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결정적 순간들
트럼프 2기가 시작됨과 동시에, 국제 질서는 다시금 '신제국주의화'로 인해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지난 2025.2.2일 자 트럼프의 캐나다 관련 발언은 말 그대로 캐나다에게는 치욕스러운 도발 그 자체이다. (1월 6일에 이어 두 번째 도발이다)
트럼프는 또한 파나마 운하를 "돌려달라"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그린란드는 아예 "사겠다"라고 제안한다. 주권국인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전형적인 미국 우선의 제국주의적 발상을 하고 있음이다. (영토확장을 통한 약탈 및 식량과 향신료, 귀금속 및 노동력 확충을 위한 근대 이전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러한 "신제국주의 시대", "신패권주의 시대"의 도래를 목도하고 있는 이 즈음에서는, 아쉬운 데로 과거의 사례(역사)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혹시 아는가 그것에서 지금의 난국을 헤쳐나갈 묘안을 발견하게 될지!
☞ 저자: 마이클 돕스
☞ 초판: 『1991』1997년, 『1962』2008년, 『1945』2012년
☞ 한국어판: 『1945』2018, 『1962』2019년, 『1991』1997년, 모던아카이브
【저자 탐구】 (편저자 역)
마이클 돕스(Michael Dobbs) - 미국의 언론인이자 작가
경력
- 워싱턴 포스트 외신 기자 (30년 이상)
- 1980년 폴란드 그단스크 조선소를 방문한 최초의 서방 기자
(Gdańsk Shipyard, 1980년 8월, 이곳에서 레흐 바웬사가 주도한 대규모 노동자 파업이 시작)
- 1980년대 공산주의 붕괴 과정을 취재
- 1988-1993년 모스크바 지국장 역임
대표작
1. 냉전 3부작
- "Six Months in 1945": 2차 세계대전 종전부터 냉전 시작까지
- "One Minute to Midnight":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 "Down with Big Brother": 1989-1991년 소련 붕괴
2. "King Richard: Nixon and Watergate - An American Tragedy"(2021): 워터게이트 스캔들
들어가며...
마이클 돕스(Michael Dobbs)는 냉전의 주요 전환점을 다룬 『1945』, 『1962』, 『1991』을 통해 현대 국제정치의 핵심적 순간들을 재현한 역사 논픽션 작가이다. 이 책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 질서 형성, 쿠바 미사일 위기, 그리고 공산주의 붕괴와 소련 해체라는 세계사적 변곡점을 다룬다. 돕스는 철저한 사료 분석과 인터뷰, 비공개 문서 해석을 통해 독자들에게 역사적 사건의 복잡성과 인간적인 측면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본 고에서는 각 책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고, 이들의 역사적 의의와 현대적 함의를 살펴본다.
돕스의 저작은 단순한 역사적 기록을 넘어, 각 시대의 정치적 결정이 어떻게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현장감 있게 분석한다. 이를 통해 냉전의 복잡한 구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현대 국제 질서와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1945』는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되는 시기를 배경으로, 새로운 국제 질서가 형성되는 과정을 다룬다. 저자는 1945년의 주요 사건들—얄타 회담, 포츠담 회담, 독일 및 일본의 항복—을 중심으로 미국, 소련, 영국 간의 권력 균형이 어떻게 조정되었는지를 탐색한다. 특히, 루스벨트, 스탈린, 처칠의 정치적 계산과 그들이 구상한 전후 세계에 대한 입장을 심층적으로 조명한다.
돕스는 전후 재건의 구체적인 과정뿐만 아니라, 서방 세계와 공산권이 대립하게 되는 정치적, 군사적 기원을 철저히 분석한다. 그는 1945년의 결정이 냉전이라는 거대한 대립 구조를 어떻게 형성했는지를 다각적으로 설명한다.
- 얄타 회담과 전후 유럽의 분할: 소련의 동유럽 지배권 확대와 미국의 민주주의 확산 전략 간 충돌.
- 포츠담 회담과 냉전의 서막: 트루먼과 스탈린 간의 갈등, 핵무기 사용에 대한 결정.
- 전후 경제 재건: 마셜 플랜과 소련의 동유럽 경제 지배 정책 대비.
- 유엔 창설과 국제 질서의 변화: 다자간 외교체계의 형성과 초강대국 간 세력 균형 구축.
『1945』는 냉전의 구조적 기반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미국과 소련의 협력과 갈등이 전후 세계 질서를 결정짓는 과정을 면밀히 분석하며, 오늘날 국제정치 질서의 원형이 이 시기에 형성되었음을 강조한다.
돕스는 또한 1945년을 국제정치의 출발점으로 설정하며, 이후 냉전 체제가 어떻게 발전하고 확장되었는지에 대한 장기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지도자들이 내린 결정들이 후대 국제정치에 미친 영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하며, 오늘날의 지정학적 문제들과 연결 짓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일종의 분노가 치밀었던 것도 사실이다. 책에 따르면, 이미 독일이 점령했던 폴란드에 진주한 소련군의 영향력을 인정해 달라는 흐루쇼프의 요구에 따라, 폴란드의 동쪽 국경은 상당 부분 소련에 넘겨지고, 그 대신 서쪽 영토는 독일에서 빼앗아 폴란드에 할당하는 방식으로 조정되었다. 그러나 이 중요한 결정은 정작 폴란드인들에게 단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이루어졌다.
(이 내용을 읽으며, 2차대전 당시 전쟁에서 패한 일본의 북쪽 지역을 요구했던 소련 즉 '홋카이도'를 대신해, 한국의 38도선 이북을 소련에게 넘겨준 사건이 떠올랐다. 이는 미국과 소련의 일방적 합의에 의한 결정이었다.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한반도는 분단의 길을 걷게 되었다. 더욱이, 미국은 이에 대해 단 한 번도 우리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 이와 관련된 글의 본문을 살펴보자.
"스탈린은 몰로토프에게 자신이 제시한 타협안을 읽게 했다. 소련 측은 폴란드 동쪽 국경으로 커즌 선을 여전히 고집했지만 “폴란드를 위해 대략 5~8킬로미터 정도의 범위”를 양보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의 서쪽 국경은 제3제국 깊숙한 곳에 있는 오데르강과 나이세강 서부를 따라 형성될 터였다. “폴란드 망명 정부의 몇몇 민주적 지도자들”을 루블린 정권에 포함시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됐다. 그 뒤 “확장된 정부”가 워싱턴, 런던, 모스크바의 공식적인 승인을 받고 새로운 의회를 위한 총선거도 최대한 빨리 열릴 터였다.
소련 외무부 장관 뱌체슬라프 몰로토프가 제안서를 읽을 때에는 지도가 없었다. 처칠은 나중에 자신이 오데르강의 두 지류인 나이세강 서부(라우시처)와 동부(글라처)의 차이를 몰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 강 사이에는 매사추세츠 주 정도 크기의 땅이 있고, 독일계 주민 270만 명이 산다는 사실을 지적한 국무부 연구자료를 읽지 못한 루스벨트도 마찬가지였다. 이 숫자에 더해 이미 처칠과 루스벨트의 동의하에 결정된 계획으로 인해 독일인 700만 명과 폴란드인 200만 명까지 삶의 터전을 잃고 쫓겨날 판이었다. 요컨대 스탈린이 이탈리아나 애리조나 주와 거의 맞먹는 크기의 땅덩어리에서 1200만 명을 강제이주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미 국무부는 이 정도의 대규모 인구 이동은 폴란드를 소련의 보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소련의 완전한 위성국”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히틀러의 유대인 600만 명 학살보다는 덜 잔인했지만 이 인구 이동 계획은 역사상 가장 큰 민족 청소였다." _ 같은 책 97~99쪽 인용 (정말 화가 나지 않는가!!!)
『1962』는 냉전 기간 동안 세계가 핵전쟁의 위기에 가장 가까이 갔던 순간을 다룬다. 이 책은 미국과 소련 간의 치열한 외교적 수싸움과 쿠바 내 핵미사일 배치 문제를 중심으로, 케네디, 흐루쇼프, 카스트로가 취한 전략적 결정들을 분석한다. 돕스는 백악관 내부의 논의 과정, 미군과 소련군의 대비 태세, 그리고 외교 채널을 통한 해결 과정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미국과 소련 간의 외교적 갈등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각국 내부의 정치적 갈등과 군사적 긴장도 함께 분석한다. 케네디 행정부의 의사결정 과정과 흐루쇼프의 전략 변화 과정은 국제정치의 불확실성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 미국의 정찰과 대응: (쿠바) U-2 정찰기 격추, (소련) U-2기의 소련 영공 침범으로 인한 긴급 대응 및 군사적 준비
- 케네디 행정부의 내부 논쟁: 군사 공격과 외교적 해결책 사이의 갈등.
- 흐루쇼프의 대응: 핵전쟁 회피를 위한 비밀 협상과 타협.
- 미국-소련 간의 신뢰 구축: 위기 이후의 외교적 교훈과 군축 협정 체결.
『1962』는 위기 상황에서 지도자들의 결단이 세계사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냉전의 긴장 속에서도 외교적 해결이 가능함을 입증한 사건으로, 이후 미국과 소련 간의 군비 통제 협상의 기초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돕스는 또한 이 사건이 이후 국제정치에서 위기 대응 및 협상 전략의 모델로 자리 잡았음을 강조한다. 이후 국제 외교 무대에서 핵무기 감축 조약과 신뢰 구축 조치가 등장한 배경을 설명하는 데 있어 이 책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991』은 소련이 해체되는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돕스는 고르바초프의 개혁 정책(페레스트로이카, 글라스노스트), 소련 내 민족 문제, 보리스 옐친의 정치적 부상, 보수파 쿠데타 시도 등을 분석하며, 냉전 체제가 붕괴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한다. 그는 주요 인물들의 시각을 교차하면서, 복잡한 정치적 변화를 보다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이 책은 1991년을 중심으로 하지만, 그 전조가 된 1980년대 후반의 변화들 역시 상세히 서술한다. 소련 내부의 경제 위기와 공산당 내부의 갈등, 그리고 서방과의 관계 변화가 어떻게 1991년의 사건들을 촉진했는지를 면밀히 분석한다.
- 고르바초프의 개혁과 한계: 페레스트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이 도입되면서 경제 자유화와 언론 자유화가 진행되었지만, 예상했던 성과를 내지 못함.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국민의 불만이 커지고, 개혁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심화됨.
- 보수파 쿠데타 시도: 1991년 8월, 공산당 내 강경 보수 세력이 고르바초프의 개혁 정책에 반대하며 쿠데타를 시도. 쿠데타는 초기에는 성공하는 듯했으나, 보리스 옐친이 이끄는 민주화 세력과 국민의 저항으로 실패. 쿠데타 실패 이후 공산당은 급격히 붕괴하고, 소련 해체가 가속화됨.
- 보리스 옐친의 부상: 러시아 공화국 대통령이었던 옐친은 쿠데타 저지 과정에서 국민적 지지를 얻으며 소련 해체를 주도하는 역할을 함. 옐친은 소련 연방에서 독립하려는 공화국들과 협력하며, 소련 해체를 공식적으로 확정하는 계기를 마련.
- 소련의 공식 해체: 1991년 12월, 벨로베즈 협정(벨라루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정상 회담)에서 공식적으로 소련 해체를 선언하고, 독립국가연합(CIS)이 창설됨. 고르바초프는 12월 25일 대통령직에서 사임하며, 소련의 역사적 종말이 공식화됨.
『1991』은 냉전의 공식적인 종결을 다루는 중요한 연구로, 소련 붕괴가 국제 정치와 경제에 미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한다. 오늘날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냉전 이후 세계 질서의 기원과 발전을 설명하는 중요한 저작이다.
돕스는 소련 해체가 단순한 경제적 문제나 정치적 실책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역사적 요소가 결합된 필연적 결과였음을 강조한다. 그는 냉전 종결 이후 국제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러시아가 어떻게 기존의 초강대국 지위를 상실하고, 새로운 정치적·경제적 도전에 직면했는지를 설명한다.
또한, 『1991』은 러시아 내에서의 권력 투쟁과 정치적 변화가 현재의 푸틴 체제와 같은 강한 국가주의적 성향을 낳게 된 배경을 탐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마이클 돕스의 『1945』, 『1962』, 『1991』은 냉전 시대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을 면밀히 분석한 작품들로, 현대 국제정치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를 제공한다. 냉전의 기원, 위기의 극복, 체제 붕괴라는 세 가지 중요한 순간을 다루며, 현대 국제정치의 초석이 된 사건들을 조명한다. 이 책들은 단순한 역사적 기록을 넘어, 국제정치의 복잡성과 인간적 요소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트럼프로 인한) 미국의 국가중심주의가 발흥함에 따라 국제기구 등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에는 국제적으로 혹은 지엽적으로 다종다양한 위기가 발생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는 역사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이러한 복잡 다난한 상황을 대처하기 위한 개인과 국가의 대응 방안 마련은 필수요건이라 하겠다.
바라기는 우리의 위정자들이나 시민 사회 모두가 새로운 국제질서의 태동에 맞서 국가의 안위와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기대한다.
서두의 트럼프/미국령 그래픽 출처 : 뉴욕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