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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소중한 것들

3월 1일. 이슬비.

by KEN

우리 집 화분들중 일부.

대부분 특별히 가꾸지 않아도, 제멋대로 자라난다.

그중에는 아보카도를 먹고 남은 씨를 심어 키운 녀석도 있다.

몇 해를 함께 지내며 두 번의 이사를 겪었지만, 여전히 씩씩하게 자리하고 있다.

물 한 줌이면 족하다는 듯, 그냥 사는 것을 넘어 꿋꿋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다.


화분들 사이엔 작은 인형들이 있다.

누군가 선물해준 조그만 손길,

훌쩍 커버린 조카가 어린 시절 빚어 놓고 간 작은 찰흙 인형.

언젠가부터 이런 사소한 것들이 더없이 소중해졌다.

그런 순간, 그 시절을 지나오고 나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이 새롭게 와닿는다.


저기에는 아내의 60번째 생일을 기념하던 숫자도 보인다.

아내는 그런 사람이다.

이야기가 깃든 것들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오래도록 간직하는 사람.


3월이다.

새싹이 돋듯, 우리 마음에도 새로운 소망이 피어나길.

거실 한편, 초록으로 물들어 가는 화분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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