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18 은퇴를 앞두고 이메일 송부용 글
30여년간의 회사생활 가운데 추진해 왔던 각종 경영기법 및 실행 결과 등을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그간에 추진했던 내용 즉 경영전략, 역량향상, 비즈니스 모델개발, 개발방법론, 혁신방법론, 마케팅, 고객 인사이트 발굴 등등을 하나씩 정리하고 필요시 공유할 예정입니다.
본고는 그 첫 장으로, 최근 6년간의 화학업계 경험을 통해 아쉬웠던 점을 편지글 형식으로 가볍게 정리했습니다. 편의상 가칭의 회사명을 사용하여 가상의 상황으로 상정, 기술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2023년 12월 31일, 34년간 지내왔던 회사를 정년으로 퇴임합니다.
지내왔던 기간들을 정리할 기회를 점진적으로 가질 계획입니다만, 우선은 전자업계에서 화학업계로 전직하게 되면서부터 최근까지의 짧은 소회와 그에 따른 아주 작은 제안을 드립니다. 그간의 실적에 대한 반성을 겸해서 말이죠.
(E社에서 C社로 이동 계기 포함)
2017년 10월 2x 일, 여의도 E관 2x층에서는 ‘GE社 제조혁신 추진현황’을 공유하는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당시 그룹 부회장이셨던 K대표를 모시고 하는 보고회였습니다.
주요 공유 내용은 (1) 총합생산성(UPPH)을 기반으로 하는 현장개선, (2) 최적화된 생산, 통합 관제, 자공정 품질 완결형 생산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제조지능화, (3) 3S(단순화/ 표준화/공용화)를 기반으로 개발/ 조달/ 생산/ 모델운영/ 판매모델관리를 포괄하는 운영복잡도 개선 즉 모듈러디자인 등 3개의 축을 기반으로 지난 3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차년도 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였습니다. 당시 저는 모듈러디자인을 총괄하는 대표자로 배석했었습니다.
모듈러디자인은 플랫폼수, 모듈종수, 부품종수를 감축하여 개발 및 생산, 구매/조달 부문의 운영 복잡도를 개선하고 이를 통해 2015년 1, 9xx 억 원, 2016년 3, 6xx 억 원의 실적과 2017년도에는 4, 4xx 억 원의 경영기여 절감 목표를 수립하였습니다. 동 보고회는 그 결과 및 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였습니다. (2017년 말 실적은 계획대비 초과하여 4, 7xx 억 원을 상회하는 실적 달성)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GE에서의 경험이 당시 GC의 B사업에도 필요하다는 생각, 즉 당시 본격적인 성장세에 들어서는 B사업에도 유사한 혁신 과제를 추진하여 운영의 효율화를 달성하고, 개발/생산 등의 운영상 복잡도를 개선하여 궁극적이고 통제 가능한 품질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사업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당시 전자 V추진실에서 이기는 제품 개발 과제를 각 사업장에서 리딩하고 있고, 아울러 모듈러디자인을 전사 추진하고 있는 저에게 GC로 이동하라는 주문(당시에 저는 그렇게 이해했습니다)이었고 저의 GC로의 이동이 조직적 차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저의 이동과 관련하여 그룹에 보고되고, GC 대표이사의 동의 절차를 거치며, 이후 이동 진행)
상기 그룹 보고를 열흘 앞선 2017년 10월 1x 일에는 GE P공장에서 GE 6개 사업본부 및 계열사가 참여하는 혁신포럼이 진행되었고, 당시 주요 공유 과제 중의 하나가 GE에서의 모듈러디자인 적용 사례였습니다. 당일 공유된 결과들이 집계되고 향후 계획들을 포함하여 열흘 후에 그룹에 보고된 것입니다. 당시에 공유된 내용 중의 하나가 ‘T사업 통합 모듈러 디자인 활동’ 사례입니다.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당시 T사업 또한 개발 효율 향상, 생산공정 표준화/자동화, 협력사 생산성 향상 등 전 부문 혁신과제 추진을 통해 단일 사업부에서 1,000억 원 이상의 원가 절감을 3개년 연속 매해 달성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저를 포함한 본사의 ‘V추진실’ 멤버들은 각 사업본부/사업부의 모듈러디자인 코치이자 퍼실리테이터로 또한 추진 방법론 개발 및 확산, 실행 스킬의 개발 및 지원 등의 방식으로 각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였고, 일의 진행과정에서 필요한 경영진의 참여 즉 대표이사, 본부장/사업부장 및 연구소장, 생산센터장, 구매센터장 등에게 지속적 보고 및 매월 전사 경영회의에 시그널 등 진척도를 보고하여 관련부문의 참여를 이끌어 실질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추진하였습니다.
(‘했어야만 했었던 것’에 대한 반성 포함)
전술하였던 것과 같이, 제가 GE에서 이적하게 된 것은, 3S(단순화, 표준화, 공용화)를 기반으로 개발 및 생산공정의 운영 효율화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사업의 경쟁력을 향상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이동 후 당시의 대표이사께 관련 추진 계획을 제안드렸으나 승인받지 못하였고, 결과적으로 동 업무는 이적시의 목적과 달리, 진행되지 못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러한 제언을 드리는 이유는, 단순화/표준화/공용화를 기반으로 하는 모듈러디자인 관점의 업무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3S관점으로 그간 제가 했던 일들을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개발 초기단계부터 PM/개발/품질/생산/마케팅 등 전 부문의 조기 참여를 통한, 개발완성도 재고 및 투입 리소스의 효율향상, 선행 품질 확보 등의 목적으로 진행을 시도하였으나, 팀의 역할 불명확 및 Top-down의지 확보 실패 등 여러 가지 영향으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개발단계 CE를 추진하였으나 당위성 등 역할 필요성 미확보 등)
조립라인에 신규 검사기 하나를 전 사업장, 전 라인에 확산전개를 하려다 보면, 주지하시는 바와 같이 라인별/호기별 조립라인 및 설비의 설치 세대가 다를 뿐만 아니라 각 공정도 표준화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조금 과하게 보면 당시 5x개 라인의 전체 호기가 각기 다르다고 볼 수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기를 개발하고 검증한다 하더라도, 5x개 각각의 라인별로 개발하고, 설치 또한 5x가지이며, 검증 또한 제각각 별도로 수행해야 동작 가능했었습니다. 검사기 이름만 같을 뿐이지 동일 검사기라고 얘기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당시의 느낌이었습니다. (사실상 호기별로 구분하면 거의 2백 종의 검사기가 개발되고 설치 및 검증되어야 했습니다.)
라인 설비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공정 또한 비표준이며, 운영 체계 또한 제각각이었습니다. GE에서 활용하여 각 사업부 모듈러디자인 수준 평가 Checklist 기준으로 보면, 총 5 수준 중 1 수준 이하로 평가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렇게 설치된 검사기에서 검사 된 각종의 Data가 서버로 취합되고, 그 데이터가 분석으로 활용될 때, 이것이 공통의 현상으로 해석되고 개선에 적용되기까지의 튜닝작업 또한 만만치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모든 것을 구현시키기 위해 수많은 공수가 투입되어 인력으로 해결해 나갔던 것도 검사정보통합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당시의 커다란 어려움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모습으로 성과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OOO님의 강력한 리더십을 기반으로 품질, 검사기술, 생산, PI 등이 총력을 다했던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이제 그렇게 확산전개 된 검사기 및 시스템이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공정/품질 운영체계(CTQ 검사 항목 및 기준, 공정 파라미터, 개발 및 품질 Spec 등)와 공정 및 설비를 포함한 HW의 단순화/공용화/표준화를 기반으로 한 최적화 운영 콘셉트가 연구 진행되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자동화/무인화를 넘어 스마트팩토리의 기반을 다지는 길이고, 예측가능한 품질 확보 및 불필요한 투자 및 Cost 저감으로 사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길임을 확신하기에 관련 업무의 연구 및 추진이 향후에라도 반드시 되어야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별도의 ’17년 10월 보고서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이, GE도 오래전부터 벨류체인 전체 운영효율화를 바탕으로 하는 지능형 자율공장을 추구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우리의 생산현장 또한 자동화되고 지능화되어, 궁극적으로는 공장의 스마트화를 지향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이 소위 ‘모듈러디자인적 방법론’이라고 생각됩니다. LG전자 또한 그것이 기반이 되어 C공장, US공장 등의 스마트 등대공장을 구축/운영할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또한 이른 시일 내에 구현되어야 할 목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GE는 모듈러디자인을 사업전략부터 영업/서비스까지 전 영역에서 추진하고, 그 진행 수준을 매해 측정하여, 본부장/사업부장의 평가에 반영토록 제도화하여 강력하게 추진해 왔습니다.
E에서의 추진 결과는, 2017년도 당시 CEO의 Global CEO Conference에서의 강의 및 생산법인장 강의 내용을 통에 볼 수 있듯이 모듈러디자인을 통한 성과 창출이 그 근간이었습니다.
즉 당시의 소위 ‘수익기반 성장’의 핵심을 ‘제품경쟁력 확보’로 보았으며, 제품경쟁력은 ‘상품기획, R&D/설계, 품질, 생산, SCM 등 전 영역에서 진행’되어야 하고, 그 실행의 근간은 ‘모듈러디자인’이며, 이를 통해 실현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E의 사례는 전체 영역에서의 혁신을 언급하고 있습니다만 회사별로 초기에는 각 영역별로 분리, 단계별로 진행시켜도 될 것입니다. 그 접근법과 운영방식은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 및 검토를 바탕으로 우선순위를 정해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황하게 썼었습니다.
정년을 맞이하여 직장에서의 마지막 시점입니다만, 그간의 배려에 감사도 드릴 겸,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었던 제안 의견을 간략히 정리해 본 것입니다. 자료 없이 구두로만 말씀드리면 그 말씀이 공허해질 수 있겠기에 나름 기존의 성과 근거를 가지고 일부 제언의 형식을 취했습니다. 혹 현상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기초로 잘못 말씀을 드린 것이라면, 그만두는 사람이 쓸데없이 오버했구나 생각하시고 너그럽게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