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를 읽고, 그 말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를 바라는 형제들에게
교회 내 소그룹 모임의 멤버들에게 5주간 보냈던 편지글을 요약하여 정리해 두고자 기록합니다.
어제 모임 중 나눴던 내용 중에서 잊히지 않는 것이 있어 이 편지를 씁니다.
“성경을 필사해보기도 하고, 읽어 보기도 하는데 도무지 머리에 많이 남아 있지 않아요”
라고 한 친구가 얘기했었습니다. 기존에 유사한 고민을 했었던 저이었기에 그 생각으로 인해 어젯밤은 잠을 설쳤습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지난해(2023년)에 저는 성서를 PC로 타이핑(필사)했습니다. 2023년 1월 1일 시작하여 2024년 1월 15일에 완료했습니다. 필사해 가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회의감이 찾아왔었습니다. 타이핑을 거의 기계적으로 하고 있는 나를 거의 매일 봤었으니까요. 손가락은 성서를 타이핑하는데 머리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은 거의 매일의 그것이었습니다. 결론은 단순 필사나 혹은 읽기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던 것입니다. 해결책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왔던 경험을 나누고 싶어 졌습니다. 바른 성서 이해를 위한 노력들을 말이죠.
우선, 주변의 사람들에게 즉 믿음의 선배들에게 물었습니다. 조언도 들었습니다. 교회에서 하는 성경 학습 프로그램에 참여도 해 봤습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는 도움이 크지 않았습니다. 생각 다 못해 OO신학대학원에 등록하여 신약학 및 조직신학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신학 과정은 성서를 체계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부담도 있었지만 재미도 있었습니다. 수업뿐만 아니라 과제와 토론 등을 준비하면서 필요한 연관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기도 했습니다. 나름 성과가 있었던 시간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학습은 계속되었습니다. 신약학 및 조직신학을 비롯하여 구약학과 기독윤리 등 4개 과목을 수강하였습니다. 하반기에는 역사신학을 추가할 계획입니다. 결과적으로 말씀드리면, 혼자만으로는 성서를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더라는 것입니다. 학습해 보니까 전문가의 조력이 필수라는 확신이 들게 되었습니다.
도움을 받는 여러 방법이 있겠습니다만, 그중 한 가지는 강좌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학문적 전공자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목회자의 설교 만으로는 성서를 체계적이고 통시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독학도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만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을 확보하기까지는 전문가의 가이드가 필요해 보입니다. 개괄적으로라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데는 전문가의 조력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입니다.
추가적으로 전문 서적을 탐독하는 것입니다. 이 또한 필수적인 것입니다. 성서만으로 성서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류나 편견에 빠질 수 있습니다. 수 세기에 걸쳐 선행해서 연구해 온 수많은 선진들의 저서를 통해 그들의 주장을 학습하고 이해해서 나 만의 '해석력' 즉 '관점'을 확보하는 것이 성서 이해의 기본이라는 생각입니다. 폭넓은 독서는 편견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타인의 말이나 글을 거를 수 있는 기준 즉 거름망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위에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성서에 대하여' 공부하는 것과 관련한 것입니다. 많은 선배들이 권유하는 것은 '성서에 관한 학습'과 '성서 자체에 대한 학습'의 병행 즉 균형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성서로 성서를 해석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또 다른 '~에 관한 책'을 학습해서 나의 관의 형성했을 때에서야 비로소 성서의 말씀 또한 올바르게 해석될 수 있을 거라는 것입니다.
관련하여 지난 몇 개월 동안 제가 도움받기 위해 읽었고, 현재도 읽고 있는 책들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참고가 되시길 바랍니다.
신약학: 현대인을 위한 신약개론(마크 알란 포웰), 신약성서개론(찰스 B. 쿠사)
구약학: 구약성서 탐구(버나드 W. 엔더슨), 구약의 숲(김근주)
역사신학: 그리스도교 역사와 만나다(데이비드 벤틀리 하트), 한국개신교 근본주의(배덕만), 기독교의 역사(알리스터 맥그래스)
조직신학: 회중주체적 조직신학(김용복), 기독교 신학의 숲(김형원), 질문하는 신학(김진혁), 칭의와 정의(김동춘 등)
신학일반: 신(김용규), 신학이란 무엇인가(알리스터 맥그래스), 현대신학이란 무엇인가(로저 올슨), 신학의 영토들(김진혁), 비교신학 시리즈 4,7,8,9(부흥과 개혁사), 복음주의 신학논쟁(그레고리 A. 보이드), 하나님 나라(박철수), 거룩하신 하나님(데이비드 웰스), 고백록(어거스틴), 고백록 해설(신한용)
성경번역본: 2016 해설판 새 번역 성경, 메시지 성경(유진 피터슨)
신앙서적: 예수가 하려던 말들(김호경), 인간의 옷을 입은 성서(김호경), Re: 성경을 읽다(이상환), 사랑이 한 일(이승우 소설), 기원이론(로버트 비숍 등), 예수 하버드에 오다(하비 콕스), 그리스도교 역사와 만나다(데이비드 벤틀리 하드),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 이야기 <신>(김용규) 등등입니다.
물론 이 외에도 다양한 신학/신앙 서적 등을 읽고 있습니다만, 우선은 위에 소개한 책들을 참고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이 중에서도 제가 많은 도움을 받았던 책들을 꼽아보자면, 김호경 교수의 책들과 이상환 님의 책을 읽어 보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아울러 이승우 소설 또한 성경의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비틀고 곱씹을 수 있는지 그 방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책들은 쉽게 읽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읽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현대를 살아가는 기독인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을 특별히 추천합니다. 김용규 님의 저서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 이야기, '신'>입니다. 비록 1천 쪽에 가까운 책이라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반드시 몇 독을 해야 할 필요를 느낄 만큼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적극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위 서적 중에 한 권만 선택하라면 저는 이 책을 고르겠습니다. 제 목표 또한 이 책은 최소 3독 이상은 할 계획입니다. 년 2회 즉 반기 당 한 번씩 말이죠. 그만큼 좋은 가이드를 받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 들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성경은 대부분 개혁개정판을 읽고 있을 겁니다만 ‘메시지 묵상 성경’을 적극 추천합니다. 유진 피터슨이 번역한 것인데, 현대의 용어로 우리가 이해하기 쉽도록 기술되어 있어 성경 말씀을 이해하기에 매우 유리합니다. 참고로 번외이긴 합니다만 <가톨릭 성경> 또한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개신교에서는 외경으로 취급하여 접하지 않는 '판관기' '토빗기' '유딧기' '에스테르기'를 비롯하여 '마카베오기' 등등을 통해 전후 맥락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 또한 선택 사항이긴 합니다만, 필요한 읽기 중의 하나라는 생각입니다.
독서 또한 때로는 협력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연락 주세요. 기쁘게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