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e & Respond, Modular Design
‘가치’를 정의하는 여러 관점들이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는 그의 저서 <경영의 실체>(The practice of management, 1954)에서 “기업에서 효율성이 중요하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고객들이 사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특별한 필요에 대한 만족을 사는 것이다. 고객은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하기 때문에 오직 고객만이 기업이 무엇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기업은 단순히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효용과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고객이고 기업의 목적은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했으며, 고객 가치를 ‘고객의 특별한 필요에 대한 만족’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넷플릭스의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주인공 정다은과 친구 홍정란의 대화 내용에서도 짧지만 중요한 관점을 보여주는 대사가 있습니다.
홍정란 “우리 과에 오면 필수 질문 있는데, 해줘?”
정다은 “필수라며?”
…
정다은 “그리고?”
홍정란 “마음 상태를 먼저 물어보고, 환자의 말보다는 그 말 너머의 감정을 살펴라”
정다은 “아, 어렵다”
어려운가요?
환자가 하는 말 그 자체보다는 그렇게 말하는 환자의 마음 즉 환자가 처한 전후 관계 및 배경, 상황 등의 소위 콘텍스트(context)를 읽어야 한다는 의미일 겁니다. 경영 활동도 비슷하겠죠? 즉 고객이 지불하는 가격(price)보다 가치가 더 커야 고객이 기꺼이 그 가격을 지불하고 제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고객 관점의 가치이겠고요. 기업의 관점에서는 당연하게도 고객에게 판매하는 가격(price)보다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소요되는 비용(cost)이 낮아야 할 것입니다.
즉 고객에게는 ‘잉여’가 있어야 하겠고, 기업에게는 ‘이익(profit)’이 가치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영 활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간단하게나마 경영 활동을 살펴보겠습니다.
경영을 약간 구조화해 보면 1)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연구개발을 통해 상품을 만들고, 이를 시장에 공급하는 활동이 있겠고 2) 개발된 상품을 시장의 주문에 맞추어 재료 및 부품을 조달하고 완제품을 생산하여 고객에게 구입한 상품을 전달하는 활동으로 구분해 볼 수 있겠습니다. 전자를 ‘가치사슬(value chain)’, 후자를 ‘비용사슬(cost chain)’이라 정의하고 말씀을 이어가겠습니다.
상품과 서비스 관점에서의 경영 활동이란 ‘시장의 장단기 변화를 능동적으로 확인(sense)하여 가치사슬과 비용사슬에 유효한 정보를 제공하고, 적기공급(Time to Market & Time to Deliver / respond)으로 시장을 주도하려는 의도를 가진 활동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즉, 시장의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여 상품기획에 반영하고, 적절한 품질과 가격을 확보할 수 있는 개발을 통해 적기 출시하는 가치사슬(Value Chain)과, 시장의 고객 구매 반응을 빠르게 파악하여, 원자재 및 상품의 구매/조달을 통해 주문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비용사슬(Cost Chain)로 구성이 됩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잘 운영하는 것이 경영이고, 그 과정을 관리하는 것이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정이라고 거칠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즉 경영 관점에서의 가치는 아래와 같이 정의될 수 있으며 이러한 가치를 잘 관리 및 극대화하는 활동이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고객의 경험과 고객 민감성, 매장/서비스 방문 주기, 상품/서비스의 회전율과 차별성은 극대화하고, 디자인의 제공 주기 및 제품/서비스의 공급 리드타임과 교체주기는 짧게 하여, 고객이 느끼는 가치를 극대화해 가는 것이 경영활동의 핵심이라고 하겠습니다.
관건은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이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객의 요구 수준과 시점이 점점 빨라질 뿐만 아니라, 경쟁 또한 치열합니다. 따라서 시장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여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하겠노라 결심하는 순간, 내부 연구개발 자원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균형을 맞춰가는 활동은 가히 외줄 타기와 같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즉, 고객의 요구의 증가 등 시장의 필요를 반영하기 위해 개발을 늘릴 경우에 R&D 및 개발/조달/생산/공급 등 전체 오퍼레이션단에 많은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의 요구를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하여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즉 시장의 요구 규모(A)를 회사의 응대 규모(C)로 일대일 대응(A=C) 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것이 되겠습니다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가능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을 위시한 내부 오퍼레이션 자원이 엄청나게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장의 요구 규모(A)를 가장 적정 수준으로 정리하여 내부 자원 즉 R&D에 업무를 인가(B) 하는 계획이 필요하고, 효과적인 ‘정리’를 통한 상품기획을 하여 그 결과물이 ‘C의 시장 응대 규모 량의 근사치’에 해당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전략 즉, 최적의 시장 대응 전략에 따른 기획안을 구성해서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 기획단에서는 가치 공식에서 논의되었던 것과 같이 디자인의 제공 주기 및 제품의 공급 주기 등 까지를 고려한 기획이 이루어져 불필요한 손실을 최소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시장의 요구 시점과 대응 시점의 차이(지연, delay)에 따른 기회손실도 관리 대상에 포함시켜 철저히 관리되어야 할 것입니다. 시장의 요구 증가가 기업에게 위기인 것은 분명 하나, 시장 내의 모든 경쟁자 또한 유사한 위기로 다가올 것이기에 그 관리의 정도에 따라서는 나만의 강점으로 가져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용을 거칠게 정리했습니다. 시장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뿐만 아니라 내부 대응 역량 즉 내부 자원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시장 대응 효과를 최대화시켜 나만의 강점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1) 경영활동의 속도 향상 즉 시장감지(sensing), 기획, 개발, 생산, 조달 등 전체 가치사슬의 운영 속도 향상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이런 속도 향상은 2) 효과적인 운영 체계가 구축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당연하게도 3) 최소의 자원 투입으로 최대의 시장 커버리지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모습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이며 효과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철저한 실행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그 단계를 하나씩 올리다 보면, 어느덧 최고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듈러디자인 방법론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