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 시편(60편): 탄식과 신뢰의 노래

주석가 ㅣ 윌렘 프린슬루 Willem S. Prinsloo, 성서학자

by KEN

참고: 시편 59편은 앞에 포스팅한 "개인 탄식시"를 참고하세요.

[시60:1-12, 우리말성경]
1 오 하나님이여, 주께서 우리를 외면하셨고 우리를 흩으셨으며 노여워하셨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에게 마음을 돌리소서!
2 주께서 땅을 흔들어 갈라지게 하셨습니다. 땅이 갈라졌으니 그 틈을 메우소서.
3 주께서 주의 백성에게 어려움을 주셨고 포도주를 마시게 해 우리가 비틀거립니다.
4 주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주께서 깃발을 주셔서 진리를 위해 매달게 하셨습니다. (셀라)
5 그리하여 주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이 건짐받게 하시며 주의 오른손으로 구원하시고 내게 응답하소서!
6 하나님께서 그 거룩함 가운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기뻐하리라. 세겜을 나누고 숙곳 골짜기를 측량하리라.
7 길르앗이 내 것이요, 므낫세가 내 것이며 에브라임이 내 투구이며 유다가 내 지팡이이며
8 모압이 내 목욕탕이로다. 에돔 위에 내가 내 신을 던질 것이요, 블레셋을 이기리라."
9 누가 나를 튼튼한 성으로 데려가겠는가? 누가 나를 에돔으로 인도하겠는가?
10 오 하나님이여, 우리를 버리신 분이 주가 아니겠습니까? 이제 우리 군대와 함께하지 않으시겠습니까?
11 이 고통 속에서 우리를 도우소서. 사람의 도움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12 하나님과 함께라면 우리가 용감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 적들을 짓밟으실 분이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시편 60편: 절망의 한가운데서 발견한 3가지 놀라운 반전


어느 순간, 하나님이 너무나 멀게 느껴지거나 마치 나를 완전히 버리신 것 같은 깊은 절망에 빠져본 적이 있으시죠? 기도는 공허하게 흩어지고, 현실은 무너지는 땅처럼 위태롭게 다가오는 바로 그 순간 말입니다.


놀랍게도 이러한 감정은 성경, 특히 시편의 핵심 주제 중 하나라는 것 아시지요?

우리가 살펴볼 시편 60편은 "하나님이여, 주께서 우리를 내버리시고, 흩으시고"라는 너무나도 강력하고 솔직한 탄식으로 시작합니다. 이 탄식은 패배와 분열의 고통 속에서 하나님을 향해 따지듯 부르짖는 공동체의 절규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는 단순한 슬픔의 노래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절망의 가장 깊은 곳에서 신앙의 본질을 다시 발견하는 위대한 여정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이 시편의 내용을 살펴보면서 어떻게 절망을 신뢰로 바꾸어내는지 그 놀라운 3가지 반전을 함께 발견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구조

시편 60편에서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되는 놀라운 점은 그 독특한 ABA 대칭 구조입니다.

여기서 시편 기자의 문학적, 신학적 천재성이 드러납니다.

그는 인간의 깨어지기 쉬운 두 개의 절규 사이에 흔들리지 않는 하나님의 약속이라는 핵을 배치했습니다.


60편은 이런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A1 (1-5절): 공동체의 탄식과 도움을 구하는 기도
B (6-8절): 하나님의 절대적 소유권을 선포하는 신탁 (하나님의 말씀)
A2 (9-12절): 다시 이어지는 탄식과 도움을 구하는 기도


내용

시편 기자는 첫 번째 탄식(A1)에서 재앙의 깊이를 생생하게 묘사합니다.(1-5절)

하나님이 "땅을 진동시키사 갈라지게 하셨고"(2절), 백성들에게 "비틀거리게 하는 포도주를 마시게"(3절) 하셨다고 외칩니다.

이는 단순한 패배가 아닌, 존재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우주적 재앙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바로 이 처절한 탄식과 다시 이어질 탄식 사이에,

하나님의 약속(B)이 심장부처럼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고통이 하나님의 약속에 의해 감싸여 있음을 보여주는 신학적 장치이자, 강력한 "내적 긴장"을 유발합니다.

어떻게 자신들을 이토록 처참하게 버리신 하나님이 동시에 모든 것의 주인이라고 주장하실 수 있었을까요?

이 질문이 바로 시편 60편을 관통하는 핵심 동력이 됩니다.


두 번째 놀라운 반전은 시의 중심부에 위치한 하나님의 말씀, 즉 신탁(6-8절)의 내용입니다.

백성들은 자신들이 버림받았고, 하나님께서 "우리의 군대와 함께 나아가지 아니하신다"(10절)고 절규하며 군사적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신탁 속의 하나님은 이미 모든 전쟁에서 승리한 위대한 군대 지휘관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신탁의 내용은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을 거침없이 선포합니다.

- 하나님은 요단강 양쪽을 포함한 이스라엘 온 땅의 주인이십니다.

- 심지어 백성들을 위협하는 이웃 나라인 "모압", "에돔", "블레셋"까지도 자신의 소유물이자 발판으로 삼으시는 분으로 선포됩니다.


이것은 시인이 의도적으로 만든 신학적 충격 요법인 듯합니다.

패배로 가득한 전쟁터 한복판에서 하나님의 승전 연설을 듣게 함으로써, 우리의 고통스러운 현실보다 하나님의 주권적 실제가 더욱 강력하고 본질적임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현실이 아무리 암울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나님의 통치와 신실하심은 결코 변함이 없다는 대담한 선언인 것이죠.


마지막 세 번째 놀라운 점은 시편 60편 전체를 관통하는 신앙의 극적인 여정입니다.

이 시는 하나님을 향한 원망에서 시작하여 그분에 대한 완전한 신뢰로 마무리되는 놀라운 반전을 보여줍니다.


시의 시작과 끝은 명확하게 대조를 이룹니다.

- 시작 (1절): "하나님이여, 주께서 우리를 버려 흩으셨고"라는 하나님을 향한 책망과 불평.

- 끝 (12절): "그는 우리의 대적을 밟으실 이심이로다"라는 완전한 신뢰의 고백.


어떻게 이런 극적인 전환이 가능했을까요?

그 비밀은 바로 시의 중심에 있는 하나님의 약속(신탁)을 통과하는 경험에 있습니다.

시인은 단순히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기 때문에 변한 것이 아닙니다. 무엇을 들었는지가 중요합니다.

그는 이스라엘 뿐 아니라, 바로 그들을 억압하는 대적들(모압, 에돔)마저도 하나님의 절대적 통치 아래 있다는 선포를 들었던 것입니다. 이 선언이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입니다.

대적들은 더 이상 통제 불가능한 위협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 깨달음이 절망을 신뢰로, 불평을 확신에 찬 고백으로 바꾸었습니다.

12절의 고백은 이러한 신앙의 승리를 힘차게 선포합니다.

“그는 우리의 대적을 밟으실 이심이로다.”



시편 60편은 단순히 수천 년 전 한 공동체의 탄식 시만은 아닙니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겪는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강력한 신앙의 원리를 보여준 것입니다.

시편은 우리에게

'믿음이란 불평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나의 가장 솔직한 불평마저도 변치 않는 하나님의 더 큰 약속의 틀 안에 기꺼이 가져다 놓는 용기'임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며 제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니다.

지금 내 삶의 가장 깊은 절망 한가운데서, 나는 어떤 하나님의 약속을 발견하고 붙들어야 할까?

....

평안하십시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_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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