각나는 술국. 건더기를 건져먹고 꼭 칼국수 사리를 추가해야한다. 보쌈을 시키면 갓김치를 주는데, 정말 오마이갓김치다. 이것도 너무너무 맛있음. 칼국수면을 건져서 갓김치와 함께 먹으면 정말정말 칼국수 전문점 삘이다. 그 조합을 위해 보쌈을 시키곤 한다. 갓김치는 말씀드리면 더 주시는 사장님의 넉넉한 인심까지 완벽하다. 아직 줄을 서지 않아서 소문내면 안될곳이지만, 사장님이 너무 좋으셔서 하는 수 없이 소개한다. 번창했으면, 하지만 웨이팅은 없었으면하는 모순된 감정..

3. #잘빠진메밀 메밀막국수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통인동 자하문로 41-1
영업시간: 휴무없음. 오전 11:00~오후 9:30
연락처: 070-4142-1214

가성비가 너무 좋아서 또 가고싶은곳. 수육과 막걸리 등 술안주가 주력인듯도 싶고, 한 테이블에 서너메뉴씩 시켜놓고 먹는 걸 보고 메뉴판을 보니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다. 다음에 꼭 막걸리한잔 하러 와야지! 생각했는데 아직도 못 간 부분..ㅠㅠ

4. #봉산옥 봉산만둣국 - 뭐야 왤케 맛있음?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반포대로8길 5-6
영업시간: 오전 11:00~오후 10:00. 일요일 휴무
연락처: 02-525-2282

서초역에서 지인을 만나기 위해 찾아낸 맛집. 삼삼하고 부담스럽지 않은 밥메뉴를 먹으러 간것인데 아주 훌륭했다. 만두 다섯개에 만원을 받아?!! 라고 생각했는데, 감사합니다 하고 먹게 된다.. 같이 먹은 오징어순대도 맛있었다. 둘이서 만둣국과 오징어순대 먹으니 배부름. 소주를 부르는 맛!

5. #영일분식 비빔칼국수

주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문래동4가 도림로141가길 34-1
영업시간: 오전 10:00~오후 8:00. 월요일 휴무

문래동은 오래전부터 철공소가 촌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장사했다면 말 다했지. 영업시간은 확인이 필요할 것 같은데 .. 저렇게 오래 장사를 했던가; 아무튼 점심을 먹으러 12시에 가면 이미 대기를 해야하고, 다만 칼국수가 주메뉴라 회전이 빨라 금방 자리가 난다. 메뉴는 칼국수와 비빔칼국수. 사이드인 만두는 쏘쏘하다. 뭐니뭐니해도 비빔칼국수가 레알. 엄청 익숙한데 맛있는맛. 처음먹으면서 "엄마가 밤에 징징대면 해주던 참기름 잔뜩 들어간 김치비빔국수의 맛"이 난다고 동료와 추억팔이했다. 솔직히 찾아가서 먹을정도는 아닌, 맛있는 비빔국수 양념의 칼국수일뿐. 그래도 추억팔이했던 기억에 넣어봤다.

6. #필동면옥 평양냉면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 서애로 26
영업시간: 오전 11:00~오후 8:30. 일요일 휴무.
연락처: 02-2266-2611

올해 남편과 평양냉면 투어를 다녔다. 차가 없어서 너무 힘든 의정부 원조 평양냉면 집 말고는 서울에 있는 평냉집은 앵간히 가보자고 했던.. 그 중에서 여기만 세번갔나.. 평냉 투어 중 단연 쵝오. 사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맛집 베스트를 뽑았다면 여기가 꼭 들어갔을 것. 내가 가본 평양냉면집이 (생각나는 것만 말해보면) 평양면옥, 봉피양, 을밀대, 을지면옥, 오류동 평양냉면, 유진식당, 정인면옥..? 이정도 생각이 나는데, 솔직히 너무 다 맛있고 을밀대는 고기향이 많이나서 별로였는데 남편은 그래서 좋았다고. 오류동 평양냉면은 평냉계의 비냉을 난생 처음 시켰는데, 비냉이 더 맛있다. 가성비도 좋고. 유진식당 역시 저렴한데 양이 적어서 수육과 부담없이 한상 차려 먹기는 좋다. 갑자기 평냉으로 주제전환이 돼버렸는데, 암튼 그 중 고춧가루와 파를 팍팍 넣어서 육수 리필해서 바닥까지 긁어먹는 필동이 최고.

7. #라메흐꺄도 간장게장 - 알 꽉찬 게장 한입 크게 물면.. 크..

주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문래동6가 29
영업시간: 오전 10:00~오후 10:00
연락처: 02-3667-5989

이하이의 부모님이 하는 식당으로 유명한 라메흐꺄도. 내가 알기로 문래동의 유일한 간장게장집이다. 처음엔 평이 좋아서 갔는데, 고슬고슬한 솥밥과 간장게장의 조화가 너무도 환상적이라서 기념일마다 가고 있다. 1인분에 39000원이라 저렴한 편은 아니라 자주는 못간다. 아구찜도 사람들이 많이 시켜먹는데, 우리는 오로지 간장게장 외길로만.. 같이 나오는 밑반찬들도 다들 깔끔하고 감칠맛난다. 양념게장도 맛보기로 주시는데, 내 기준 너무 매움 ㅠㅠ (엽떡 착한맛도 매워하는 편)

8. 값진식육 갈비탕

주소: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문래동3가 77-43
영업시간: 오전 11:00~오후 11:00
연락처: 02-2634-9288

여길 처음 갔던 건 소고기를 먹기 위함이었다. 숙성한우가 메인. 살살 녹아내리는 등심을 먹고 반했고, 적당히 배채우기 좋은 육회비빔밥도 만족스러웠다. 언젠가 점심메뉴도 먹어보리라 마음 먹던 중에 대표님의 은혜로 갈비탕을 먹어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집의 메인이 숙성한우지만, 알만한 사람들이 다 아는 진짜배기 메인은 요 갈비탕. 사진은 전복 갈비탕인데, 그냥 갈비탕도 당연히 너무 맛있다. 8천원밖에 안하는 소고기 국밥은 정말 가성비가 성수처럼 내려오는 맛. 약간 가물가물한데, 배추김치보단 파김치와 깍두기가 맛있었던걸로 기억. 뭘 시켜도 "이집 정말 맛있네"하고 나올 것이다. 내가 당당히 추천하는 문래동 최고 맛집.

9. 순창식당 낙지볶음

주소: 문래동4가 4-13번지 영등포구 서울특별시
연락처: 02-2679-7969

여긴 정말 사람 많아지면 곤란쓰인데.. 뭐 난 인플루엔서가 아니니 소소하게 공유. 맛보기 전까지 많은 의심을 받으며 어렵게 일행을 데려가야하는 곳. 하지만 이미 한입째부터 어?? 하다가 왜 내 위는 하나냐며 개탄하고, 남긴 볶음밥에게 나의 나약함을 사죄하며 요구르트로 입가심하고 나오게 되는 곳. 머리에 쟁반 이고다니며 주변 사무실에 백반 나르는 그런 식당인데, 돌판에 나오는 낙지볶음이 정말 천상계의 맛. 낙지볶음에 미나리를 넣는 향긋한 발상에 한 번 감탄, 아니 무슨 낙지볶음에서 이런맛이나냐며 두번감탄. 점심에 가면 정말 너무너무 바쁘시고 일하시는분이 쿨하셔서 살짝 빈정상하는데, 낙지볶음 정말 하나만 집어먹으면 뭐 달라고 부르기가 죄송해질 정도. 이정도로 맛있는 걸 내주시느라 바쁘신데, 경솔한 나레기가 밥 늦게 나온다고 불평을 했다니. 뭐든 다 잘못했으니 낙지볶음만 주쇼 하게 됨.

10. 오월의종 치아바타

위치: 타임스퀘어 SEOUL YEONGDEUNGPO-GU 영등포동
영업시간: 오전 10:30~오후 10:00
연락처: 02-2636-3801

진짜 빵순이라 디저트류 중에 하나만 추린다고 너무 애먹었다. 내가 좋아하던 디저트집이 작년 말로 문을 닫았으므로 ㅠㅠ 내 최애 빵집을 소개한다. 하도 유명해서 가봤다가 근처 갈때마다 들르는 곳인데, 명성에 비해 저렴하고 맛있는 빵들때문에 항상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우선 추천하는 것은 오월의 커피와 치아바타. 처음엔 오월의 커피를 먹고 와 이거 매일 먹으러 와야되는데! 했는데, 어쩌다 치아바타를 먹고 난 이후로 그 촉촉 푹신한 식감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원래 초코, 크림 이런 달고 단 빵 좋아하는데, 이런 빵을 내가 좋아하게 된 것이 놀라울따름.

번외1. 인천공항 지하 #비비고 비빔밥

해외여행 갈때 올때 꼭 들러서 먹었는데 이제 없어졌다. ㅠ 해외에서 귀국날짜 손꼽아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가 인천공항 비비고의 비빔밥과 김치찌개였는데 ㅠㅠ 갑자기 CJ 계열이 빠지고 롯데가 들어오나보더라.. 너무 큰 아쉬움. 인천공항 이제 가고싶지 않아 .. ㅠㅠ

번외2. 속초 2대송림순대집 아바이순대

주소: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869
영업시간: 오전 9:00~오후 9:00. 토,일 휴무. (확인필요)
연락처: 033-633-0430

분명 토요일인가 일요일에 갔었는데, 휴무로 나오네 ; 정보가 잘못된 것 같으니 꼭 확인하고 갈것. 여기 명태회무침이라고해야하나, 그게 정말 메인이다. 물론 뽕잎장아찌도. 암튼 메인(아바이순대)빼고 다 메인인 곳. ㅎㅎ 물론 순대도 정말 맛있지만 저 명태회무침 한 통 안 사온 거 아직도 후회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