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시편(62편): 하나님 신뢰의 시

주석가 ㅣ 윌렘 프린슬루 Willem S. Prinsloo, 성서학자

by KEN

참고: 시편 61편은 앞에 포스팅한 "개인 탄식시"를 참고하세요.

[시62:1-12]
1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오는도다
2 오직 그만이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원이시요 나의 요새이시니 내가 크게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
3 넘어지는 담과 흔들리는 울타리 같이 사람을 죽이려고 너희가 일제히 공격하기를 언제까지 하려느냐
4 그들이 그를 그의 높은 자리에서 떨어뜨리기만 꾀하고 거짓을 즐겨 하니 입으로는 축복이요 속으로는 저주로다 (셀라)
5 나의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무릇 나의 소망이 그로부터 나오는도다
6 오직 그만이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원이시요 나의 요새이시니 내가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
7 나의 구원과 영광이 하나님께 있음이여 내 힘의 반석과 피난처도 하나님께 있도다
8 백성들아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 그의 앞에 마음을 토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 (셀라)
9 아, 슬프도다 사람은 입김이며 인생도 속임수이니 저울에 달면 그들은 입김보다 가벼우리로다
10 포악을 의지하지 말며 탈취한 것으로 허망하여지지 말며 재물이 늘어도 거기에 마음을 두지 말지어다
11 하나님이 한두 번 하신 말씀을 내가 들었나니 권능은 하나님께 속하였다 하셨도다
12 주여 인자함은 주께 속하오니 주께서 각 사람이 행한 대로 갚으심이니이다


'오직 하나님만'을 향한 믿는 자의 응답, 시편 62편


시편 62편은 인간이 마주하는 실존적 위협과 부당한 모함 속에서도 오직 하나님을 향한 굳건한 신뢰를 노래하는 '신뢰의 시'입니다. 시인은 혼란스러운 현실의 파도 속에서 참된 평안과 안전을 오직 하나님 안에서만 발견할 수 있음을 선포하며, 독자들 또한 그 절대적 신뢰에 동참하도록 강력하게 이끌고 있습니다.


구조

시편 62편의 신학적 논증을 위한 첫걸음은 시 전체의 메시지를 담지하고 강화하는 문학적 구조, 즉 시인의 교훈적 설계를 분석해 보는 것이겠습니다. 잘 짜인 구조는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부각하고 독자의 신앙적 결단을 이끌어내는 핵심적인 수사적 장치이기 때문입니다.


시편 62편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개의 연(스트로피)으로 구성된 구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1-2절: 하나님을 향한 신뢰의 선언
2. 3-4절: 원수들의 거짓과 폭력에 대한 탄원
3. 5-8절: 하나님을 향한 신뢰의 재확인과 공동체를 향한 권고
4. 9-10절: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무가치함에 대한 지혜의 교훈
5. 11-12절: 하나님의 권능과 모든 이에게 행한 대로 갚으시는 공의에 대한 최종 고백


특히 주목할 점은, 시의 서두를 여는 1-2절의 신뢰 고백이 5-6절에서 거의 동일한 형태로 후렴구처럼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구조적 반복은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오는도다.

오직 그만이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원이시요

나의 요새이시니 내가 크게 흔들리지 아니하리로다"


라는 고백이 이 시 전체를 관통하는 신학적 대전제임을 명확하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 시의 기능은 독자로 하여금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을 신뢰하도록 '설득'하는 데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설득의 목적은 8절의 "백성들아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라는 직접적인 권고에서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이 설득적 목표는 단순한 권면에 그치지 않습니다.



신적 권능과 인간 유한성 대조

시편 62편은 신뢰의 대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나님의 속성과 인간의 속성을 극명하게 대조하는 수사법을 사용합니다. 이 대조는 누가 진정한 신뢰의 대상이며 누가 그렇지 않은지를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시의 신학적 논지를 강화하는 핵심 엔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인이 묘사하는 하나님은 절대적 신뢰의 유일하고도 합당한 근거가 되시는 분입니다.

그분의 속성은 위협받는 인간 실존에 대한 구체적인 신학적 답변으로 제시되는 것입니다.

나의 구원 (1, 2, 6절): 모든 위협과 위험으로부터의 궁극적인 해방자.
나의 (강한) 반석 (2, 6, 7절): 인간의 존재론적 불안정함('입김')에 맞서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안정성의 영원한 기반.
나의 요새 (2, 6절): 외부의 모든 공격으로부터 신뢰하는 자를 보호하는, 뚫을 수 없는 견고한 피난처.
권능 (11절): 세상 만물을 주관하는 절대적이고 유일한 힘의 소유자.


반면, 하나님과 대조되는 인간의 속성은 왜 인간이 신뢰의 대상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밝힙니다.

거짓 (4절): 타인을 넘어뜨리려 하며 신뢰 관계를 파괴하는 기만적 본성을 지님.
입김 (9절): 실체가 없이 쉽게 사라지는 덧없고 허무한 존재.
입김보다 가벼움 (9절): 존재론적으로 무가치하며 극도로 연약한 본질을 가짐.
속임수 (9절): 본질적으로 불신실하여 기댈 수 없는 존재.


하나님의 견고한 실재는 인간의 허무한 본질에 대한 완벽한 대조를 이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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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명백하고 급진적인 대조는 신뢰의 방향이 인간이나 세상의 다른 어떤 것이 아닌, 오직 하나님께로 만 향해야 함을 강력하게 논증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이러한 배타적 신뢰를 언어적으로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핵심적인 불변사 '아크'를 반복적으로 사용합니다.


'아크'(ʾak)의 반복: 신뢰의 유일성 강조

시편 62편에서의 '오직' 또는 '진실로'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불변사 '아크'(ʾak)는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는 최소 여섯 번 이상 사용됩니다. 이는 단순한 수식어를 넘어 시의 중심 메시지를 담은 신학적 선언으로 활용한 것 아닐까 해석됩니다. 그런데 시인은 '아크'를 하나님과 인간에게 각각 다르게 적용함으로써 신뢰의 대상을 선명하게 구분해서 적용하고 있습니다.


첫째, '아크'가 하나님을 향하여 사용될 때, 다른 모든 대안을 배제하는 배타적 기능으로 수행됩니다.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1, 5절), "오직 그만이 나의 반석이시요"(2, 6절)와 같은 구절에서 '아크'는 구원과 안정, 소망의 근원이 이 세상의 다른 어떤 것에도 있지 않고, 유일하고 배타적으로 하나님 한 분께만 있음을 강조하는 강력한 신학적 선포가 되는 것입니다.


둘째, '아크'가 인간과 관련되어 사용될 때에는 그들의 한계를 드러내는 본질적 규정의 역할을 합니다.

"그를 그의 높은 자리에서 떨어뜨리기만 꾀하고"(4절)에서는 인간의 악한 의도가 오직 파괴에만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또한 "슬프도다, 사람은 입김[=일 뿐]이며"(9절)라는 탄식에서 '아크'는 인간 존재의 본질이 덧없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강조하며 신뢰의 대상에서 근본적으로 제외시키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아크'의 반복적이고 대조적인 사용은 '신뢰의 대상을 오직 하나님 한 분께 집중시키려는' 시인의 신학적 의도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핵심 장치라고 하겠습니다. 이처럼 '아크'를 통해 구축된 하나님 중심 신학은 필연적으로 인간의 자기 이해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이는 시편 62편이 제시하는 독특한 인간론적 통찰로 이해됩니다.


신앙으로의 초대

시편 62편은 인간의 실존을 '입김'(헤벨)과 같이 본질적으로 연약하고 덧없는 존재로 규정합니다. 저울에 달면 입김보다도 가벼운 존재라는 묘사는 인간의 힘과 지혜, 재물에 의지하는 모든 시도가 얼마나 허무한지를 폭로하는 것이죠. 이러한 인간 이해는 자력 구원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인간 스스로는 결코 참된 안전의 기반을 마련할 수 없음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연약하고 유한한 인간 실존에 대한 유일한 해답으로 시편이 제시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을 향한 신뢰'입니다. 여기서 신뢰는 단순한 감정적 의존을 넘어, 자신의 실존적 무가치함과 덧없음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영원하신 하나님의 권능과 신실하심에 자신의 삶 전체의 기반을 두는 실존적 결단인 것입니다.


이러한 신뢰는 개인적 고백에서 시작하여 공동체적 초대로 확장됩니다.

시의 마지막 연(11-12절)이 처음으로 하나님께 직접 말하는 형식으로 전환되는 것은, 절대적 신뢰가 궁극적으로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 안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적인 신앙고백으로 귀결되어야 함을 보여준 것입니다. 또한 이 고백은 하나님이 단지 권능만을 가지신 분이 아니라, "행한 것에 따라 갚으시는" 공의의 하나님이심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신뢰의 도덕적 차원을 부각시킨다고 할 것입니다.

동시에 8절의 "백성들아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라는 권고는 이러한 개인적 신뢰가 자신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향한 신앙의 초대로 확장되어야 함을 분명히 한다고 하겠습니다.


결국 시편 62편은 인간의 연약함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시작하여, 그 유일한 해답인 하나님을 신뢰함으로써 진정한 안전과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면서, 이 말씀을 구체적으로 삶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사람의 조언이나 세상의 기준을 먼저 찾기 전에, 잠시 멈추어 시편 62편 1-2절,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오는도다"를 조용히 묵상하며 기도로 고백해 보는 것입니다.


관계의 어려움으로 마음이 힘들 때:

나를 실망시킨 사람을 향한 원망보다, 그 역시 ‘입김’과 같은 연약한 존재임을 기억하고, 우리의 유일한 피난처 되시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 마음을 토하며(8절) 참된 위로와 힘을 구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평안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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