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30대가 되어 정리하는 평범한 20대의 연애기록

외노자 그리고 여행자

by 외노자O


한국에서의 비행길이 막힌 상황에서 뭔가 현장감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지 평소에는 찍지도 않던 사진들을 3일의 일정동안 열심히도 찍어댔다. 여행 한 번에 사진 서너 장 찍던 나에게는 큰 행위였다.


이제는 익숙해진 이 길. 기억을 더듬어 명당자리를 찾는다.

당장 눈앞에 펼쳐진 절경. 유원지 아이의 손에서 놓아진 풍선처럼 구름이 눈앞에 떠있다. 내려다보는 반지하는 녹음이 전개되며 지평선 위로 인적 없는 계곡물 같은 깨끗한 하늘이 흘러내린다.


나는 차분히 핸드폰으로 그것들을 퍼 담아 너에게 흘려보냈다.

그렇게 이곳의 파편들로 내게 보내는 메시지는

이 자리에 너를 데려오기로 약속을 남기며 3일이라는 긴 초대장이었다.


판시판(Fansipan)에 올라가서...
판시판 정상에서 찍은 영상입니다(바람소리가 크네요..)

이렇게 또 한 번의 사파여행을 마친다.


나는 자연스레 본업으로 돌아와 이 기행담의 쉼표를 찍는다.





돌이켜보면 참 많이도 쏘다녔다.

하노이, 사파, 하롱베이, 하이퐁, 다낭, 호이안, 달랏, 푸쿠옥 등등

옴니버스식으로 길게 이어 붙여진 여행이야기는 하나뿐인 독자의 취향에 매우 적합했다.


물론 특별한 경험도, 사건사고도 많았다.

그중 생각나는 것 대충 몇 개만 적어보자면...


진주농장에 취직할뻔한 푸쿠옥

(진주가 사람 눈 돌아가게 하더군요.)




아침에 소매치기당한걸 공항에서 뒤늦게 알아 가방 안주머니에 있는 비상금 10만 원으로 4일을 보냈던 달랏여행

(짠내 나게 고생 좀 했습니다..)




킹콩촬영지에서 카약을 타고 원숭이 서식지까지 노 저어 가 그들의 언어로 싸웠던 하롱베이

(제가 이겼습니다!)



바구니보트에서 떨어질뻔해 뱃사공과 멱살잡이 했던 호이안(그래도 팁은 줬습니다..)



오토바이 하나로 삼일 내내 섬투어를 다녔던 하이퐁 (죽을 뻔했지만 다행히 살아남았습니다..)

투구게,, 맛 없습니다.. 다른거 드십쇼..



이제는 경험하기 힘든 한국인 없는 다낭

(한국인은 없지만 한국어로 소통은 가능합니다.)


등등......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이 기행들에서 시시각각 일어나는 해프닝들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고로 제삼자인 너에게는 즐거운 시트콤이었다.



그리고

차분한 여행을 좋아하는 내게 줄어든 관광객은 큰 호재였다.

특히 한적한 관광지의 밤, 낮은 내가 선망하던 감성이 담겨있다.


노을이 사그라들고 적막한 어둠이 깔린 밤바다.

멀리서 작게 깜빡이는 네온사인과 벤치에 혼자 앉아있는 내 위로 핀조명처럼 쏘아지는 가로등.

균일하게 철썩이는 파도의 메트로놈.

사색을 연주하기 좋은 밤들

그리고

낮이 밝으면 민들레 홀씨처럼 퍼지는 화사함.

여전히 부서지는 파도소리와 함께 커튼 뒤 백스테이지의 소리 없는 부산함.

뒤이어 준비되는 화려한 만찬들.


이런 분위기. 한적함 가득한 나의 여행은 볼드체로 기억된다.





그렇게

나는 거주 중인 하노이에서

너는 서울에 거주하면서

각자의 일상이 담긴 사진들이 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