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가 ㅣ 존 재릭 John Jarick, 구약학자
전도서의 반명제(Antithesis)는 전체적으로 삶에 대한 부정적 명제(“헛됨”)를 보완하는 긍정적인 통찰을 제공하며, 교사(코헬렛)가 삶에 대해 가지는 내적 긴장과 대화를 반영한다고 하겠습니다.
삶에 대한 대안적 시각: 지혜의 유익함
전도서에는 지혜가 무익하다는 비관적 견해와 더불어, 지혜가 어리석음보다 훨씬 낫다는 긍정적 평가가 제시됩니다(2:13).
지혜는 통치자와 평범한 사람 모두에게 삶의 안내자 역할을 하며(2:14; 4:13), 경계와 교훈을 제공하고(7:5), 재산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7:11).
지혜는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며(7:12), 어떤 상황에서도 그것을 개선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7:19; 9:15).
지혜는 가장 큰 목소리나 무기보다 뛰어난 힘이며(9:16-18), 행동의 시기와 방식을 아는 능력으로 인해 현실에서 유익을 가져다줍니다(8:5).
지혜는 사람들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고(8:1), 지혜자들은 어리석은 자보다 성공적인 삶을 살아갑니다(10:2).
삶은 여전히 즐거울 수 있다: 낙관적 인식
삶은 비천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이 있으며(9:4), 전반적으로 그렇게 나쁘지 않고 즐거울 수 있습니다(11:7).
신중하고 사려 깊은 행동은 현실 세계 안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11:1).
하나님은 의로운 자에게 복을 주시고 악인에게는 저주를 내리신다는 전통적 신앙은 여전히 위안을 제공합니다(8:12-13).
사람은 마음속 근심을 몰아내고 주어진 삶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를 가집니다(11:10).
"먹고 마시며 즐거워하라"는 핵심 명령
전도서의 핵심 반명제는 “먹고 마시고 즐거워하라”는 반복되는 주제를 중심으로 표현됩니다. 이 주제는 2:24, 3:12-13, 3:22, 5:18, 8:15, 9:7-9 등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반복되며, 삶의 단순한 기쁨을 최고의 선으로 간주하는 교사의 관점을 반영합니다.
특히 “보다 나은 것이 없다”(There is nothing better than…)라는 히브리어 표현은 인간이 삶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태도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임을 시사합니다(3:12, 22; 8:15).
하나님이 주신 몫으로서의 즐거움
삶의 즐거움은 인간의 자의적 선택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이며(3:13), 그분의 손에서 나옵니다(2:24).
이러한 즐거움은 하나님의 뜻에 부합하는 삶의 몫이자 분깃으로 주어집니다(3:22; 5:18; 8:15). 하나님은 사람이 평생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그 마음에 즐거움을 두십니다(5:20).
삶의 동반자와 현재의 기회 중시
교사는 동반자와 함께하는 삶이 가장 즐겁다고 조언하며(9:9), 이는 동료애와 연대감이 큰 유익을 주기 때문입니다(4:9-12).
사람은 삶의 조건이 좋아지기를 기다리기보다는 현재를 붙들어야 하며(11:4), 주어진 기회를 선용해야 합니다(9:10).
기회를 놓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며(4:5), 현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것이 지혜로운 태도인 것입니다.
전도서 반명제의 정서
반명제는 전도서 전체의 어두운 현실 인식 속에서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밝은 측면을 제시합니다. 특히 9:8은 이 반명제의 정서를 가장 밝고 명료하게 드러낸 본문으로, 삶의 긍정적 태도를 극대화시킵니다.
궁극적으로 전도서는 반복되는 “헛됨”의 현실 진단 위에 “삶을 즐기라”는 하나님의 허락된 계명을 덧붙이며, 실존적 고찰 속에 희망의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 즉 전도서 속 반명제가 삶의 덧없음을 초월하여 어떻게 인간 존재의 소중함과 그 삶을 누리는 태도를 강조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삶에의 적용
물질과 시간, 인간의 지혜와 수고가 결국 “헛됨”으로 귀결된다는 전도서의 정명제는 우리 삶의 본질적인 무상함을 직시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 새겨진 반명제는 전혀 다른 차원의 영적 통찰을 우리에게 제시합니다. 바로 “하나님이 허락하신 현재의 삶을 기쁨으로 누리라”는 깊은 권고입니다.
“오늘, 하나님이 주신 기쁨을 붙드십시오”
우리는 종종 미래의 확실함을 확보하려고 분투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기쁨을 유보하고, 소유와 성공이라는 목표 앞에 삶의 단순한 감사조차 미루곤 합니다. 하지만 전도자는 말합니다. 세상의 모든 수고와 지혜, 부와 명예조차도 결국에는 “헛되다”고. 그러나 그는 그 말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깊은 허무의 틈새에서 한 줄기 빛처럼 이렇게 권면합니다.
“먹고 마시며 즐거워하라.”
“이는 하나님께서 너희에게 주신 몫이다.”
“지혜는 얼굴을 밝게 한다.”
이 말씀은 단순한 쾌락주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현재라는 시간 속에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은혜의 자리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감사하며 살아가라는 초대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무시하거나 헛되게 흘려보내지 말고, 그것을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 여기고 누리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이 땅에서 무조건 참고 견디며 버티기만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우리 마음에 기쁨을 주시고, 그 기쁨이 평생토록 지속되기를 원하십니다(전 5:20). 그리고 무엇보다, 그 기쁨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나누는 삶 속에서 깊어집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감사하며, 내가 처한 자리에 주신 하나님께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이라는 이 하루 안에 숨겨진 하나님의 선물을 기쁨으로 발견해야 하겠습니다.
이 가벼워 보일 때에도, 하나님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명령'하십니다. 그것은 허무를 이기는 신앙의 태도라고 생각됩니다.
오늘, 그 기쁨을 믿음으로 붙들고 나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_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