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2,000년 역사 비평과 신앙의 부활에 대한 전망 분석
"신의 장엄함이 가득차 있는 곳은 우리들의 일상 삶의 세계이지 어떤 다른 세계가 아니다."
_ Gerard Manley Hopkins _
하비 콕스의 『믿음의 미래』(The Future of Faith)
요약
하비 콕스의 저서 『믿음의 미래』는 오늘날 종교가 대격변적 전환의 한가운데에 있으며, 이는 기독교의 역사를 관통하는 세 가지 시대로 설명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세 시대는 초기 교회의 실존적 신뢰에 기반한 '믿음의 시대', 콘스탄티누스 전환 이후 교리적 정통성을 강조한 '신념의 시대', 그리고 1960년대 이후 경험적 영성을 중심으로 회귀하고 있는 '영의 시대'로 구분된다.
본서의 핵심은 '믿음(Faith)'과 '신념(Belief)'의 근본적 구분에 있다. 믿음은 존재의 근원에 대한 '깊은 신뢰'이자 전인적 헌신을 의미하는 반면, 신념은 명제에 대한 '지적 동의'에 가깝다. 콕스는 '신념의 시대'가 기독교의 본질이었던 '믿음'을 교리적 '신념'으로 변질시켰다고 비판한다.
현재 진행 중인 '영의 시대'는 이러한 교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영적 체험, 풀뿌리 공동체, 종교 간 대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기독교의 중심이 서구에서 남반구로 이동하는 현상은 이러한 전환을 입증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다. 콕스는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종교의 미래가 교리의 재확인이 아닌, 영의 해방과 인간의 새로운 연대에 달려 있다고 결론짓는다.
미래 세계가 종교에, 그것도 특히 그리스도교에 내줄 자리는 무엇일까?
영적 세계의 모습을 특징짓는 세 가지가 있다.
이 세 가지는 앞으로 몇십 년간 궤도 이탈을 하지 않을 것이다.
첫째는 전 지구상의 공적인 삶과 사적인 삶에서 일어나는 예상을 뛰어넘는 종교의 부흥이다. 둘째는 20세기의 해악인 근본주의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셋째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비록 주목받지 못하고 지나치는 일이 종종 있지만, 종교의 근본적 성격을 두고서 일어나는 심원한 변화이다.
_ 하비 콕스, 책의 첫 문장 _
하비 콕스는 하버드대학교 신학부의 명예교수이자 현대 신학계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1965년 출간되어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세속도시』를 비롯해, 사회학과 신학을 결합한 다수의 저작을 통해 시대적 통찰을 제시해 왔다. 『믿음의 미래』는 그의 은퇴 시기에 발표된 대표 저작으로, 수십 년간의 종교사회학적 사유를 집대성한 결실로 평가된다. 이 책에서 콕스는 기독교 역사 전반에 걸쳐 일어난 세 가지 근본적 변화를 탐구하며, 종교의 과거와 미래를 해석하는 획기적인 틀을 제시한다.
책의 핵심 주장은, 오늘날 인류가 종교의 형태가 근본적으로 변모하는 대격변적 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기독교의 역사를 관통하는 세 시기 ― 믿음의 시대, 신념의 시대, 영의 시대 ― 로 구분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콕스는 기독교가 본래 실존적이고 신뢰에 기반한 ‘믿음’에서 출발했으나, 중세와 근대를 거치며 ‘교리적 신념’으로 변질되었다가, 오늘날 다시 경험적 ‘영성’의 형태로 회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콕스의 논의 전체를 떠받치는 핵심 개념은 ‘믿음’과 ‘신념’의 급진적 구분이다. 이를 명확히 구별하지 않으면 오늘날의 종교 변동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믿음(Faith) 은 ‘깊은 신뢰’를 의미한다. 이는 인간이 존재의 근원적 차원에서 품는 실존적 신뢰로, 폴 틸리히가 말한 ‘궁극적 관심’과 상통한다. 히브리 전통에서 믿음은 지적 동의가 아니라 ‘마음(heart)’의 문제였으며, 인간이 삶 전체를 걸고 의지하는 대상을 향한 전인적 신뢰를 뜻했다.
반면 신념(Belief) 은 ‘의견’ 혹은 ‘명제적 확신’에 가깝다. “그럴 수도 있다고 믿는다”는 일상적 표현처럼, 신념은 불확실성을 내포한 지적 동의일 뿐 실존적 헌신을 반드시 요구하지 않는다. 신념은 종종 감정적 열정을 수반하지만, 삶의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여러 신념이 모인 것이 곧 신경(credos)이며, 교회 제도는 이를 정통의 기준으로 삼았다.
콕스는 이러한 구분을 통해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려 한다. 그는 스페인 작가 미겔 데 우나무노의 단편 「성자 마누엘 부에노, 순교자」를 인용한다. 소설 속 사제는 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도 기도할 수 있다고 고백하며, 기도는 지적 동의가 아닌 실존적 행위임을 보여준다. 콕스는 이 사례를 통해 “믿음은 신념보다 근원적”임을 강조한다. 즉, 교리적 회의가 있어도 깊은 영적 삶은 가능하며, 진정한 신앙은 교리적 동의가 아니라 삶 속에서 드러나는 신뢰의 행위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단순한 개념 구분을 넘어, 현대 신앙의 변화를 해석하는 중요한 신학적 열쇠를 제공한다. 콕스는 “신념의 시대”가 강요했던 지적 정통성의 굴레를 넘어, ‘믿음의 시대’가 회복되고 있음을 선언한다. 이는 교회 제도 중심의 신앙에서 경험적이고 영적인 신뢰의 신앙으로의 전환, 즉 ‘영의 시대’로의 귀환을 예고한다.
콕스는 약 2,000년에 걸친 기독교의 여정을 세 시대로 구분한다.
① 믿음(Faith)의 시대 ― 예수 시대부터 콘스탄티누스 이전까지로, 초기 교회는 예수에 대해 “무엇을 믿을 것인가”보다 “그의 가르침을 어떻게 따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
② 신념(Belief)의 시대 ― 콘스탄티누스 이후부터 20세기 중반까지로, 교회는 정통 교리를 확립하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권위를 강화했다. 신앙은 개인적 신뢰보다는 ‘정통성’과 ‘교리적 일치’로 측정되었다.
③ 영(the Spirit)의 시대 ― 1960년대 이후 본격화된 시기로, 교리의 경계를 넘어선 다양한 종교적 실천과 영성 운동이 확산되었다. 형식적 종교 제도보다는 내면의 체험과 종교 간 대화가 중심이 되는 시대이다.
‘믿음의 시대’는 예수의 활동 시기부터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기독교를 공인하기 전까지, 약 세기에 걸친 초기 교회의 시기를 가리킨다. 이 시기의 기독교 공동체는 예수에 대한 교리적 정통성을 강요하기보다, 그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데 전념했다. 하비 콕스에 따르면, 이들의 신앙은 본질적으로 ‘충성’의 형태를 띠었다. 그들은 로마 황제보다 예수께 충성하며, 예수가 선포한 평화(shalom)의 새 시대가 언젠가 완전하게 도래하리라는 희망 속에 살았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박해와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신조(creeds)나 성직 제도에 의존하지 않고 느슨한 교제 공동체 안에서 신앙을 실천했다. 이러한 공동체들은 신학적 다양성을 허용하며, 영적 교제와 더불어 제국 권력에 대한 비타협적 저항을 특징으로 삼았다. 그들에게 있어 신앙은 특정한 교리를 ‘믿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신뢰와 하나님 나라의 도래에 대한 희망으로 구체화된 삶의 방식이었다.
결국, 초기 교회의 ‘믿음’은 명제적 동의나 교리적 확신이 아니라 급진적인 제자도와 사회적 재정렬의 실천이었다. 로마 제국의 질서에 맞서 ‘샬롬’이라는 새로운 사회-정치적 비전을 추구했던 이 공동체에게, 훗날 신념의 시대가 강조한 중앙집권적 교리와 위계질서는 본질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 콕스는 이를 두고, 근원적 믿음이란 단순한 사상적 확신이 아니라 선택된 충성, 곧 ‘성실’로 드러나는 삶의 태도라고 정의한다.
‘로드 러너와 도마복음서’라는 장에서 콕스는 1세기에서 3세기 사이의 기독교를 재조명한다. 그는 이 시기를 이해하기 위해, 최근에 발굴된 비정경 문서 ― 특히 『도마복음서』와 같은 나그함마디 문서 ― 를 주목한다. 이 자료들은 초기 기독교가 교리보다 경험과 실천, 다양성과 자유를 중시했던 공동체였음을 보여준다.
콕스는 이러한 문헌들을 통해, 본래 활기차고 개방적이었던 예수 운동이 어떻게 점차 제도화되고, 교리적 경계와 사제 엘리트가 지배하는 종교 제국으로 변질되었는지 그 궤적을 추적한다. 초기의 느슨한 지역 공동체 네트워크가 점차 경직된 계급 구조와 통제 체계로 변모한 과정은, ‘믿음의 시대’가 ‘신념의 시대’로 이행하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제시된다.
초기 기독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반제국주의적 정체성이다. 신자들의 궁극적 충성은 로마 제국이 아닌 예수에게 있었으며, 이 신앙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함의를 지녔다.
콕스는 교리나 위계질서의 부재가 단순한 조직적 미비가 아니라, 초기 교회의 반제국적 영성과 직결된 현상이라고 해석한다. 당시 신앙의 핵심은 단순히 개인 구원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평화를 세상 속에서 구현하려는 사회-정치적 비전(shalom)이었다. 따라서 나중에 등장한 중앙집권화된 교리 체계와 제도적 성직 구조는, 이러한 급진적 비전과 구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믿음의 시대’의 쇠퇴는 신학적 실패라기보다 정치적 압력에 대한 타협의 결과였다. 콕스는 이를 통해 초기 교회가 본래 지녔던 해방적 에토스와 공동체적 신앙의 정신을 되살릴 필요성을 강조한다.
‘신념의 시대’는 기원후 4세기부터 20세기까지 이어지는 기독교 역사에서 결정적인 전환기를 이룬다. 이 시기 교회는 정통성과 올바른 신념을 확립하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변화의 기점은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기독교 수용이었다. 그는 분열된 제국을 통합하기 위해 신앙을 이념적 통일의 도구로 사용했으며, 그 결과 신앙은 실존적 신뢰에서 이데올로기적 체계로 변모했다.
교회와 국가의 결합, 즉 기독교의 제국화는 신앙의 초점을 내적 경험에서 외적 집행으로 이동시켰다. 콘스탄티누스 이후 공동체적 신앙은 점차 위계적 질서로 대체되었고, 초기의 믿음은 명제적 신념으로 치환되었다. 신앙의 중심이 삶의 실천에서 정통 교리의 동의로 옮겨가면서, 교회는 예언자적 공동체에서 제도적 체제로 변모하였다.
‘콘스탄티누스의 마지막 만찬’이라는 상징적 장에서 콕스는 초기 교회가 어떻게 제국의 권력 속으로 흡수되며 근원적 공동체성을 잃게 되었는지를 분석한다. 기독교의 제국화는 곧 주교의 권위 강화와 교회의 부패로 이어졌고, 교회는 정치적 안정과 제도적 통일을 위해 예언자적이고 반제국적인 정체성을 희생했다.
그 결과, 신념의 시대는 진정성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시기로 정의된다. 교회는 영적 공동체가 아니라 제국의 질서를 유지하는 종교적 행정기관으로 변해갔다.
“주교는 당신의 대제사장이며 왕이다” ― 권력과 신앙의 결합
신념의 시대는 영적 권위와 정치적 권력의 융합을 상징한다. 신앙의 핵심은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충실도가 아니라, 질서와 복종이 되었다.
이 시대의 신앙은 니케아 신경으로 대표되는 교리적 정통성 체계 속에 조직되었다. 콘스탄티누스는 제국의 통합을 위해 교리의 일원화를 추진했고, 이를 위해 신앙의 다양성을 통제해야 했다. 그 결과 이단 심문과 종교재판이 등장했으며, 교리는 진리 탐구의 수단이 아니라 권력의 통제 장치로 기능하게 되었다.
수 세기 동안 서구 사회는 “올바른 교리에 대한 지적 동의가 신앙의 본질”이라는 전제를 당연시했다. 콕스는 이러한 신념 중심적 신앙이 결국 종교적 불관용과 근본주의의 뿌리가 되었다고 비판한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현대 근본주의는 단순히 종교적 보수주의가 아니라, 콘스탄티누스적 정치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다. 문자적 성경 해석과 교리적 확실성을 강조하며 문화적·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본질적으로 제국적 통제의 재현이기 때문이다.
종교개혁과 계몽주의는 교회의 정치적 지배를 도전했지만, “신앙은 정확한 명제에 기반해야 한다”는 사고방식 자체는 여전히 지속되었다. 콕스는 이러한 신념의 시대적 사고가 20세기까지 깊이 뿌리내렸으며, 교리적 확신이 인간의 신뢰와 영성을 대체해 왔다고 진단한다.
결국 ‘신념의 시대’는 신앙을 삶의 신뢰에서 지적 동의로 축소시킨 시기였다. 콕스는 이 시대를 기독교의 제도화된 변질기로 규정하며, 믿음이 다시 경험적·영적 차원으로 회복되어야만 다음 시대, 즉 ‘영의 시대(The Age of the Spirit)’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영의 시대 (1960년대부터 현재)
‘영의 시대’는 1960년대경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된 새로운 종교적 국면을 가리킨다. 이 시대는 교리와 제도, 종교 간 장벽에서 벗어나 영성으로 회귀하는 거대한 전환을 의미한다. 하비 콕스는 이를 포스트-콘스탄티누스 시대의 시작으로 규정하며, 신앙의 초점이 다시 영적 경험, 제자도, 희망의 우선순위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콕스에 따르면, 오늘날 종교는 점점 덜 교리적이고 더 실용적이 되어가고 있다. 신앙은 정통 교리의 동의가 아니라, 삶의 윤리적 지침과 영적 훈련을 통해 표현된다. 제도적 교회 중심의 신앙 구조가 약화되면서, 신앙은 점점 개인적이고 참여적인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콕스는 오늘날 세계 종교의 지형을 형성하고 있는 세 가지 핵심 특징을 제시한다.
이는 곧 미래의 종교가 걸어갈 방향을 예견하는 세 가지 징후이기도 하다.
1. 종교의 예상치 못한 부흥
전 세계적으로 종교가 다시금 공적·사적 영역 모두에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 한때 ‘세속화의 종말’을 예견하던 이론들이 수정될 정도로, 종교는 새롭게 재등장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과거 회귀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영적 부활로 나타난다.
2. 근본주의의 쇠퇴
콕스는 근본주의를 “20세기의 골칫거리”라고 부르며, 그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본다. 이는 종교적 열정이 교리적 경직성에서 벗어나, 개방적 신앙과 영적 다양성 속에서 새롭게 표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근본주의의 약화는 곧 신앙이 다시 자유로운 영의 운동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3. 종교성의 근본적 변형
가장 본질적인 변화는 ‘요구된 신념’에서 ‘체험된 영성’으로의 전환이다. 이는 교리적 동의보다 실존적 경험과 내적 신뢰를 중시하는 흐름으로, 종교 간의 장벽을 허물고 상호 대화와 협력을 촉진한다. 결과적으로 신앙은 더 이상 배타적 경계가 아니라 공유된 인간 경험의 장(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전개는 서구 제도 종교의 쇠퇴가 신앙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음을 시사한다. 오히려 그것은 ‘신념의 시대’의 구조가 해체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신념의 시대가 서구 중심적이고 위계적이었다면, 영의 시대는 비서구적이고, 자발적이며, 풀뿌리적이다.
오늘날 기독교는 서구가 아닌 지역, 특히 남반구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들은 “신조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으며(creedless)” “위계 없이 자생적으로 번성”하고 있다. 이는 곧 교리적 통제(신념의 시대)에서 경험적 자유(영의 시대)로의 전환을 입증하는 현상이다.
세계 기독교의 중심이 유럽에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로 이동하는 지리적 변화는, 단순한 인구 이동을 넘어 신앙 패러다임의 구조적 전환을 보여준다. 또한 현대의 영적 운동들은 교리보다 윤리적 실천과 사회적 변혁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흐름은 에큐메니컬 NGO, 사회 정의 운동, 해방신학적 흐름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특히 개인적 헌신과 사회적 책임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개신교적 개인주의’와 ‘가톨릭적 공동선’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콕스는 영의 시대가 기독교 내부의 변화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는 최종 장에서 이슬람, 불교, 유대교 등 주요 종교 전통에서도 유사한 개혁적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전통 역시 위계적 구조에서 평등주의적 구조로, 교리 중심에서 실천 중심으로, 배타적 경계에서 대화적 관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권, 평화, 생태, 정의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한 영적 연대로 이어지고 있으며, 종교 간 장벽이 실질적으로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콕스는 이러한 흐름을 깊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는 신앙의 미래는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적이며, 확장적이고, 희망적이다라고 선언한다.
『믿음의 미래』의 마지막에서 콕스는 자신의 신앙 여정을 이러한 역사적 변화 속에 위치시킨다. 그는 신념의 시대가 만들어낸 교리 중심의 종교가 이제 막을 내리고, 삶으로 체화된 믿음과 영의 자유로운 역동성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고 본다.
이로써 “믿음의 시대 → 신념의 시대 → 영의 시대”로 이어지는 세 시기의 궤적은 단순한 역사 서술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의 본질이 어떻게 다시 회복되어 가는가에 대한 신학적 서사가 된다. 콕스의 결론은 명확하다.
“신앙의 미래는 교리의 재확인이 아니라, 영의 해방과 인간의 새로운 연대에 있다.”
정리
하비 콕스의 『믿음의 미래』는 기독교의 역사를 교리적 정체성의 틀에서 해방시켜, 실존적이고 실천적인 신앙의 회복으로 이끌려는 시도로 요약될 수 있다. 콕스는 초기 교회의 활기찬 ‘믿음의 시대’가 콘스탄티누스 제국의 정치적 요구 속에서 ‘신념의 시대’로 전환되며, 기독교 본래의 충실도와 자유로운 영성을 상실했다고 진단한다.
오늘날의 ‘영의 시대’는 이러한 상실에 대한 전 지구적 반응으로 등장한다. 신앙의 중심이 서구에서 남반구로 이동하고, 풀뿌리 공동체가 위계적 교회 구조를 대체하며, 교리보다 윤리적·영적 실천이 강조되는 현상은 기독교가 ‘포스트-콘스탄티누스적 전환’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콕스는 이 전환을 단순한 제도 변화로 보지 않는다. 그는 “믿기 전에 소속하기”라는 새로운 신앙 원리를 포함한 열 가지 실천적 도전 과제를 제시하며, 미래의 신앙이 개방적이고 관용적이며, 사회 정의를 구체적으로 실현할 때만 지속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신앙은 교리적 확신이 아니라 삶으로 체화된 ‘샬롬(shalom)’의 희망 위에 세워질 것이다.
궁극적으로 『믿음의 미래』는 현대 종교가 경험의 우선순위를 회복하고, 경직된 이념적 틀을 해체함으로써 본래의 신앙적 본질로 돌아갈 가능성을 제시한다. 콕스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독교의 미래는 교리의 수호가 아니라, 영의 자유로운 흐름과 인간의 연대 속에서 실현되는 살아 있는 믿음에 달려 있다.
관련도서
1. The Future of Faith, by Harvey Cox,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