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년여 동안 다른 분야에 관심을 두고 지내다가, 다시금 수십 년간 몸담아온 업계를 돌아보니 정리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 했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걸어 보자.
◼︎ 팔란티어 이슈 리뷰 순서 (링크) — 기술 안보 측면의 검토
1. 그들의 일하는 방식
2. 창립자의 관점, 『기술 공화국』 내용
3. 기술 패권주의 – 미국 중심주의
4. 알렉스 카프의 기술 패권주의
5. 피터 틸: 권력의 설계자이자 킹메이커
6. 한국의 기업 첨단 노하우는 안전한가?
7. 동행과 우려 (종합)
OS: 일(업무) - ‘문제 해결’이라는 본질에 집중
기업 혁신의 세계에서 팔란티어(Palantir)는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전통적인 공급업체만은 아니다.
그들의 목표에는 고객의 조직 내에 새로운 운영체계(OS)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 OS의 유일한 목적은 고객사의 시급하고도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고 또한 그 체계가 지속적으로 실행되도록 하는 데 있다.
일반적인 IT업체 대비 팔란티어의 접근은 다르다.
“회사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입니까?”
그들이 언제나 관심을 두는 핵심 질문이다.
이 한 문장은 팔란티어가 단순히 기술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사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적으로 가치 창출이 가능한 체질로 변화하도록 전체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자사의 비즈니스 본질로 정의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법으로 인해 팔란티어라는 회사는 고객들마다 전혀 형태의 회사로 인식된다.
데이터 통합 문제를 해결한 고객에게는 ‘대시보드 만드는 회사’로 보이기도 하고, AI 난제를 해결한 고객에게는 ‘AI 플랫폼 회사’로 보이기도 한다. 이는 팔란티어의 솔루션이 고정된 애플리케이션에 머물지 않고, 문제에 따라 최적의 방법을 구현하는 유연한 운영체제임을 보여주는 예시로 볼 수 있다.
팔란티어의 방식은 단순한 전략 컨설팅과도 명확히 구분된다.
전략 컨설팅 프로젝트로는 수백 페이지의 PPT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 받는 데 그친다면, 팔란티어는 프로젝트 첫날부터 고객의 데이터를 연결해 실제로 작동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팔란티어의 진짜 경쟁자는 다른 기업이 아니라, 고객사 내부 직원들일 때가 많다.
오히려 시스템이 드러내는 비효율과 가짜 노동으로 인해 변화를 거부하는 고객사 내부의 직원들이 가장 큰 저항 세력이 되는 것이다. 이는 팔란티어의 도입이 단순한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의 권력 구조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변혁임을 의미한다는 방증이다.
OS 커널: 문제 정의부터 시작되는 그들의 업무
팔란티어는 솔루션의 가치 사슬을 근본적으로 재배치한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기술 구현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를 올바르게 정의하는 것에 있다. 대다수의 기업에서 많은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잘못된 문제에 막대한 자원을 쏟기 때문이다. 팔란티어 OS의 커널은 바로 이 문제 정의를 구조화하고, 모든 데이터와 자원을 가장 중요한 문제에 집중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법론 1) 온톨로지: 비즈니스의 디지털 트윈을 통한 문제 해결
팔란티어의 핵심 기술은 온톨로지(Ontology)다.
온톨로지는 조직 전체에 흩어져 있는 무의미한 데이터 조각들을 연결해, 의사결정이 가능한 의미의 지도로 재구성한다. 이 시스템은 ‘데이터, 로직, 액션’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통해 현실의 비즈니스 운영 방식을 가상공간에 복제한 디지털 트윈을 지칭한다.
이 디지털 트윈은 레고 블록처럼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IT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현업 담당자가 직접 필요한 솔루션을 조립하고 실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매팀의 원자재 재고 데이터’와 ‘생산팀의 수율 데이터’를 연결하면, 특정 원자재가 생산 수율에 미치는 영향을 즉시 분석하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온톨로지는 조직의 모든 활동을 하나의 통일된 언어와 구조로 표현이 가능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당연하게도 구매팀 자체의 실적과 생산팀 자체의 평가방식 등으로 인해 분리된 활동이 통합되어 종합적 성과를 지향하는 업무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부서 단위가 아닌 전사적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할 수 있는 논리적 기반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방법론 2) 빈 도화지와 모듈, 그리고 세 가지 핵심 질문
어떤 고객사의 한 임원은 팔란티어의 솔루션을 “빈 도화지와 같다”고 표현했다.
온톨로지는 바로 이 빈 도화지와 레고 블록을 쌓도록 모듈러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팔란티어는 그 빈 도화지에 가장 중요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OS의 핵심 알고리즘이라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질문 체계를 적용한다.
바로 세 가지 근본적 질문이다.
What decision?
(1. 어떤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
수많은 현상 중에서 해결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를 정의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 ‘매출이 떨어졌다’는 현상에 머물지 않고, ‘매출 반전을 위해 어떤 핵심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가?’를 묻게 된다. 문제를 단순한 결과치만이 아니라, 그 결과를 바꾸게 만드는 핵심적 의사결정으로 초점을 전환하는 것이다.
How much impact?
(2. 얼마나 큰 임팩트가 있는가?)
문제를 해결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재무적·정성적 효과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100억 원 규모의 문제와 5억 원 규모의 문제를 구분하고, 한정된 자원을 가장 임팩트가 큰 영역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Where is the data?
(3. 데이터는 어디에 있는가?)
아무리 큰 임팩트가 예상되더라도, 관련 데이터가 없다면 즉시 해결할 수 없다.
이 질문은 데이터의 준비 상태를 점검해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한 문제인지 판단하고, 실행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
이 세 가지 질문을 통해 팔란티어는 고객 조직이 기술 중심이 아닌 문제해결 중심의 사고 구조를 갖추도록 돕는다.
방법론 3) 근본 구조의 변화 추구
팔란티어는 단순한 문제 해결을 넘어, 조직의 근본 구조를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부분의 기업 혁신은 기존 구조의 틀 안에서 개별 부품의 성능(부분최적화)을 개선하는 수준에 머문다.
이는 분명한 발전이지만, 결국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과거의 ‘포니’를 아무리 개선해도 결국 더 나은 내연기관차인 렉서스밖에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전기차 테슬라를 만들기 위해선 내연기관이라는 구조 자체를 모터와 배터리로 바꿔야 하는 것이다. 문제의 접근법을 근본적인 목적 중심으로 재정의 하도록 돕는 즉, 패러다임을 바꾸게 만드는데 탁월함이 있다.
팔란티어가 추구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OS 커널은 조직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재정의함으로써, 개별 부서 최적화가 아닌 전사적 관점의 새로운 운영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팔란티어가 만드는 것은 ‘더 나은 시스템’이 아니라 ‘새로운 구조’인 것이다. (전체최적화 솔루션)
실행 계층: 개발자 전진 배치 모델
팔란티어의 강력한 문제 정의와 온톨로지는 ‘전진 배치(Forward Deployed)’라는 독특한 실행 계층을 통해 현실 세계와 직접 상호작용한다.
이는 단순히 인력을 고객사에 파견하는 개념을 넘어선다.
FD는 팔란티어의 디지털 트윈이 고객의 실제 운영 현장에서 즉시 작동하고, 실시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핵심 인터페이스다. 예를 들어 군내 문제해결을 위해서 개발자가 직접 군에 들어가서 병사들과 함께 생활하고 훈련하며 문제를 직접 경험하고 문제를 정의하여 현장에서 필요한 해결책을 고민하는 데까지 이른다.
즉, OS가 살아 있는 현장에서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도록 만드는 구조인 것이다.
(1) 현장 확인 및 문제 진단에 집착
솔루션은 현장에 있다는 말이 있다. 문제도 현장에서 발생하고, 확인할 수 있다.
팔란티어 실행 계층의 핵심 원칙은 현장에 대한 급진적 존중이다.
이 원칙에 따라, 고객 현장에 파견된 전진 배치 전략가(Deployment Strategist, DS)와 전진 배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Forward Deployed Software Engineer, FDSE)는 본사의 승인 없이도 고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수준의 권한을 가진다.
실제로 팔란티어의 주력 플랫폼인 파운드리(Foundry)의 핵심 기능 대부분은 특정 고객 현장에서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토타입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현장의 요구가 곧 혁신의 출발점이 되는 강력한 피드백 루프이자, 실행 계층이 커널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메커니즘을 잘 보여준다.
즉, 팔란티어의 혁신은 본사 회의실이 아니라, 고객의 현장에서 태어난다.
(2) DS, FDSE는 시스템 구축이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해 파견된다.
팔란티어의 FDSE는 일반적인 IT 기업의 파견 엔지니어와는 목적부터 다르다.
일반 엔지니어의 목표가 계약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셋업 하는 수준이라면, FDSE의 목표는 고객의 데이터를 활용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팔란티어 엔지니어들은 “프로젝트 종료일이 언제냐”고 묻지 않는다.
그 대신, “이것이 정말 당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를 집요하게 묻는다.
그들의 관심사는 일정이 아니라, 문제가 실제로 해결되었는가이기 때문이다.
(3) 역전된 개발 절차
팔란티어의 실행 계층은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절차 즉, 계획 → 개발 → 배포를 완전히 뒤집는다.
이들의 개발 방식은 다음과 같은 순서를 따른다.
배포 → 개발 → 제품화
이 모델은 앞서 언급한 ‘빈 도화지’ 개념과 직결된다.
고객 현장에서 긴급한 필요가 발생하면, 팔란티어는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즉시 프로토타입을 배포(Deployment)한다. 이 첫 배포는 마치 빈 도화지에 첫 붓질을 하는 행위와 같다.
그 솔루션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효과가 입증되면, 그제야 개발(Development)과 제품화(Productization)를 거쳐 OS의 공식 기능으로 편입된다. 즉, 현장에서 먼저 ‘작동’하게 만들고, 그다음에 다듬는 것이다.
이 방식은 완벽함보다 실행을 우선시하는 실용적 혁신 모델이다.
실제 문제 해결 경험이 OS의 기능을 진화시키는 원동력이 되며,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는 이 순환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발전한다.
펌웨어: 사명감으로 움직이는 조직
팔란티어의 강력한 OS 커널과 실행 계층은 정교한 기술만으로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 시스템은 특정한 유형의 인재를 끌어들이고 유지하는 독특한 펌웨어, 즉 기업 문화와 철학적 기반 위에서만 제대로 구동된다. 전진 배치 모델처럼 강도 높은 환경은 이 문화적 펌웨어가 없다면 결코 지속될 수 없다.
(1) 기술 공화국과 반(反)실리콘밸리 이념
CEO 알렉스 카프가 주창하는 기술 공화국 비전은 팔란티어 문화의 핵심이다.
그는 기술 기업이 단순한 상업적 이익을 넘어, 국가 안보와 같은 ‘국가적 임무’에 복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인공지능을 21세기의 결정적 전쟁터로 규정하며, 서구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기술적 우위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이러한 철학은 실리콘밸리의 주류 문화와 뚜렷하게 대비된다.
알렉스 카프는 실리콘밸리가 사진 공유 앱이나 만들면서, 이념적 논쟁을 회피하는 지적 취약성을 보인다고 비판한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2018년 구글의 프로젝트 메이븐(알고리즘 전쟁 교차기능팀의 코드명) 철수 사건이다. 구글은 직원들의 반발로 미 국방부의 AI 프로젝트 참여를 중단했다.
반면 팔란티어는 이런 논란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가 안보라는 사명감으로 경쟁사가 기피한 영역에 진입했다.
이 결과, 팔란티어는 경쟁자들이 스스로 포기한 영역에서 독자적인 전략적 해자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2) ‘가짜 노동’을 드러내는 투명성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팔란티어 OS가 도입될 때 가장 큰 저항은 종종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온다.
온톨로지를 통해 모든 데이터와 의사결정 과정이 연결되면, “두 명이 해도 되는 일을 왜 여섯 명이 하고 있는가” 같은 조직 내 비효율과 ‘가짜 노동’이 드러난다.
이로 인해 팔란티어의 도입은 단순한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직의 기존 질서와 기득권 구조를 뒤흔드는 정치적이고 변혁적인 과정이 된다. 부서 간의 벽을 허물고 전사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므로, 이 혁신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CEO의 강력한 리더십과 전사적 지지가 필수적이기도 하다.
따라서 팔란티어는 자신들이 제공하는 기술이 실제로 작동되고 목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업의 조직문화와 권력 구조의 재편까지도 함께 따라야 한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점은 사실 모든 변화관리의 기본이자 근간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대부분은 건드리지 못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 문제의 아킬레스건을 팔란티어의 작업자들은 정면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
(3) 높은 강도의 업무와 그에 상응하는 보상, 그리고 명확한 문화적 동류 정신
팔란티어의 펌웨어는 높은 근무 강도와 그에 상응하는 보상 구조로 유지된다.
직원들은 장기적 기여를 전제로 한 주식 기반 보상을 받으며, 회사의 성장을 자신의 성취와 직결된 것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팔란티어 문화의 핵심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명확한 문화적 동류 정신에 있다.
회사는 자신들의 사명과 가치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처음부터 함께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다. 실제로 팔란티어는 “서구 제국주의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입사를 재고하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드러내놓고 기술 제국주의를 선언하는 그들이, 우리 입장에서 염려되는 가장 강력한 원인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러한 문화적 필터링은 그들의 단순한 인사 정책만이 아니다.
이는 구글처럼 내부 반발로 국가 계약을 포기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전략적 장치이다.
결국 팔란티어 OS를 실제로 구동시키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명감으로 무장한 사람들, 즉 이 ‘펌웨어’를 몸에 지닌 인재들이다. 이들은 강도 높은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팔란티어의 운영체제를 현실 세계에서 작동시키는 핵심 동력이 되는 것이다.
결론: 기업의 ‘자율주행’을 향한 운영체제
결론적으로 팔란티어의 일하는 방식은 단순한 업무 절차의 집합이 아니다.
팔란티어는 문제 정의 커널(Ontology), 현장 중심 실행 계층(FDE), 사명감 기반 펌웨어(Culture)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기업 운영체제(OS)를 구축한다.
이 OS의 본질적인 목표는 조직 내 모든 벽을 허무는 것이다.
IT 부서와 현업 부서의 경계를 허물어 누구나 데이터 기반 솔루션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수직적 통합),
구매팀과 생산팀 등 부서 간의 장벽을 제거해 조직 전체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의사결정을 내리게 한다(수평적 통합).
이 운영체제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모습은 ‘기업의 자율주행’이다.
즉, 외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며, 최적의 경로를 찾아 나가는 자기 학습적 조직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팔란티어가 꿈꾸는 기업은 외부의 명령을 기다리는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 움직이는 유기체다.
팔란티어의 성공은 단순히 기술력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철학, 이를 실현하는 독창적인 운영 모델, 그리고 사명감으로 움직이는 인재들의 문화가 결합된 결과다. 이 세 요소가 하나로 통합될 때, 기업은 더 이상 ‘시스템을 사용하는 조직’이 아니라, ‘스스로 진화하는 운영체제’로 거듭난다.
팔란티어의 일하는 방식은 기술보다 철학에 가깝다.
그들은 소프트웨어를 파는 기업이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구축하는 파트너다. 이 운영체제는 문제 정의의 커널에서 출발해, 현장을 중심으로 진화하는 실행 계층과 사명감으로 움직이는 문화적 펌웨어로 완성된다. 팔란티어는 이를 통해 기술과 사람, 시스템과 조직의 경계를 허물고 기업이 스스로 학습하고 적응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결국 그들의 목표는 ‘더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 진화하는 기업’, 즉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의 운영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이 팔란티어가 세상에 제시하는 새로운 일의 방식이며, 기술이 아닌 문제 해결의 철학으로 완성된 혁신 모델이다.
그들의 이후 행보에도 주목해 보자.
아마도 거대한 성과로 수많은 기업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듯하다.
아무래도 팔란티어와 관련해서는 몇 차례 더 글을 이어갈 수 있을 듯하다.
창립자가 자신의 철학을 녹여내어 쓴 책을 요약하는 일부터,
노골적으로 기술 패권주의를 두둔하는 위험천만한 (약간을 극우 미국 국수주의) 성향까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그들이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아마도 예상컨대는 해당기업 운영 노하우는 거의 100%, 미국으로 유출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안보, 나아가 국가 기술 안보의 관점에서 국내 기업 중에서 팔란티어와 같은 어프로치를 하는 기업이 나와야 할 것이다.
아마도 정부도 알고 있을 듯하다.
누군가, 어디선가는 대책을 세우고 있겠지. 그렇지 않은가?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