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W. 젠슨의 『Lutheran Slogans』 핵심 내용 정리
루터교 핵심 교리에 대해 선행학습 기회는 없었다. 오직, 책에서 다루는 내용으로만 유추해 볼 뿐이다.
따라서, 일부 오역 및 오해가 있을 수 있음이다. 혹 오류가 발견될 경우, 언제라도 수정 및 보완 예정임을 밝힌다.
로버트 W. 젠슨의 『종교개혁의 표어들: 사용과 오용』
요약
로버트 W. 젠슨은 『루터교 슬로건: 사용과 오용』(번역서 ‘종교개혁의 표어들’)에서 루터교의 핵심 표어들이 본래의 신학적 맥락, 즉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체적 역사로부터 분리되어 추상화·심리화되었다고 비판한다. 그는 이를 신학 언어의 실패로 보고, 그리스도의 실제 역사(삶·죽음·부활)와의 결속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오직 성경’은 개인적 해석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시는 객관적 사건으로, ‘율법과 복음’은 추상적 교리가 아니라 십자가와 부활의 역사적 현실로 다시 이해되어야 한다.
젠슨의 결론은 명확하다. 신학은 그리스도의 구체적 역사에 닻을 내릴 때만 살아 있는 신앙이 된다는 것이다.
로버트 W. 젠슨의 『루터교 슬로건: 사용과 오용』은 루터교의 10가지 핵심 표어가 본래의 신학적 맥락을 잃고 추상적 교리로 변질된 과정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그는 이 슬로건들을 다시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체적 역사, 곧 그리스도의 삶·죽음·부활의 서사 안에 되돌려 놓음으로써 교회의 신앙과 실천을 새롭게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용] 표어는 명제가 아니다. 물론 문장의 형태를 띨 경우 어떤 맥락에서는 명제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표어는 개념concept이 아니다. 어떤 실천을 가리키는 이름이나 은유metphor, 비유trope도 아니다. 표어는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무언가를 대신하고 가리키는 표시다. (중략)
표어의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필요해지면서도, 동시에 제멋대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독립해 버린다는 데 있다. 표어는 그 표어를 형성한 사상과 실천의 맥락에서 이탈하기 쉽다. 그렇게 공중에 떠다니는 말이 되면 온갖 일들에 동원될 수 있다. 심지어 본래 뜻과 정반대 되는 방식으로 의식도 되지 못한 채 쓰일 수 있다.(중략)
이 문제는 특정 교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교회의 문제다. 역사 어느 시점에서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교회는 제멋 대로 떠도는 표어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책에서는 종교 개혁 시기에 등장한 표어들의 사용과 오용을 다룬다. 이유는 단 하나다. 내가 속한 곳(루터교)의 표어들이기도 해서 그 표어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오랫동안 살펴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논의할 많은 부분은 다른 전통들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_ 로버트 젠슨 ⟪종교개혁의 표어들⟫ 권헌일 역, 2025, 비아, 8~12쪽 중에서
◼︎ [도입] 슬로건의 기능과 표류의 문제
(1) 슬로건의 본래 기능
신학적 슬로건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복잡한 신학적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하는 ‘필수적 신학적 속기’다.
(2) 문제의 발생
시간이 흐르면서
슬로건이 본래의 신학적 맥락과 실천으로부터 분리될 때,
그것은 복음을 지시하는 언어가 아니라 자기 완결적인 추상 개념으로 변질된다.
젠슨은 이를 “밧줄이 풀려 낯선 해안으로 표류하는 것”에 비유한다.
(3) 핵심 비판
슬로건의 ‘오용’은 단순한 남용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역사적 실재로부터 이탈한 신학적 방법론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그 결과, 슬로건은 복음의 표지(sign)가 아니라 개념의 감옥이 된다.
(4) 젠슨의 목적
『루터교 슬로건: 사용과 오용』의 궁극적 목표는,
이렇게 표류한 신학적 언어들을 다시 삼위일체 하나님의 역사적 서사에 재결속(re-tethering)시켜,
교회의 신앙과 실천 속에서 그 본래의 생명력과 구체성을 회복하는 데 있다.
◼︎ Sola Scriptura ― ‘오직 성경‘의 참된 의미
(1) 핵심 주장
Sola Scriptura는
“성경만이 권위 있다”는 폐쇄적 구호가 아니라,
“성경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시며, 교회가 그 말씀 안에 거한다”는 관계적 선언이다.
성경의 권위는 문자나 형식이 아니라,
그 말씀 속에서 역사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건성에 근거한다.
(2) 문제 진단
젠슨은 오늘날 Sola Scriptura가 그리스도의 실재로부터 이탈해,
한편으로는 문자주의와 교리적 고착, 다른 한편으로는 주관적 내면 신앙으로 왜곡되었다고 지적한다.
그 결과, 성경은 복음의 살아 있는 언어가 아니라 자기 해석의 도구로 전락했다.
(3) 신학적 대안
신앙은 오직 “외부적 말씀(Verbum externum)”,
즉 성경을 통해 외부로부터 들려오는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만 형성된다.
하나님은 내면의 감정이 아니라 언어 속에서 자신을 주시는 분이며, 성경은 그리스도의 객관적 사건이 교회 안에서 선포되는 통로이다.
(4) 젠슨의 처방
“교회를 성경으로 채우라”는 명령은 단순한 독서 권고가 아니라,
교회를 다시 삼위일체 하나님의 이야기 속으로 몰입시켜라는 요청이다.
성경은 그리스도와 교회를 잇는 하나님의 역사적 이야기의 공간이며,
그 안에서만 교회는 살아 있는 공동체가 된다는 것이다.
(5) 결론
Sola Scriptura의 본래 의미는 “성경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다”는 신학적 선언이다.
젠슨에게 이 슬로건은 신학이 다시 그리스도의 사건에 결속되어야 한다는 요청,
곧 성경을 하나님의 현재적 언어 사건으로 회복하자는 선언이다.
참고) “외부적 말씀(Verbum externum)”의 핵심 의미 ― 로버트 젠슨의 해석 정리
(1) 의미 정의
“외부적 말씀”은 구원과 신앙의 근거가 인간 내면이 아니라, 인간 바깥에서 주어지는 하나님의 말씀임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2) 내용 요약
- 하나님은 성경과 설교 등 ‘우리 밖’에서 선포되는 실제적 말씀을 통해 자신을 계시하신다.
- 구원은 인간의 도덕적 변화나 영적 체험이 아닌,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외부 사건에 의해 주어진다.
- 루터가 말한 “낯선 의(iustitia aliena)” 즉, '인간 밖에서 주어지는 그리스도의 의'와 같은 맥락이다.
(3) 신학적 의의
- 신앙의 확신은 내면의 감정이나 체험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려오는 하나님의 객관적 약속에 근거한다.
- 젠슨은 이를 통해 개신교 신앙을 주관적 신비주의나 내면적 신앙으로부터 구출하고, 복음의 외적 실제성 위에 다시 세우려 한다.
(4) 핵심 결론
“외부적 말씀”은 하나님의 구원이 인간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밖에서 오는 은혜’로 주어진다는 종교개혁의 핵심 신학을 요약하는 개념이다.
_ ⟪M. Luther 연구: 하나님의 의⟫ 김성욱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링크) "낯선 의" 개념 설명 중에서 의미 차용
◼︎ 율법(Law)과 복음(Gospel)의 적절한 구분
(1) 전통적 의미
- 율법(Law): 인간의 죄를 드러내고, 구원의 필요성을 깨닫게 한다.
- 복음(Gospel): 죄인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와 구원을 선포한다.
→ 목적은 “오직 은혜로 구원받는다”는 복음의 중심 진리를 명확히 하기 위함이다.
(2) 젠슨의 문제의식
- “율법과 복음”이 신학적 공식이나 추상적 구분으로 굳어지면서, 복음이 예수 그리스도의 실제 역사(죽음과 부활)와 분리되었다고 비판한다.
- 그 결과, 복음은 “심리적 위로”나 “개념적 진리”로 축소되어 사건성(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잃었다.
(3) 복음의 실체: 죽음과 부활의 사건성
- 율법과 복음은 개념, 그러나 죽음과 부활은 실제 사건이다.
- 그리스도의 죽음은
율법의 완성(죄와 심판의 담당),
부활은 복음의 성취(하나님의 의와 생명)의 실현이다.
→ 복음은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구속 행위 자체이다.
(4) 신학적 전환
- 젠슨은 복음을 “무엇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실제로 행하신 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신학은 개념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으로서의 복음을 말해야 한다.
(5) 결론: 복음의 재결속(Re-tethering)
- “율법과 복음”이라는 슬로건이 그리스도의 사건으로부터 분리될 때, 신학은 공허한 언어놀이가 된다.
- 젠슨은 이 슬로건을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실제 역사 속으로 다시 결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리하자면,
복음은 개념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실제 사건이다.
교회는 “율법과 복음”이라는 추상적 구호를 반복하는 대신, 그리스도의 역사적 이야기 속에서 복음을 다시 살아 있게 해야 한다.
◼︎ "유한은 무한을 담을 수 있다 (Finitum Capax Infiniti)"
(1) 명제의 의미
“유한은 무한을 담을 수 있다”는 말은
무한한 하나님이 유한한 인간 안에 실제로 임하신 성육신의 신비를 표현하는 루터교 신학의 핵심 명제이다.
(2) 철학적 배경의 전복
고대·중세 철학은 “유한은 무한을 담을 수 없다”는 전제를 따랐다.
그러나 루터는 이를 뒤집어, 하나님이 인간 예수 안에 실제로 거하신다고 선언했다.
→ 초월적 하나님이 피조 세계 안으로 들어오셨다는 신학적 혁명이다.
(3) 성찬론적 의미
루터교는 이 원리에 따라
성찬의 빵과 포도주 안에 그리스도의 실제적 임재(real presence) 가 있다고 본다.
이는 성육신의 동일한 원리, 즉 하나님이 물질 속에도 자신을 내어주신다는 믿음에 근거한다.
(※ 정리는 하고 있으나, 루터교의 이 입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내 신학은 '상징적으로 임재하신다'는 입장을 따른다.)
(4) 십자가 신학의 핵심
“유한이 무한을 담는다”는 말은 곧, 하나님이 인간의 연약함과 고통 속에 자신을 드러내셨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십자가의 고난 속에서 자신을 계시하신 분이다.
→ 이는 ‘영광의 신학(theology of glory)’을 거부하고,
‘십자가의 신학(theologia crucis)’을 선언하는 명제다.
(5) 젠슨의 신학적 결론
젠슨에게 이 명제는 형이상학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에 대한 신앙 고백이다.
-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몸과 십자가, 성찬, 교회의 삶 속에 자신을 실제로 내어주셨다.
- 따라서 신학은 개념이 아니라 하나님의 행위를 해석하고 기억하는 사건의 서사(narrative theology) 이어야 한다.
젠슨의 주장을 정리하자면,
“Finitum capax infiniti”는 하나님의 초월이 피조물의 한계 속으로 들어온 사건을 의미한다.
이는 루터교 신학의 중심축이자, 젠슨이 말하는 모든 추상적 신학을 넘어서는 ‘사건 중심 신학’의 원리이다.
◼︎ "의인이면서 동시에 죄인 (Simul Iustus et Peccator)"
(1) 핵심 의미
루터의 선언 “의인이며 동시에 죄인”은 신자가
- 그리스도 안에서 의롭다 선언받은 존재(하나님과의 관계)이면서,
- 여전히 죄의 현실 속에 존재하는 인간(실존적 현실)임을 동시에 진술하는 역설이다.
→ 신자는 완전한 성자도, 절망적 죄인도 아닌, 하나님의 약속이 작동하는 긴장 속의 존재이다.
(2) 젠슨의 재해석
젠슨은 이 명제를 심리적 자기 인식이 아닌 존재론적 사건으로 이해한다.
- “죄인이지만 의롭다”는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이 실제로 선언하신 객관적 현실이다.
- 신자의 존재는 하나님의 약속 안에서 규정되는 관계적 실재로, 말씀 속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워진다.
(3) 오용의 문제
많은 이들이 이 명제를 “그럴 수밖에 없는 인간의 이중성”으로 오해한다.
→ 그 결과 죄를 인정하되 변화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성화의 역동성이 약화된다.
젠슨은 이를 도덕적 안일함으로 비판한다.
(예, 죄를 범하고는 "그래, 그러니 인간이지 뭐"라는 식으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용도로 이 구호를 오용하는 등)
(4) 젠슨의 대안 ― 시간 속의 구원
젠슨은 루터의 본래 의도를 따라 이 교리를 시간적·종말론적 운동으로 재해석한다.
- 이미(already): 신자는 세례를 통해 의롭다 선언받았다.
- 아직(not yet): 그러나 그 의의 완성은 하나님의 미래에 속한다.
→ 신자의 삶은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구원이 진행되는 역사적 사건이다.
(5) 교회적 의미
이 명제는 개인의 심리학이 아니라 교회의 실존을 설명하는 신학적 언어이다.
- 교회는 이미 의롭다 선포되었으나, 여전히 죄 많은 세상 속에서 사명을 수행한다.
- 완전한 공동체가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 실현되어 가는 운동체이다.
(6) 결론
“Simul Iustus et Peccator”는 인간의 모순을 정당화하는 말이 아니라,
죄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의가 신자와 교회를 변화시키며 작동하고 있음을 증언하는 사건의 언어이다.
→ 이는 도덕적 관용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계속 갱신되는 구원의 역사적 현실을 드러내는 신앙의 역설이다.
◼︎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은 칭의 (Justificatio Sola Fide)"
(1) 루터의 본래 의도
- 인간은 자신의 행위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신뢰(믿음)로 의롭다 함을 얻는다.
- 믿음은 내면의 확신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복음)이 선포될 때 일어나는 관계적 사건이다.
- “너는 의롭다”는 하나님의 말씀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를 새롭게 규정하는 언어적 행위다.
(2) 젠슨의 비판 ― 칭의의 주관화
- 후대 루터교는 칭의를 심리적 확신이나 신앙의 강도로 축소했다.
- 그러나 젠슨은 믿음을 내면에서 찾는 순간, 신앙은 불확실한 감정에 의존하게 된다고 비판한다.
- 참된 믿음은 내면이 아닌 외부에서 들려오는 하나님의 약속(external promise)에 근거한다.
(3) 젠슨의 재정의 ― “칭의는 메타언어적 규정”
- 칭의는 하나의 교리 조항이 아니라, 모든 신학 언어와 실천을 규율하는 원리다.
- 하나님의 말씀은 단순한 진술이 아니라 현실을 창조하고 변혁하는 사건적 언어이다.
- 즉, “하나님이 의롭다 말씀하셨기 때문에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것”이 칭의이다.
(4) 신학적 의도 ― 역사 속의 사건으로서의 칭의
- 젠슨은 칭의를 개인의 내면적 체험이 아닌, 하나님의 약속이 역사 속에서 새로운 인간과 공동체를 창조하는 사건으로 본다.
- “오직 믿음으로”는 개인 구원의 공식이 아니라, 하나님이 세상을 새롭게 구성하는 공적 사건(public event) 이다.
정리하자면,
젠슨의 칭의론은 신학의 중심을
- 내면적 감정에서 → 하나님의 역사적 약속으로,
- 개인적 확신에서 → 공동체적·공적 사건으로 옮겨놓는다.
즉, 믿음은 하나님이 말씀하심으로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내는 사건,
“오직 믿음으로”는 하나님의 약속이 실제로 세상을 변혁시키는 언어적 현실이다.
◼︎ Satis Est (충분하다) ― 복음의 충분성과 교회의 일치 원리
(1) 기원 ― 아우크스부르크 신앙고백 제7조
- “복음이 올바로 선포되고, 성례가 합당하게 집례된다면 교회의 일치를 위해 그 이상은 필요하지 않다.”
→ 교회의 본질은 제도나 전통이 아니라 복음과 성례의 충실성에 있다.
→ 복음이 바르게 선포되는 곳에 이미 교회의 일치가 주어지며, 그 외의 통일성은 부차적이다.
(2) 젠슨의 해석 ― 복음의 충분성 원리
- Satis Est는 단순한 제도 규범이 아니라 “복음이 교회를 구성하는 충분조건”임을 선언한다.
- 교회의 존재와 일치는 복음과 성례에 의해 유지되며, 추가적인 제도적 일치나 인간적 조건을 요구하는 순간 복음의 자유가 훼손된다.
- 따라서 Satis Est는 “복음 외의 기준”을 일치 조건으로 삼는 모든 시도에 대한 신학적 비판의 기준이다.
(3) 비판의 초점 ― 제도적 일치의 위험
- 복음 외의 요소(조직, 전례, 교황제도 등)를 일치의 조건으로 삼는 것은 복음의 충분성을 부정하고 율법적 회귀로 돌아가는 행위이다.
- 젠슨은 이런 태도를 “복음의 결핍을 드러내는 증거”로 본다.
(4) 루터교의 자기 이해 ― 복음적 개혁 운동
- 루터교는 보편 교회 안에서 복음의 순수성을 지키는 개혁적 전통이다.
- 개방성은 교리적 타협이 아니라, “복음이 모든 것을 규정한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 다른 전통과 협력은 가능하지만, 그 전제는 복음과 성례의 충실성이다.
→ 이것이 루터교가 설정하는 “복음적 경계선”이다.
(5) 결론 ― “복음이 충분하다”는 급진적 선언
- Satis Est는 “복음이 충분하다(The Gospel is sufficient)”는 신앙의 핵심 고백이다.
- 이는 교회 일치의 최소 조건이자 최고 기준이며, 복음 외의 어떤 조건도 추가될 수 없다는 신학적 자유 선언이다.
- 복음이 충분하다는 확신 위에서만 교회는 진정한 일치와 대화를 이룰 수 있다.
다시말해,
Satis Est는 루터교 교회론의 핵심이자, 보편 교회를 위한 복음적 원리이다.
즉, 복음과 성례만으로 충분하며, 복음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 신앙의 규범과 신학의 정위(定位) – Lex Orandi, Lex Proclamandi, Lex Credendi
(1) 신학의 본질 ― 언어적 관계로서의 신학
젠슨에게 신학은 단순한 사상 체계가 아니라, 하나님과 교회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언어적 행위이다.
이 관계는 예배(기도)와 선포(복음의 말씀)라는 두 축을 통해 유지된다.
신학은 삼위일체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만 살아 있으며, 이를 규율하는 두 원리가 기도의 규범(Lex Orandi)과 선포의 규범(Lex Proclamandi)이다.
(2) 기도의 규범 ― Lex Orandi, Lex Credendi
“교회가 어떻게 기도하느냐가, 교회가 무엇을 믿는지를 결정한다.”
신앙은 추상적 사유가 아니라 예배·성례·기도 속에서 하나님을 경험하고 고백하는 행위이다.
기도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실재적 만남의 사건이며, 신학은 반드시 이 예배 행위 속에서 탄생해야 한다.
(3) 선포의 규범 ― Lex Proclamandi, Lex Credendi
“복음이 어떻게 선포되느냐가, 교회가 무엇을 믿는지를 규정한다.”
복음의 선포는 정보 전달이 아니라 하나님의 실재가 언어 속에서 현재화되는 사건이다.
교회의 믿음은 복음이 선포되고 들려지는 언어적 사건 속에서 형성되며,
신학은 이 언어의 현장에서 살아야 한다.
(4) 두 규범의 상호 보완과 긴장
젠슨은 Lex Orandi와 Lex Proclamandi를 각각 가톨릭적(기도 중심) 전통과 루터교적(선포 중심) 전통의 균형으로 본다.
- 기도 없는 선포는 공허하다 ― 하나님 없이 말만 남은 교회
- 선포 없는 기도는 맹목적이다 ― 내용 없는 신비주의
→ 신학은 기도와 선포가 만나는 자리에서만 진리와 생명을 유지한다.
(5) 신학의 대상 ― 예배와 선포 속의 삼위일체 하나님
두 규범이 결합될 때 신학의 대상은 개념적 존재가 아니라, 예배와 선포 속에서 현존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이 된다.
- 기도(Lex Orandi): 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현존을 체험
- 선포(Lex Proclamandi): 그 현존을 언어로 세상에 증언
따라서,
젠슨에게 신학은 예배와 선포의 교차점에서 살아 있는 언어로 하나님을 인식하고 증언하는 행위이다.
기도 없는 선포는 하나님을 잃은 말이 되고, 선포 없는 기도는 내용 없는 감정이 된다.
따라서 진정한 신학은 예배 속에서 하나님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언어로 증언하는 교회의 신앙적 언어이다.
◼︎ 결속(Tethers) – 신학의 재결속(Re-tethering)
젠슨의 마지막 주장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신학은 다시 그리스도의 역사적 사건에 결속되어야 한다(Re-tethered to Christ).”
(1) 신학 언어의 표류 진단
루터교의 주요 슬로건들(Sola Scriptura, Law and Gospel, Justificatio Sola Fide)은
본래 그리스도의 구체적 역사―십자가와 부활―에 기반했으나,
시간이 흐르며 형식화·추상화·내면화되어
복음의 실제적 능력과 역사성을 상실했다고 젠슨은 진단한다.
(2) 병리의 본질: 내면화와 추상화
신학이 외부적 사건(그리스도 _죽음과 부활의_ 역사)에서 떨어질 때
철학적 개념화(추상화), 심리적 확신 중심(주관화), 제도적 관성(형식주의)으로 변질되어
“살아 있는 복음”을 잃는다.
(3) 회복의 길: 삼위일체적 서사로의 ‘재결속’
신학의 언어는 새로운 슬로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성부의 약속–성자의 십자가와 부활–성령의 선포와 교회의 응답이라는 삼위일체적 역사 서사 속에 다시 묶여야 한다. 이 결속은 과거 회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이 지금도 역사 속에서 일어나는 “현재적 사건”으로 이해된다.
(4) 결론: 신학은 외부 사건에 묶일 때만 산다
신학의 생명은 인간의 내면이 아니라,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외부적 사건에 있다.
따라서 모든 신학적 언어는 그리스도의 역사적 실재에 존재론적으로 결속되어야 하며, 이 결속이 깨질 때 신학은 죽는다.
“신학은 그리스도의 사건에 결속될 때만 살아 있다.
슬로건은 추상적 명제가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의 이야기 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
참고자료
1. ⟪Lutheran Slogans: Use and Abuse⟫ Robert W. Jenson, 2011
2. ⟪종교개혁의 표어들⟫ 로버트 W. 존슨, 2025, 비아
3. ⟪M. Luther 연구: 하나님의 의⟫ 김성욱, 2008, 종교개혁 491주년 기념 강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