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AI 전략에 따른 독자적 행보 관점에서 정리
NVIDIA GPU 확보 계획 발표를 통해 본 LG의 전략적 포지셔닝
◼︎ LG 침묵의 의미: 전략적?
최근 엔비디아가 한국 시장을 대상으로 발표한 26만(정부 5만, 삼성/SK/현대 각 5만, 네이버 6만)개 규모의 고성능 GPU 공급 계획 발표는 국내 AI 산업의 판도를 바꿀 만한 사건이다. 정부를 비롯해 삼성, SK,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이 인공지능 인프라 확보에 나서는 가운데, 그동안 AI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온 LG의 이름이 명단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단순히 GPU 확보 경쟁에서 밀린 것인지, 아니면 LG가 의도적으로 다른 전략을 택한 것인지가 핵심 질문이다.
이번 엔비디아측의 발표는 단순한 하드웨어 조달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 생태계와 산업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규모의 프로젝트다. 총 26만 개의 고성능 GPU(‘블랙웰’ 계열 포함)가 한국 시장에 공급될 예정이며, 이는 국내 AI 연구개발과 서비스 혁신을 폭발적으로 가속할 수 있는 물량이다.
주목할 점은 이번 공급 구조가 반도체 자체 생태계를 구축했거나, 자동차 등 대규모 제조 공정을 혁신하기 위해 AI 팩토리 구축이 시급한 ‘인프라 헤비 플레이어(Infrastructure Heavy Player)’ 중심으로 짜였다는 것이다. 이 구도는 LG가 현재 어떤 위치에 서 있으며, 왜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따라서 LG의 침묵은 단순한 부재가 아니라, 인프라 경쟁의 외연을 넘어서는 또 다른 전략적 선택의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침묵이 전략적 계산의 결과인지, 혹은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의 선택적 후퇴인지 살펴본다.
◼︎ 전략적 포지셔닝: '인프라 구축'보다 '응용 및 모델 개발'에 집중?
LG가 이번 GPU 공급 경쟁의 선두에 서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GPU 확보에 소극적이거나 전략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LG가 추구하는 AI 전략의 본질적인 방향성, 즉 인프라 구축보다 응용과 통합 중심의 가치 창출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LG는 대규모 GPU 팜을 구축해 외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프라 허브’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대신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 ‘EXAONE’과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 디지털 트윈을 아우르는 ‘Physical AI’ 기술을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통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LG는 NVIDIA의 ‘Omniverse’와 ‘Isaac’ 같은 플랫폼과 협력하며, 산업 현장과 소비자 제품을 연결하는 응용 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GPU의 양을 늘리는 것보다, 확보한 컴퓨팅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해 실질적 성과를 내는가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 NVIDIA의...
- Omniverse: 메타버스 시대를 위해 구축된 협업과 시뮬레이션 플랫폼
- Isaac: 자율 로봇 개발을 위한 AI 로봇 플랫폼
결국 LG의 전략은 무한 경쟁식의 GPU 확보전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의 자원을 최적화해 응용 중심의 R&D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LG에게 대규모 GPU 확보 경쟁에 참여해야 할 유인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으며, 이는 명확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 조달 및 기술 전략: 'NVIDIA 올인'이 아닌 '하이브리드' 접근
LG는 특정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NVIDIA 올인’ 대신 ‘하이브리드 조달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기술 종속성을 피하고 총소유비용(TCO)을 최적화하려는 명확한 전략적 의도에서 비롯된 선택이다.
첫째, 클라우드 인프라의 적극적 활용이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 모델 ‘EXAONE 3.0’의 학습 과정에서 Google Cloud의 TPU와 GPU 인프라를 병행 사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필요할 때마다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유연하게 확보할 수 있으며, 초기 구축비용이 막대한 온프레미스(기업 내부) 인프라의 부담을 크게 줄이고 있다.
참고)
- TPU(Tensor Processing Unit): TPU는 구글이 딥러닝 작업에 특화해 개발한 ASIC. 딥러닝 모델의 대규모 행렬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며 텐서플로우에 최적화되어 있어 AI 학습과 추론에 뛰어난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제공. 구글 딥러닝에 특화.
- GPU(Graphics Processing Unit): 그래픽 처리를 위해 개발된 범용 병렬 처리 장치로, 게임 그래픽, 영상 렌더링뿐 아니라 인공지능, 머신러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범용성과 다양한 연산 지원에 강점.
둘째, 대체 기술 포트폴리오의 구축이다. LG는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FuriosaAI와 협력해 RNGD 칩을 도입하는 등, NVIDIA GPU 외에도 다양한 가속기를 조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모든 연산을 고가의 GPU로 처리하지 않고, 추론 등 특정 연산에 적합한 저비용·고효율 칩을 함께 사용하는 혼합 가속기 모델을 의미한다.
참고) RNGD 칩:
퓨리오사AI가 개발한 2세대 AI 추론용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 Tensor Contraction Processor(TCP)라는 독자적인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여, 기존 GPU가 주로 사용하는 행렬 곱셈 연산보다 고차원 텐서 연산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설계됨. AI 대형 언어 모델(LLM) 및 멀티모달 AI 작업에 최적화. AI 추론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음.
셋째, 선택적 온프레미스(구내) 투자다. LG는 전사적으로 일괄적인 GPU 대량 구매를 추진하지 않는다. 대신 Physical AI 시뮬레이션, 프론티어 LLM 연구 등 각 사업부의 구체적 필요에 맞춰 GPU의 종류와 수량을 정밀하게 조정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자본 투입을 피하면서, 필요한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는 정교한 투자 전략을 구현하고 있다.
결국 LG의 행보는 단기적인 GPU 경쟁에서의 후퇴가 아니라, 조달 다변화와 기술적 자율성 확보를 통한 장기적 효율 극대화 전략으로 이해해야 한다.
◼︎ 생태계 내 이중적 역할: 'GPU 수요자'이자 'AI 인프라 공급자'
LG는 AI 생태계 안에서 단순한 GPU 수요자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GPU 수요자이자 AI 인프라 공급자라는 이중적 역할을 통해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LG가 단순히 기술을 소비하는 기업이 아니라, AI 인프라 전체 가치사슬 속에서 핵심 기술을 제공하는 조력자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의 결과다.
먼저 ‘수요자’로서의 역할이다. LG AI연구원은 NVIDIA가 발표한 ‘한국형 LLM 공동개발’ 파트너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LG가 GPU 물량을 공개하지 않았을 뿐, 여전히 기술 협력의 최전선에 있음을 보여준다. LG는 GPU 확보보다, 확보한 자원을 기반으로 실제 AI 모델과 응용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공급자’로서의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가 직면한 전력 소비와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액침 및 직냉식 냉각 시스템, 전력 관리 솔루션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LG는 칩 자체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AI 인프라 생태계 전반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기술 공급자로서의 가치를 확장하고 있다.
결국 LG는 GPU 확보 경쟁에서 벗어나, 질적 차별화를 중심으로 한 독자적 AI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이중적 역할은 LG가 향후 AI 시장에서 기술 통합력과 산업적 영향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 미래 전망 및 시사점: LG AI 사업의 향후 방향성
LG가 현재 취하고 있는 전략은 단기적인 후퇴가 아니라, AI 사업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정교한 전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겉으로는 대규모 GPU 확보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효율성과 선택적 집중을 기반으로 한 장기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LG의 향후 행보는 다음 세 가지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 후속 계약을 통한 추가 GPU 확보 가능성이다. 이번 26만 개 규모의 NVIDIA 공급 계약 이후에도, LG는 차세대 EXAONE 개발이나 대규모 디지털 트윈 구축 등 특정 사업 목적에 맞춰 필요한 GPU를 별도의 후속 계약이나 비공개 형태로 확보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둘째, 클라우드 및 파트너십 강화다. LG는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자체 인프라 구축 대신,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와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거나, 여러 기업이 인프라를 공유하는 공동 조달 모델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자원의 유연성을 확보하면서도 투자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셋째, GPU 물량 경쟁에서 연산 효율성 경쟁으로의 전환이다. LG는 GPU의 양적 우위를 추구하기보다, AI 모델 경량화, 연산 최적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운영 역량을 강화해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높은 성능을 내는 기술 효율 중심의 경쟁력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LG의 방향성은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더 잘 쓰는 것”으로의 이동이다. 이는 단기적 수치 경쟁을 넘어, AI 생태계 전반에서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 확보를 목표로 한 전략적 진화라 할 수 있다.
특히 LG는 그룹사 전체가 아닌, 각 계열사의 사업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GPU 활용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표는 각 계열사별로 예측되는 정교한 GPU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것이다.
이러한 계열사별 맞춤형 포트폴리오는 LG가 전사적으로 획일적인 인프라 구축이 아닌, 워크로드별 최적 컴퓨팅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 양적 경쟁을 넘어 질적 차별화로
결론적으로 LG가 엔비디아의 대규모 GPU 공급 계약에서 보인 태도는 전략적 후퇴나 소극적 대응이 아니라, 명확한 방향성을 가진 ‘자본 효율적, 응용 중심 컴퓨팅 전략’의 결과다. LG는 단순히 GPU 물량을 늘리는 양적 경쟁에 참여하기보다, 자신이 가장 경쟁력 있는 영역 즉, 제품과 서비스의 AI 응용에 집중하며 질적 차별화를 통해 고유한 시장 가치를 창출하려 하고 있다.
분석을 통해 드러난 LG의 AI 전략의 핵심은 다음으로 요약된다.
의도된 전략적 선택 — LG의 행보는 소극적 대응이 아니라, 자사의 핵심 강점인 제품·서비스 응용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명확한 전략적 포지셔닝이다.
질적 차별화의 추구 — 대규모 인프라 확보 경쟁보다는, AI 모델의 최적화와 하이브리드 인프라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방향이다.
정교한 조달 믹스 — 온프레미스, 클라우드, 대체 가속기를 유연하게 조합하는 다층적 조달 구조를 통해 기술 종속을 피하고, 총소유비용(TCO)을 최소화하고 있다.
미래 지향적 생태계 구축 — LG는 단순한 기술 소비자를 넘어, AI 데이터센터 솔루션과 전력·냉각 인프라를 제공하는 공급자로서 AI 생태계 전반에서 지속 가능한 입지를 확립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정리하자면, LG의 전략은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더 잘 활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GPU 경쟁의 외형적 규모를 넘어, AI 산업의 효율성과 응용 중심의 혁신을 선도하려는 질적 전환 전략이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