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P 특강 시리즈를 읽던 중, 권지성 교수의 ⟪특강 욥기⟫ 1장과 12장에서 언급된 “하나님의 아들들”이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그전까지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구절이었는데, 이번에는 유독 도드라져 눈길을 끌었다.
권 교수는 12장에서 이 표현을 “하나님의 아들들(천사들)”이라 짧게 괄호로 설명하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 한 줄의 주석이 이상하리만큼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늘 그렇듯, 한 번 관심이 꽂히면 그냥 넘기지 못한다. 결국 또다시 책장을 뒤적이고, 자료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번 탐구는 자연스레 그 한 문구가 발단이 되었다.
◼︎ 구약 — '하나님의 아들들' 용례
‘하나님의 아들들’은 구약에서 히브리어로 bĕnê ʾĕlōhîm(정관사 없이) 또는 bĕnê hāʾĕlōhîm(정관사와 함께)으로 표기된다. 이 표현의 정체는 구약 주석학에서 가장 논쟁적인 쟁점 중 하나로, 그 의미와 범위에 대한 해석이 학자들 사이에서 크게 갈린다.
이 구문은 구약 성경 안에서 네 가지 주요 문맥에서 사용되며, 각 문맥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 창세기 6:2, 4 — ‘사람의 딸들’과 결혼하여 ‘네피림’이라는 용사들을 낳은 존재들.
- 욥기 1:6; 2:1 — 하나님의 궁정 회의에 참석하여 하나님 앞에 나타나는 영적 존재들(사탄 포함).
- 욥기 38:7 — 창조의 순간, ‘새벽별들’과 함께 기뻐 노래한 창조 이전의 존재들.
- 시편 29:1; 89:7 —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신적 회의의 구성원으로 묘사된 천상 존재들(유사 구문 bĕnê ʾēlîm 사용).
주석적 쟁점: 천상 존재 대 인간
‘하나님의 아들들’의 정체에 대한 주석적 논의는 크게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뉜다.
- 천사론적 해석: ‘하나님의 아들들’을 하늘의 존재, 즉 천사나 신적 존재로 이해하는 입장이다.
- 인간 중심적 해석: 이 표현을 고위 귀족이나 신적 혈통을 자처한 인간 집단으로 보는 견해다.
이 논쟁의 출발점은 창세기 6장의 모호한 문맥이지만, 학자들은 욥기와 시편의 구절들이 상대적으로 더 명확히 천상 존재로서의 ‘하나님의 아들들’을 묘사하고 있음을 근거로 들어 구약 저자들의 의도를 해명하려 한다.
결국, 이 표현은 구약에서 ‘하나님과 함께 존재하며 그분의 뜻을 수행하는 천상 존재들’로 읽히기도 하고, ‘신적 권위를 가장한 인간 집단’으로 해석되기도 하며, 이 두 해석의 긴장이 주석적 논의의 중심을 이룬다.
◼︎ 제1 신학적 입장: 천사 / 천상의 존재로 해석
이 해석은 bĕnê ʾĕlōhîm이 본질적으로 창조주 하나님을 섬기는 비인간적 존재, 곧 천사 혹은 신적 회의의 구성원을 가리킨다고 본다. 이는 구약 주석학에서 가장 널리 지지받는 주류 해석이다.
① 욥기 내 일관된 용례: 궁정 회의와 창조의 목격자
이 해석의 가장 강력한 근거는 욥기 전체의 일관된 문맥이다.
➊ 하나님의 궁정 회의 (욥 1:6; 2:1)
이 구절들은 bĕnê hāʾĕlōhîm이 하나님 앞에 주기적으로 나아가 보고하는 천상의 존재들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들 중에는 사탄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천상 회의 장면은 ‘하나님의 아들들’을 인간, 특히 셋의 후손이나 왕족으로 보는 해석과 명백히 모순된다.
➋ 창조의 목격자 (욥 38:7)
이 구절은 하나님이 땅의 기초를 세우실 때, 즉 인간이 창조되기 훨씬 이전에 ‘하나님의 아들들’이 이미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창조의 기쁨을 노래한 목격자들로 묘사된다. 이 시간적 선행성 때문에, 이 구절에서는 인간 중심적 해석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➌ 시적 병행법의 증거
욥 38:7에서 ‘하나님의 아들들’은 ‘새벽별들(kôkĕbê bōqer)’과 동의적 병행 관계를 이루며, 이들이 빛과 영광을 지닌 천상의 존재들임을 뒷받침한다.
② 시편과 고대 근동의 배경: 천상 회의 전통
시편과 고대 근동 문헌은 이 해석의 신학적 배경을 제공한다.
➊ 시편 내 용례
시편 29:1과 89:7은 유사한 구문 bĕnê ʾēlîm (“엘의 아들들” 혹은 “신들”)을 사용한다. 이들은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고 경배하도록 부름 받은 천상 존재들로 묘사된다. 특히 시편 89:7은 그들이 “거룩한 자의 회의”에 속한다고 명시하여, 욥기 1–2장의 궁정 회의 장면과 직접적으로 신학적 연속성을 이룬다.
➋ 고대 근동의 평행 개념
셈족 언어학 연구에 따르면, 히브리어 bĕnê ʾĕlōhîm은 우가릿 문헌에 나오는 bĕnê ʾēlîm, 즉 엘(El) 신 휘하의 신적 회의와 언어적, 개념적으로 병행된다.
구약 저자들은 이러한 고대 근동의 우주론적 회의 구조를 변형·수용하여, 야훼(YHWH)의 주권적 통치와 천상 질서를 설명하는 신학적 도식으로 재해석했다.
요컨대, 천사론적 해석은 ‘하나님의 아들들’을 하나님의 궁정에 속한 천상의 존재들로 이해하며, 욥기·시편·우가릿 문헌 간의 언어적 일관성과 신학적 연속성을 근거로 그 타당성을 뒷받침한다.
◼︎ 제2 신학적 입장: 인간 중심적 해석
‘하나님의 아들들’을 인간으로 보는 해석은 창세기 6:2–4의 난해한 구절 즉, 천사와 인간 여성의 결합(the sons of God went to the daughters of humans_NIV)이라는 문제를 피하고, 홍수의 원인을 인간의 도덕적 타락으로 한정하려는 신학적 동기에서 발전했다.
① 셋 계열설 (Sethite View): 경건한 인간 공동체
이 견해는 bĕnê ʾĕlōhîm을 경건한 셋(Seth)의 후손들, ‘사람의 딸들’을 불경건한 가인(Cain)의 후손들로 해석한다. 죄의 본질은 천상의 존재의 타락이 아니라, 경건한 자들이 불경건한 자들과 신앙적으로 부적절한 결혼을 한 것에 있다.
이 해석은 홍수의 원인을 인간의 내적 도덕 타락으로 설명하려는 어거스틴과 칼빈 이후의 개신교 전통에서 오랫동안 주류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 견해는, 욥기와 시편에서 bĕnê ʾĕlōhîm이 명백히 천상의 존재를 가리킨다는 점과 일치하지 않는다. 특히 욥기 38:7의 창조 이전 문맥에서는 인간 존재를 적용할 수 없으므로, 시간적으로나 논리적으로 부적합하다.
② 왕족/통치자설: 폭력적인 지상 권력자
이 견해는 bĕnê ʾĕlōhîm을 신적 권위를 자처한 고대의 왕들이나 지상의 통치자들로 해석한다. 이들은 자신의 권력을 남용하여 평민 여성(‘사람의 딸들’)을 강제로 취하고, 복수 결혼이나 성적 폭력을 일삼았다.
따라서 창세기 6장의 사건은 도덕적 타락이 아니라 정치적 폭력과 사회적 불의의 심화로 이해된다. 그 결과 태어난 후손이 바로 ‘용사들’(네피림)이었다는 것이다.
이 해석 방식 또한 욥기 1·2·38장의 천상적 문맥과 명확히 모순된다.
구약 어디에서도 지상의 왕을 bĕnê ʾĕlōhîm이라 부르는 사례가 거의 없다.
③ 신명기 32장의 보충 문맥: 천사론적 근거
신명기 32:8–9(ESV, NLT 등)에 따르면, 하나님은 민족들의 경계를 ‘하나님의 아들들(the number of the sons of God_ESV, the number of in his heavenly court_NLT)’의 수에 따라 정하셨다.
이 구절은 천사론적 해석을 지지한다. 여기서 ‘하나님의 아들들’은 각 민족을 통치하도록 하나님이 위임한 천상의 존재들을 의미하며, 이는 야훼의 주권 아래 조직된 우주적 통치 체계를 반영한다.
따라서 이 맥락은 bĕnê ʾĕlōhîm을 단순히 인간 집단이 아닌, 하나님의 통치에 참여하는 초월적 존재들로 이해해야 한다는 천사론적 해석의 정당성을 한층 강화한다.
요컨대, 인간 중심적 해석은 윤리적·신학적 일관성을 보완하려는 시도로 제시되었으나, 언어적·문맥적 근거에서는 설득력이 약하다. 반면 신명기 32장의 천상 질서는 ‘하나님의 아들들’을 비인간적·천상적 존재로 이해하는 전통을 뒷받침한다.
◼︎ 주석적 비교
① 용례별 해석의 적합성 최종 비교
다음 표는 구약의 주요 본문에서 bĕnê ʾĕlōhîm의 세 가지 해석을 적용했을 때의 문맥적 적합성과 주석적 일관성을 요약한 것이다.
② 최종 평가: 욥기 38장이 창세기 6장의 해석 기준이 되다
욥기 38:7은 bĕnê ʾĕlōhîm의 본질을 규정하는 결정적 구절로 평가된다. 이 구절은 이 존재들이 “새벽별들”과 함께 창조 이전부터 존재했던 천상의 존재들임을 명시함으로써, 그 정체가 인간이 아닌 비인간적·초월적 존재임을 확증한다.
따라서 주석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창세기 6장의 ‘하나님의 아들들’ 역시 천사적 존재로 해석해야 한다는 견해가 가장 설득력을 얻는다. 창세기 6장은 이 천상 존재들이 영적 경계를 넘어 인간 세계에 침투하여 비정상적이고 초자연적인 타락을 초래한 사건으로 읽힌다.
결국, 구약 전체에서 bĕnê ʾĕlōhîm은 하나님의 통치 질서 안에서 활동하는 영광스러운 천상의 존재들로 일관되게 묘사된다. 창세기 6장은 그들 중 일부가 하나님의 질서를 어기고 인간 영역에 부당하게 개입한 결과, 홍수라는 우주적 심판의 원인이 된 사건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볼 때, 욥기의 신학적 통찰은 창세기의 난해 본문을 해석하는 결정적 기준점을 제공하며, bĕnê ʾĕlōhîm의 정체를 천상의 존재로 보는 해석이 문헌적·신학적으로 가장 일관된 결론으로 도출된다.
참고자료
1. Who Are the Sons of God, Daughters of Man, and Nephilim? Mitchell L. Chase, 2023
2. DIVINE COUNCIL Dr. M. S. Heiser
3. Where the Sons of God Fallen Angels? Don Stewart
4. The Sons of God: Three Interpretations of Genesis 6:1–4, davidsschrock
5. ⟪특강 욥기⟫ 권지성, IVP,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