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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I 이슈들

[팔란티어] 5. 피터 틸: 권력의 설계자이자 킹메이커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

by KEN

◼︎ 팔란티어 이슈 리뷰 순서 (링크) — 기술 안보 측면의 검토

1. 그들의 일하는 방식
2. 창립자의 관점, 『기술 공화국』 내용
3. 기술 패권주의 – 미국 중심주의
4. 알렉스 카프의 기술 패권주의
5. 피터 틸: 권력의 설계자이자 킹메이커
6. 한국의 기업 첨단 노하우는 안전한가?
7. 동행과 우려 (종합)


피터 틸: 반민주주의 권력의 설계자이자 킹 메이커

요약
탈출(Exit)과 진입(Entry)의 이중 전략

피터 틸은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감시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의 공동 창업자로, 기술 산업과 벤처 캐피털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이다. 그의 정치·경제적 세계관은 급진적인 반 민주주의 사상을 핵심으로 하며, 이는 전통적인 자유지상주의를 넘어서는 신반동주의적 성격을 띤다. 틸의 사상은 “자유와 민주주의는 양립할 수 없다”는 명제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대중의 책임을 극복해야 할 약점으로 간주한다.

틸의 정치적 궤적은 이러한 반민주주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이중 전략, 즉 ‘탈출’과 ‘진입’ 전략으로 요약된다.

초기에는 기술을 통해 국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는 방식을 추구했다. 예를 들어, 페이팔을 통해 미국 달러를 대체할 디지털 화폐를 만들고자 했던 시도나, 공해상에 주권 국가를 건설하려는 씨스테딩 운동에 투자한 사례가 그것이다. 이는 지리적·화폐적 주권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후 틸은 직접적으로 기존 국가 권력 구조에 개입하는 ‘진입’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와 J.D. 밴스와 같은 포퓰리즘 정치인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공화당의 킹메이커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전략은 반(反) 엘리트주의적 포퓰리즘 운동을 활용하여, 궁극적으로는 대중의 견제가 미치지 않는 테크노-엘리트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반(反) 다수결적 결과를 도출하려는 의도를 지닌다.

틸이 추구하는 정부 형태는 전통적인 자유지상주의자가 선호하는 ‘작고 약한 정부’와는 다르다. 그는 좀비 자유주의와 관료적 비효율성을 해체하고,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며 국가적 역량을 신속하고 단호하게 발휘할 수 있는 권위주의적 국가를 선호한다.

이러한 ‘진입’ 전략의 가장 구체적이고 확실한 결과물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가 미국의 군사 및 정보기관과 깊숙이 통합되어 구축한 국가 내 평행 통치 구조이다.

결국 틸의 정치적 성공은 팔란티어의 재정적 성공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이념적 프로젝트와 재정적 이익이 상호 강화되는 자기증폭적 순환 고리를 형성한다. 이로써 그의 정치·철학적 비전은 단순한 사상적 시도가 아니라, 실질적 권력과 자본이 결합된 기술-정치 프로젝트로 완결된다.



반다수결주의의 철학적 기반


틸의 급진적 정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자유민주주의 규범의 해체를 정당화하는 핵심 지적 틀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의 사상은 신반동주의 정치이론이 형성한 광범위한 지적 지형 속에 자리한다.


틸 사상의 전환점은 2009년 발표된 에세이 〈자유지상주의자의 교육(The Education of a Libertarian)〉이다. 그는 이 글에서 “더 이상 자유와 민주주의가 양립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라고 단언했다. 틸에 따르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비양립성은 1920년대, 복지국가가 형성되고 여성에게 선거권이 확대된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정의했다.


이 주장은 틸의 반민주적 태도가 단순한 정부 불신이 아니라 대중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구조적 거부임을 보여준다. 그는 보편적 선거권의 확대와 복지국가의 등장으로 인해, 대중의 요구와 재분배 논리가 자본 축적의 논리를 압도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제로에서 하나로(Zero to One)’의 도약에 필요한 기술혁신과 자본 집중이 저해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평등과 참여의 확대는 문명적 진보를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그는 책임성과 평등의 제거, 곧 반 민주적 질서의 복원이야말로 기술적 역동성을 되살리기 위한 ‘문명적 의무’라고 주장한다. 이 논리 속에서 과두적 통치, 즉 독점적 자본과 창업자 엘리트의 지배는 사익이 아닌 불가피한 필요악으로 포장된다.


2009년 틸의 에세이는 다크 인라이튼먼트(Dark Enlightenment, D.E.) 운동의 전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된다. D.E.는 2000년대 후반에 등장한 반 민주주의·반 평등주의 운동으로, 전통적 계몽주의의 핵심 가치—이성, 진보, 평등—에 반대하는 정치철학적 흐름이다. 틸은 트럼프와 J.D. 벤스 같은 포퓰리즘 정치인들을 전략적으로 지원했지만, D.E. 사상 자체는 '대중의 감정적 표현에 대한 루소주의적 열정이 결여된 반 포퓰리즘' 성격을 띤다. 이들이 그리는 이상적 미래는 홉스적·다윈적 세계관에 기초한 ‘울트라-테크놀로지 리바이어던’이며, 그 모델은 두바이·싱가포르·베이징과 같은 테크노-권위주의적 체제에 가깝다.


이 맥락에서 틸의 정치적 투자 행위는 이념적 일관성보다는 실용적 효용성에 기반한다. 포퓰리즘의 에너지가 기존 제도를 파괴하고, 통제받지 않는 테크노-자본주의가 번성할 환경을 조성하는 데 유용하다면, 그는 이를 씨스테딩(seasteading)과 같은 탈 체제적 실험보다 더 현실적 전략으로 본다.


비평가들은 틸이 민주적 책임성의 결여와 기술관료주의의 위험을 과소평가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틸은 이에 대해, “비책임적이지만 결정적인 리더십만이 정체를 돌파하고 ‘제로에서 하나로’의 기술적 도약을 이룰 수 있다”라고 반박한다. 그의 논리에서 기술적 숙달은 전통적 정치 구조보다 우월한 통치적 지혜를 부여하며, 이는 곧 창업자·CEO 계층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철학적 근거가 된다.


틸은 현대 미국 사회의 주된 장애물로 관료적 타성과 이념적 순응—그가 좀비 자유주의라 부르는—을 지목한다. 그는 미국의 재생을 가로막는 요인을 냉전 이후 정체된 엘리트 질서와 문화적 자기만족에서 찾는다. 나아가 그의 정치적·기술적 투쟁은 단순한 전략이 아니라 실존적이고 거의 종교적 서사로 구조화된다. 그는 칼 슈미트의 개념에서 유래한 카테콘(Katechon)—적그리스도의 등장을 늦추고 종말을 지연시키는 힘—을 언급하며, 기후 변화나 AI 같은 실존적 위협을 이용해 비정상적 권력을 집중시키는 ‘적그리스도적’ 정치 세력을 경계한다.


그의 반공주의 역시 이러한 세계관을 지탱하는 핵심 축이다. 틸은 1960~80년대의 CIA를 ‘국무부 외부에서 활동하는 불량 하지만 효율적인 조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는 민주적 검증 절차를 우회한 비책임적 주체의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 신뢰를 드러낸다. 이러한 종교적·이념적 틀은 그의 정치 프로젝트를 단순한 정책 논의가 아닌 문화 혁명의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이 혁명의 궁극적 목표는 집단주의와 사회 정의의 가치의 종식, 그리고 랜디언적 개인주의(Ayn Rand식 철저한 이성적 개인주의)와 절대적 자본주의 질서의 확립이다. 즉, 틸의 정치 철학은 자유민주주의의 해체와 기술-자본 권력의 집중을 ‘문명적 갱신’으로 정당화하는 신반동적 서사로 요약된다.



‘탈출(Exit)’ 전략: 기술을 통해 국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려는 전략


틸은 기존 국가 체제에 직접 침투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진입 전략’에 전념하기 이전, 한때 초자본주의적 실험을 위한 무규제 환경을 만들어보려는 ‘탈출 전략’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의 이러한 시도는 자유지상주의적 이상을 물리적·기술적으로 구현하려는 실험으로 이해할 수 있다.


틸은 씨스테딩 연구소의 핵심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 기관은 밀턴 프리드먼의 손자 패트리 프리드먼이 공동 설립한 조직으로, 그 비전은 공해상에 수천 개의 ‘떠다니는 스타트업 정부’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각 정부는 거주민을 ‘고객’으로 간주하고, 정치적 시장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자유주의적 경쟁의 원리를 정치 영역으로 확장하려 했다.


씨스테딩의 구상은 현대 민주주의의 실패에 대한 인식과 부유한 혁신가들이 규제와 집단적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사회를 설계해야 한다는 확신에 기반했다. 이 실험은 기술 엘리트에게 규제 없는 금융 활동, 맞춤형 법률 체계, 무제한 생명공학 연구 등 급진적 자유지상주의의 실험 공간을 제공했다. 전통 국가의 제도적 틀을 벗어난 이러한 시도는, ‘자유로운 탈출'이라는 이상을 현실에 구현하려는 첫 물리적 실험이었다.


틸의 초기 기업 활동 역시 이러한 ‘탈출’의 이념을 공유한다. 그의 대표작인 페이팔의 초기 비전은 단순한 결제 혁신이 아니라, 국가의 통화 주권을 우회하는 새로운 디지털 화폐 체계 구축이었다. 그는 국가가 아닌 개인이 통제하는 화폐를 통해 경제적 자유를 완전히 정치적 통제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이후 틸은 자유지상주의적 질서를 실현하기 위해 사이버 공간, 우주, 해양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게 이러한 영역은 모두 민주적 제약으로부터의 탈출 통로였다. 비록 씨스테딩이나 디지털 화폐 실험이 완전한 형태로 현실화되지는 못했지만, 이들은 그가 일관되게 추구한 ‘비국가적 주권’의 비전을 분명히 드러낸다. 더 나아가 이러한 실험들은 훗날 그가 추진한 ‘진입 전략’—즉, 팔란티어를 통한 정부 내부 침투와 포퓰리즘 정치와의 연계—를 보완하는 이념적 보험 장치로 작동했다.


결국, 진입 전략이 실패하더라도, 틸은 첨단 기술을 통한 탈출 가능성을 유지함으로써 자신의 자유지상주의적 이상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의 우주산업 투자(예: 스페이스 X 참여)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곧 지구상의 민주적 제약으로부터 인간 문명을 해방시키려는 기술-정치적 보완책이었다.



‘진입(Entry)’ 전략: 국가 기구 포획과 컨트롤을 위한 적극적인 (포퓰리즘) 정치인 포섭


틸의 전략적 전환은 기존 국가 체제를 우회하던 ‘탈출 전략’에서, 국가 기구를 직접 포획하고 재구성하려는 ‘진입 봄략’로 이동한 것을 의미한다. 그는 더 이상 국가로부터의 분리를 추구하지 않고, 오히려 대중의 불만을 활용해 제도권 내부에서 권력을 재배치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틸은 자신의 이념과 부합하는 인물들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그들을 권력의 중심에 배치하는 일에 집중했다.


오늘날 틸은 공화당의 킹메이커로 불리며, 막대한 재정력을 통해 미국 정치의 권력 지형을 재편하고 있다. 그의 정치 자금 운용은 단순한 기부나 자선이 아니라, 정치적 '위험 투자(venture capital)'에 가깝다. 즉, 그는 장기적 이념적 수익을 위해 유망한 인물과 담론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그는 J.D. 밴스와 블레이크 마스터스의 상원 선거 캠페인에 각각 약 1,500만 달러를 후원했다. 특히 밴스는 틸이 2017년 자신의 투자회사에 영입해 정치적 성장을 직접 후원한 인물로, 이후 트럼프의 MAGA 포퓰리즘에 지적 광택을 더한 이데올로그로 부상했다. 이러한 후원은 단순한 선거 개입이 아니라, 기술-과두적 통치 모델을 수용하는 지적·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장기 전략이었다.


틸의 영향력은 트럼프 캠페인에서도 두드러졌다. 그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125만 달러를 기부하고, 공화당 전당대회 무대에서 직접 연설하며, 트럼프를 “현상 유지에 도전하는 권위주의적 개혁자”로 공개 지지했다. 또한 같은 해, 그는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의 사생활 침해 소송에 약 1천만 달러를 지원해, 가십 매체 고커(Gawker)를 파산시켰다. 이 사건은 틸이 언론과 비판 세력에 맞서 자본을 무기로 한 사적 보복 메커니즘을 작동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처럼 틸의 재정적 개입은 단순한 후원이나 후견을 넘어, 미국 정치 내 권력의 재배치 장치로 기능한다.


표 1. 피터 틸의 주요 정치적 투자 요약 (예시)


최근 틸은 교조적 자유지상주의를 넘어, 기술 발전과 국가 재도약을 결합한 ‘국가 보수주의’ 노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는 더 이상 완전한 시장 자율성을 신봉하지 않는다. 대신, 기술적 진보와 국가적 위대함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의 전략적 개입을 지지한다. 이 새로운 노선은 경제적 효율성과 권위주의적 통치가 결합된 ‘테크노-국가주의’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의 담론은 세계화의 실패, 기술 혁신의 정체, 그리고 도덕적 위선을 보이는 자유주의 엘리트에 대한 비판으로 구성된다. 틸은 이러한 엘리트주의에 대한 대중의 환멸을 정치 에너지로 전환하며, 반관료적 포퓰리즘을 기술-정치적 프로젝트로 승화시킨다. 트럼프가 “늪을 말려라”(부패하고 비효율적인 기득권 세력을 청산하라)는 구호로 제도 불신을 정치 동력으로 전환했다면, 틸은 자본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제도의 파괴를 재정적으로 후원한다.


그의 최종 목표는 이러한 혼란의 시기를 활용해, 팔란티어와 같은 기술-감시 체계가 정치적 인프라로 자리 잡도록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진입 전략’은 민주주의의 외피를 이용해, 테크노크라트적 권력 구조를 제도 내부에서 완성하려는 단계적 전복 프로젝트로 해석될 수 있다.



팔란티어: 테크노-권위주의의 국가기관 적용 및 운용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피터 틸의 정치철학이 실질적으로 제도화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비평가들의 표현을 빌리면, 팔란티어는 국가 내부에 구축된 평행 통치 구조이자, 테크노-권위주의의 실험장이다.


틸이 공동 창업한 팔란티어는 미 국방부, 국가안보국(NSA), 연방수사국(FBI), 육군, 그리고 각종 정보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정부 계약을 확보해 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시기, 팔란티어는 연방 기관 데이터를 통합하는 슈퍼 데이터베이스 구축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이 시스템은 방대한 행정 데이터를 중앙집중화해, 감시·치안·행정 집행 기능을 실시간으로 통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다.


팔란티어는 또한 이민세관집행국(ICE)을 위해 이주민의 이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 정책을 뒷받침한 핵심 도구로, 팔란티어가 단순한 기술 기업이 아니라 국가의 강압적 기제와 결합된 정보 인프라 기업임을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반 관료주의적 자유지상주의를 표방한 틸의 철학과 달리, 그의 회사는 미국 국가 권력의 가장 중앙집권적이고 비밀스러운 영역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흔히 말하는 딥 스테이트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자신의 이념에 부합하는 기술 인프라를 국가 권력의 심장부에 이식하는 ‘적대적 인수’격인 행보로 해석될 수 있다.


틸의 정치적 후원과 팔란티어의 재정적 성장 사이에는 분명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2016년 트럼프 캠페인에 대한 그의 후원은 높은 잠재 이익과 낮은 위험을 지닌 전략적 도박으로 평가되었고, 결과적으로 그 도박은 성공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팔란티어는 연방 정부와의 계약에서 1억 1,3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두었다.


틸과 CEO 알렉스 카프는 일관되게 국가는 스타트업처럼 운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국가는 민첩하고(agile), 기술 중심적이며(tech-driven), 적을 제압하기 위해 권위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조직이어야 한다.


팔란티어는 바로 이러한 논리를 현실화한 조직 모델이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군사 데이터, 그리고 행정적 강제력을 결합한 팔란티어의 기술 인프라는 데이터 기반 통치와 정치적 강제력을 융합함으로써, 테크노크라트적 국가 운영 모델을 실현한다.


비평가들은 틸을 그림자 과두제의 설계자라고 부른다. 그는 팔란티어를 통해 국가 안보, 국방 현대화, 팬데믹 대응, 정보 융합 등 주요 국가 의제를 자신의 정치철학과 정렬시킴으로써, 사적 기업의 권력을 공공 통치의 핵심으로 끌어올렸다.


이 구조는 무제한적 기업 권력의 확대와 국가 기관의 기능적 해체를 동시에 추진한다. 그 결과, 민주적 감시체제는 점차 기술적으로 정당화된 기업 독점으로 대체된다.


팔란티어는 특히 국가의 가장 민감한 기능들—정보 수집, 이민 추적, 군사 표적 설정—을 지속적 수익을 창출하는 상업 모델로 전환시켰다. 이로써 감시와 통제는 더 이상 정부의 공공 임무가 아니라, 시장 인센티브 구조 속에서 강화되는 사적 기능이 되었다.


그 결과, 주권의 실질적 중심은 민주적으로 책임지는 공적 기관에서 핵심 알고리즘과 데이터 인프라를 통제하는 사기업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점차 그림자 과두제에 종속되며, 통치의 합법성보다 효율성, 책임성보다 통제성이 우선되는 테크노-권위주의적 질서로 재편되고 있다.



내용을 정리하며...


피터 틸의 정치·경제 프로젝트는 궁극적으로 대중 주권과 정치적 책임성을 약화시키는 폐쇄적 권력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의 사상은 혁신과 자유를 표방하지만, 실제 운영은 통제와 집중의 논리로 귀결된다. 따라서 틸의 비판적 이상주의와 그 실행의 현실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 간극을 이해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모색하는 데 필수적이다.


틸의 프로젝트는 자기 강화적 피드백 루프를 통해 작동한다. 그가 벤처 캐피털 투자와 페이팔을 통해 축적한 부는 정치 자금으로 전환되어, 특정 포퓰리스트들을 정치권으로 진입시킨다. 결국 이들은 다시 팔란티어와 같은 기업에 고수익의 정부 계약을 보장함으로써 데이터 권력을 강화하고, 그 수익은 다시 자본으로 환류된다.


이 순환 구조는 정치적 영향력의 통합이 곧 재정적 독점의 확대를 의미하는 체제적 메커니즘을 형성한다. 즉, 기술적·재정적 권력은 상호 증폭되며, 틸 네트워크의 정치적 헤게모니는 시장과 국가 양측에서 동시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이다.


이러한 틸의 이중 전략은 엘리트에게는 탈출의 통로(exit)를, 대중에게는 선동적 대리자를 제공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체계적으로 약화시킨다. 그 결과, 통치는 점점 더 책임을 지지 않는 기술 엘리트와 창업가형 지도자들에 의해 좌우된다.


그의 포퓰리즘 담론은 세계화와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발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자유민주주의 제도의 내부 붕괴를 가속화하는 도구적 장치로 작동한다. 겉으로는 반 엘리트적 레토릭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실질적 효과는 기업 권력의 영속적 지배 구조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결국 이 시스템은 국가 권력의 민주적 기원을 약화시키고, 정치적 책임성을 사적 기술 권력으로 대체하는 새로운 형태의 과두제를 정당화한다.


표 1. 피터 틸의 개념적 비판과 운영적 현실의 대조


이 대조는 틸의 사상이 겉으로는 반관료주의적 자유의 확장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민주적 제도를 토대로 한 통제의 네트워크를 생산한다는 역설을 드러낸다.



틸이 구상한 비책임적이고 기술 주도적인 엘리트 통치 체제는,

미국 정치의 영구적 구조로 고착될 위험이 크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민주적 회복력은 단순한 제도적 복원에 그쳐서는 안 되며,

기술 권력에 맞서는 새로운 형태의 시민적 감시와 규범적 통제 역량을 포함해야 한다.


결국, “누가 데이터를 통치하는가?”라는 틸리즘(Thielism)이 남긴 근본적 질문에 응답하고,

그들의 강압적 지배 논리에 맞서는 회복력 있는 민주주의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일이 우리의 과제가 될 것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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