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 Jan 02. 2020

2019 책읽기를 돌아보다

한 해 동안 읽은 44권 중 추천할만한 19권을 추림

올 한해 읽으려고 찜해둔 책이 총 195권.

그중 44권의 책을 읽었다.


지인이 남긴 SNS 추천사를 보거나, 

어딘가 지나며 본 인용구에 공감하거나,

표지나 제목이 마음에 들어 한 두장 넘겨보고 포털에 찾아 평점이 괜찮거나하면 

책의 표지를 캡쳐 혹은 사진찍어두거나, 그도 여의치 않으면 메모를 남겨두고 나중에 책을 사거나 빌릴 때 참고(라고 쓰고 의존이라 읽는다)하곤 한다. 

고로 내 핸드폰엔 수시로, 하루에도 몇개씩 읽고 싶은, 읽어야 할 #책리스트 가 늘어나고 있다. 


2018년엔 123권의 책을 탐했는데, 2019년엔 195권(이월된 책들 포함)을 탐했다.

읽은 #책 들을 추려내고도 2019 한해 못 읽은 책이 151권이 남아있다. 


책 읽는 속도가 느린편이라, 희망한만큼은 당연히 읽을 수 없었을테다(책 한권 읽는데 3일이 걸린다쳐도 600일 가까이 필요했으니). 심지어 독서가 본업도 아니니.

나름 1/5라도 달성한데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직장인이고(반은 백수였지만..), 출퇴근이 도보 10분이라 책을 읽을 시간은 퇴근 이후와 주말뿐이었다. 남편이 있다보니 남편과 있는 시간엔 되도록 함께할 수 있는 것들(같이 노래를 듣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요리를 해먹거나, 넷플릭스를 보거나 등등)을 한다. 온종일 붙어있다보니 책 읽는 시간 만들기도 꽤나 힘들었다는 것. 남편이 자거나, 동의하에 개별 자유시간이 주어지거나, 남편의 일정으로 집에 혼자있는 시간에 주로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 집안일을 못하는 경우가 생길만큼 틈나는대로 책을 읽었다. 나름 신경쓴다고 썼는데도 남편이 서운해할만큼, 오롯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의 상당부분을 책읽기로 채웠다. 


사실 내가 책 읽기에 몰두한 목적은 '도피'였다. 무엇으로부터? 

첫번째는 눈치로부터의 도피다. 책은 단방향으로 전해진다. 시간차를 두고, 책의 내용이 먼저 오고난뒤에 나의 감상이 이어진다. 책은 자기 할말만 하고, 그 책에 대해 가타부타하는 건 오롯이 나의 영역이다. 내용을 어찌 생각하건 내 자유고, 머릿속에서 어떻게 정리하든 딴지걸 사람은 없다. 맘에 안들면 중고서점에 팔아버리고, 온라인서점 리뷰에서 별점을 깎으면 그만이다. 그마저도 싫다면 안 읽으면 그만이고. 책을쓴건 작가의 영역이지만 책을 읽는동안 작가의 눈치를 보진 않는다. 책이 출판된 이상 온전히 독자에게, 즉 나에게 결정권이 생긴다. 살지 말지, 읽을지 말지, 되팔지 말지 등등. 정말 깔끔한 관계다. 관계 피로도가 극심했던 내게 세상을 만나는 가장 쿨한 방법이었다. 


두번째는 현실로부터의 #도피 였다. 쉽게 벗어나지지 않는 가난의 굴레, 미래에 대한 불안감, 위계적인 직장문화, 달라도 너무 다른 동료들과의 크고작은 갈등, 벅찬 업무량, 관계에 대한 피로감, 도무지 진보라곤 하지 않는듯한 세상에 대한 회의감, 우울감, 무력감.. 나를 힘들게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현실말고 이상이라 할만한 것들을 보고 싶었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이야기나, 순전히 픽션이나, 따뜻한 시선들로 쓰여진 글들이나. 그렇다고 마냥 희망전도하는 책을 읽지 않았고, 그런 류 외에 그저 닥치는 대로 읽었다. 막연히 책에는 더 나은 세상이 있을거라 기대한 것도 있지만, 그저 현실이 아닌 책 속의 세상이란 점만해도 마음이 놓였다. 책을 읽는 동안엔 잠시나마 잡념들이 덜 비집고 들어오는 것도 큰 몫이다. 또한 많이 읽는 장르는 소설과 에세이인데, 이야기속의 시간은 대개 현실보다 빠르다. 견뎌내기 힘든 하루하루의 시간들을 훌쩍 뛰어넘고 싶은 마음, 그만큼 빠르게 지나갔으면, 그렇게 나도 자라났으면 하는 마음. 


그렇게 읽으며 해방구를 찾았다. 당도한 곳에 꿈꾸던 파라다이스는 없다던가. 책 속에 항상 이상향이 있던것도 아니고, 해답이 있지도 않았다. 그치만 아직도 책 읽는 일에 많은 시간을 내주고있다. 남편의 존재가 나에게 큰 위로와 힘을 주고 있지만, 해답을 갈구하는 욕망이 쉬이 수그러들진 않는다. 남편에게서 심적 안정을 받고있다면, 책으로부터는 지적 안정을 꾀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계속 책은 읽어나갈 생각이다. 



2019년에 읽은 책 중 추천하고 싶은 19권의 책들(ㄱㄴㄷ순)


나, 조선소 노동자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기획), 2019)

다가오는 말들 (은유, 2019)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정재승, 2012)

베트남 전쟁(박태균, 2015)

사람, 장소, 환대(김현경, 2015)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2019)

세 여자(조선희, 2017)

소년이 온다(한강, 2014)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김원영, 2018)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2017)

편편이 흩날리는 저 눈송이처럼(윤동주 외, 2018)

열 두 발자국(정재승, 2018)

열정 절벽(미야 토쿠미츠, 2016)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2016)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이민경, 2016)

일하지 않을 권리(데이비드 프레인, 2017)

잘란잘란 말레이시아(장우혜, 2018)

토레 다비드(알프레도 브릴렘버그 외, 2015)

페스트(알베르 까뮈, 2011)


아무래도 비소설을 좋아하나보다^^;; 






작가의 이전글 "누구도 우리를 실격시키지 못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