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4. Echoes of Celebration [축제의 메아리]
큰 기대 없이 시작했던 발걸음이었습니다.
집 근처 공연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가까우니 자연스레 찾게 되었던 첫날의 공연이 시작이었죠.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높은 연주 수준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서 참여한 40여 명의 연주자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 그대로 국내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연주회였으니까요.
그리고 오늘은, 그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넷째 날이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갈 즈음엔 벌써 내년이 기대되더군요.
2026년, 새롭게 개관하는 평택 아트센터에서의 실내악 축제.
별다른 일이 없다면, 전 일정에 반드시 참여할 계획입니다.
아무튼,
2025년 평택 실내악 축제 마지막 날의 무대를
짧게나마 스케치해 봅니다.
◻︎ 오늘 연주된 곡들에 대한 Program Note
◻︎ 강자연 교수의 곡소개 동영상: [PCMF] DAY-4 평택 실내악 축제 곡 해설
4일 차 티켓을 교환하러 갔더니,
데스크에서 4일간의 축제 전체 일정에 모두 참석한 관객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두었더군요.
평택에서 열리는 다른 공연의 관람권이었습니다. 랜덤으로 선택되는 방식이었는데, 제가 받은 공연은 연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였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미 예매해 둔 공연이더군요.
혹시 다른 공연으로 바꿀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직원은 공정성 문제로 인해 교환이 어렵다고 정중히 안내해 주었습니다. 조금 아쉬웠지만, 충분히 이해가 되었고 무엇보다 이런 선물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아, 하나 더 있습니다.
이번 축제에 참여한 연주자들의 싸인이 담긴 프로그램북도 함께 받았습니다.
오늘은 전체 스케치는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오늘의 레퍼토리 중에서 두 번째였던 베토벤의 곡에 대한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피아노 3중주 제4번 내림 나장조 작품 11, 거리의 노래"라고 하는군요. Vn.이경선(인디에나대) Vc. 이정란(연대), Pf.이진상(한예종) 교수가 연주했습니다.
피아니스트 이진상이 지난 2021년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했던 베토벤의 "거리의 노래" 첫 악장 연주가 짧게나마 유튜브에 올라 있습니다(유튜브 장면). 일반적으로는 클라리넷, 첼로, 피아노(조성진) 편성이 주로 연주되는 모양입니다만, 오늘은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편성입니다.
관건은 2악장이었습니다.
1악장이 끝나고 2악장이 시작되자, 연주가 채 반도 지나기 전에 저는 이미 무장해제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첼로가 리드하며 시작된 선율은 첫 음부터 제 마음을 깊이 흔들어놓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어서 바이올린이 그 선율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았고, 두 악기가 서로를 감싸며 어우러졌습니다. 물론 명료한 터치의 피아노가 그 사이를 매끄럽게 이끌고 나가며, 다시 한번 셋이 어울리는 합주로 이어질 때, 저도 모르게 울컥해졌습니다.
무엇 때문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냥 분명 음악을 듣고 있었을 뿐인데,
연주자들이 그 경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을지,
어떻게 저토록 아름답게 하나로 어우러질 수 있는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연주하기 위해 그들은 얼마나 마음 졸이며 연습했을지,
그리고 작곡가는 또 어떤 마음으로 이 선율을 그려냈을지를 순간순간 떠올리며 감정이 북받쳤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저 스스로에게도 참 이례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저는 온전히 음악에 빠져 있었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확실히 Ludwig van Beethoven - Piano Trio No. 4 in B-flat Major, Op. 11 "Gassenhauer"의 2악장 Adagio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오늘 연주회의 전체 실황은 아래 링크를 통해 감상해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LIVE] 2025 평택 실내악 축제 :: Day 4. Echoes of Celebration : 축제의 메아리
물론 다른 곡들에 대한 감상평은 따로 옮기지 않았지만, 오늘 무대에 오른 모든 연주가 하나같이 훌륭했습니다. 그럼에도 이 기록은, 순전히 오늘 제가 받은 감동과 그 여운만을 담는 것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벌써 내년 제2회 축제가 기다려집니다.
더구나 새롭게 문을 여는 평택예술의전당에서의 연주라니, 그 기대는 더 커지는군요.
멋진 연주를 해 준 2025년 평택 실내악 축제의 모든 출연진들과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내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