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김대식 교수 인터뷰를 기반으로 정리
2023년, 파우치형 리튬이온배터리 생산 공정에서 파우치 표면에 미세한 크랙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겉보기에는 아주 작은 결함이었지만, 결국 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불량 요인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년 넘게 딥러닝을 바탕으로 한 검사기(SW+설비+Procedure)를 개발했다. 생산 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촬영되는 이미지를 분석해 불량을 자동으로 탐지하여 불량품을 취출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과제였다. 그 프로젝트를 완수하지 못한 채 2023년 말, 후임에게 업무를 인계하고 회사를 떠났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과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실제 현장에 적용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렇듯 우리의 산업 현장에서도 AI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었다. 다만, 그 시절 우리가 다루던 수준의 AI는 이제는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울 만큼 기술 발전의 속도가 엄청나다. 이제 AI는 특정 산업이나 업무 영역에 한정된 위와 같은 버티컬 AI를 넘어, 범용 인공지능(AGI)을 향한 전면적인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AI 시대가 가져올 충격적 미래
요약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혜안을 바탕으로 인공지능(AI) 및 범용 인공지능(AGI)이 가져올 사회, 경제, 기술적 변혁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 그의 주장을 짧게 요약하면,
기술 패권의 이동 — 애플은 완벽주의, 폐쇄적 문화, 비전 부재의 리더십으로 인해 AI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노키아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AI 디바이스'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AGI의 임박 — 과거 공상과학으로 치부되던 범용 인공지능(AGI)이 10년 내 현실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AGI는 인류의 모든 지적 능력을 대체하며 GDP 성장률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지만, 동시에 노동의 가치를 0에 가깝게 떨어뜨릴 것이다.
경제 및 사회 구조의 재편 — AGI 시대는 노동의 가치가 하락하고 자본의 가치가 급등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를 연다. 이는 대규모 실업과 기본소득 논의를 촉발시키며, 최종적으로는 소수의 기술 엘리트가 지배하는 '기술 봉건주의'로 귀결되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
직업 시장의 양극화 — AI는 단순 노동이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같은 신입 화이트칼라 직업을 가장 먼저 대체하고 있다. 경력자의 가치는 상승하는 반면, 신입 사원은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개인의 생존 전략 — AI 시대에는 '중간' 수준의 능력은 AI에 의해 대체되므로,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역량을 갖추는 '슈퍼스타'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은 최신 AI 도구를 깊이 있게 경험하고, 다가올 자본 중심 사회에 대비해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
I. AI의 발전 역사
인공지능 연구는 1956년 다트머스 컬리지에서 시작되었으며, 초기 목표는 두 가지였다.
¹ 물체 인식 — 냉전 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탱크를 자동으로 구별하는 등, 세상을 알아보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² 자연어 처리 — 미국의 스파이가 입수한 러시아 과학 논문과 보고서를 신속하게 번역하기 위한 자동 번역 기술이 필요했다.
초기 접근법은 '설명 기반 인공지능'으로, 인간이 고양이의 특징(포유류, 다리 4개 등)을 정의하고 이를 컴퓨터 코드로 구현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현실 세계의 무한한 다양성(앉아있는 고양이, 뒤돌아선 고양이 등)을 모두 설명할 수 없어 60년간 실패를 거듭했다.
설명 기반 방식의 한계에 부딪힌 연구자들은 이미 문제를 해결한 자연, 즉 '인간의 뇌'를 모방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뇌는 규칙이나 설명이 아닌, 경험을 통해 가중치가 변하는 100조 개의 신경세포 연결고리로 작동한다. 이를 모방하여 '인공신경망' 구조가 탄생했다.
그러나 1980년대 인공신경망은 단순한 문제는 해결했지만, 조금만 복잡해져도 실패했다. 이로 인해 1990년대에는 "인공지능은 절대 만들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며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관련 연구가 모두 중단되는 'AI 겨울'이 찾아왔다.
모두가 포기했을 때,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제프리 힌튼 교수만이 연구를 지속했다. 그의 연구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되며 극적인 돌파구를 맞이했다.
¹ 핵심 인재 — 구소련 붕괴 후 러시아의 천재 수학자 두 명(알렉스 크리젠스키, 일리야 서스케바)이 힌튼의 연구팀에 합류했다.
² 하드웨어(GPU) — 엔비디아가 개발한 GPU는 원래 그래픽의 픽셀들을 동시에 계산(병렬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일리야와 알렉스는 인공신경망의 신경세포 계산 역시 독립적으로 병렬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 GPU를 학습에 활용했다. 그 결과, 과거 6시간 걸리던 계산이 10분으로 단축되었다.
³ 빅 데이터 — 계산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자, 신경세포 모델의 규모를 수백만 개로 키우고, 인터넷에 있는 수백만 장의 고양이 사진과 같은 대규모 데이터로 학습시키는 것이 가능해졌다.
알고리즘은 1980년대와 동일했지만, 모델의 규모(Scale)를 키우자 60년간 풀리지 않던 물체 인식 문제가 해결되었다. 하지만 'AI'라는 단어는 실패의 상징이 되었기에, 힌튼 교수는 이를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브랜딩 했다. 이후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등장하며 두 번째 돌파구가 열렸다.
II. 범용 인공지능(AGI)의 도래와 사회 변혁
AGI의 정의와 출현 가능성
과거 AGI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언제 등장할 것인가"가 논쟁의 핵심이 되었다. 샘 알트만은 5년, 김대식 교수는 10년 내 등장을 예측하며, 이는 현세대가 살아있는 동안 경험할 미래임을 시사한다.
AGI가 등장하면 인류가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을 풀어 '지상 천국'을 만들 것이라는 비전이다.
- 에너지 문제 해결: 핵융합 에너지를 실현하여 무한 에너지 공급
- 질병 정복: 모든 암과 '죽음'이라는 질병까지 치료
- 생산성 극대화: AGI와 로보틱스의 결합으로 제조업 생산성이 무한대로 늘어나 대부분의 물건 가격이 0에 수렴
- 경제 성장: 연간 GDP 성장률 20~30% 달성 (5년마다 GDP 2배 성장)
생산성을 '노동 × 자본'으로 정의하는 경제학 공식에서, AGI는 무한한 지적 노동을 공급하여 노동의 가치를 0으로 수렴시킨다. 반면, AGI를 운영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등 자본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이는 노동이 아닌 자본만으로 생산성을 올리는 완전히 새로운 자본주의의 등장을 의미한다(자본투입량 = 사회 생산성). 샘 알트만은 "가장 먼저 AGI를 달성하는 기업이나 국가가 글로벌 독점을 차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 가치 하락으로 대다수 인구는 '기본소득'에 의존해 살아가게 될 것이다. (예상 및 제안 사항)
¹ 기본소득 수급자의 증가 — 대부분의 국민이 세금을 내지 않고, 소수의 기술 엘리트가 내는 세금으로 생활하게 된다.
² 민주주의의 근간 붕괴 — "세금은 소수가 내는데, 왜 투표권은 모두가 동등하게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은 정치적 발언권이 필요 없다는 논리가 힘을 얻게 된다.
³ 기술 봉건주의 도래 — 사회는 다음과 같이 재편될 것이다.
- 영주 (0.1%): 자본과 기술을 소유한 극소수 엘리트
- 기사 (4.9%): 대중적 인기를 끄는 메가 인플루언서, 슈퍼스타
- 농노 (95%): 기본소득에 의존하는 나머지 인구
이는 기술은 고도로 발전했지만 사회 구조는 중세 시대로 회귀하는 '기술 봉건주의'의 도래를 의미하며, 보편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III. AI 시대의 직업과 생존 전략
최근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AI로 인한 일자리 충격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 예상: 단순 노동, 고령 노동자가 먼저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 현실: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신입 화이트칼라 (22~25세)가 가장 먼저 신규 진입자가 없어지고 있다.
..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하지 않는다.
.. 당연히 사회 신규 진입하는 주니어들에게는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2023년 1월 이후 신규 개발자 채용이 0에 수렴했으며, 이는 한국의 판교 게임업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면, 40세 이상 경력 개발자의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라 불리는 AI 코딩 도구가 신입 개발자가 하던 반복적이고 귀찮은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력자는 AI가 작성한 코드를 검증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며, 전체 시스템을 설계하는 감독자 역할을 맡게 되어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가장 큰 문제는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 세대가 경력을 쌓을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다는 점이다.
AI에 의한 직업 대체는 난이도가 아닌 '실체(물리적 기반)의 유무'에 따라 순서가 결정된다.
1단계 (즉시 대체): 실체가 없는 직업
- 소프트웨어, 콘텐츠 제작 등의 직업
- 공장과 같은 물리적 시설을 없애는 비용이 없어 전환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2단계 (점진적 대체): 실체가 있는 직업
- 제조업, 공장 등의 종사자
- 기존 설비를 교체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예: 전기 발명 후 공장 도입까지 50년 소요)
3단계 (최후 대체): 철학적으로 보호받는 직업
- 신부, 판사, 의사 등의 직업
- 기술적으로는 대체 가능하더라도, 생명이나 중대한 판결 등은 사회가 최종적으로 인간의 결정을 요구할 것이다.
AI는 '중간' 정도의 평범한 업무를 완벽하게 대체한다. 따라서 무엇을 하든 그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상위 10%가 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슈퍼스타 경제'가 도래한다. 이는 적성과 재능이 없는데도 성실함으로 중간까지 가는 것이 가능했던 기존 교육 방식의 종말을 의미한다.
세대별 생존 방안
- 50대 이상: 새로운 부를 추구하기보다 현재 가진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 30-40대: 노동 가치 하락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여 자본을 축적해야 한다. 최소 1~3년간 수입 없이 버틸 수 있는 여유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 10-20대: AI를 경쟁자가 아닌 협업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는 깊이 있는 경험과 역량을 쌓아야 한다.
필수 역량
- 최신 AI 도구(바이브 코딩, 영상 생성 AI 등)를 단순히 사용하는 것을 넘어, 복잡한 업무에 적용하며 그 가능성과 한계를 체감해야 한다. 경쟁은 '인간 대 기계'가 아닌 'AI를 더 잘 쓰는 인간 대 그렇지 못한 인간'의 싸움이다.
- 노동 소득의 불확실성이 커지므로, 자본 소득의 중요성이 절대적으로 커진다. 데이터센터 관련 산업(고성능 변압기, 케이블 등)은 당분간 버블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의 과제: 소버린 AI와 전략적 자원 배분
한국은 메타의 '라마(Llama)'와 같은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해 AI를 개발하고 있으나, 이러한 모델들이 언제든 유료화되거나 중단될 위험이 있다. 중국 모델은 백도어 위험이 있어 대안이 되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만의 파운데이션 모델, 즉 '소버린(Sovereign) AI'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100분의 1 수준인 한정된 자원을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쓸지, 아니면 제조업·금융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 AI'에 집중할지 국가적 차원의 현명한 전략적 선택이 시급하다.
Case Study
Case I. 애플은 왜 ‘노키아의 길’을 따라갈 것이라고 보는가?
애플이 과거 휴대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처럼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애플은 더 이상 기술 회사가 아니라 디자인 회사다. 휴대폰 시대에는 완벽한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으로 성공했지만, AI 시대의 패러다임과는 맞지 않는다.
AI 시대에 발목 잡는 애플의 3대 문화적 한계
이러한 문화적 한계로 인해 애플은 AI라는 새로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과거 피처폰의 강자였으나 스마트폰을 이해하지 못해 몰락한 노키아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Case II.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 새로운 AI 디바이스의 등장
스마트폰은 '인터넷 디바이스'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다가올 시대는 'AI 디바이스'를 필요로 한다. 애플은 "컴퓨터를 작게 만든다"는 IT 기업의 DNA를 가졌기에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지만, 이 DNA가 오히려 AI 디바이스 시대로의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 젊은 세대가 '전화 통화'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에서 알 수 있듯, '폰'이라는 형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차세대 디바이스의 유력 후보 — 스마트 글래스
메타가 출시한 '레이밴 스마트 글래스'는 아직 완성형은 아니지만, 차세대 AI 디바이스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 사회적 수용성 — 안경은 인류가 800년간 사용해 온 익숙한 형태이다.
• 혁신적 하드웨어 — 메타의 디스플레이 기술은 상대방이 디스플레이를 인지하기 어렵고, 태양 아래에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뛰어나다.
• 핵심 기능 — 카메라가 달려 있어 사용자가 보는 세상을 AI가 실시간으로 함께 볼 수 있다.
1인칭 시점 데이터의 혁신적 가치
기존의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과거 '검색' 기록에 기반했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인간 욕구의 70~80%는 현재 '보고 경험하는 것'에서 발생한다. 스마트 글래스는 AI가 사용자의 1인칭 시선을 공유함으로써, 과거 데이터보다 훨씬 정확하게 현재와 미래의 니즈를 파악하고 예측하여 추천해 줄 수 있다. 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개인화된 비서 서비스의 등장을 예고한다.
Case III. AI 유토피아의 이면 — 인간성 상실의 위험
설령 AGI가 인류에게 헌신하는 유토피아가 온다고 해도, 이는 또 다른 형태의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다.
잔소리하는 AI와 영원한 아이로 남는 인류
AGI는 우리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잔소리'를 시작할 것이다. 밤 11시에 치킨을 주문하면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고려할 때 샐러드가 더 나은 선택"이라며 주문을 막을 수 있다. 이는 인류가 스스로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자유를 박탈당하고, AI의 보호 아래 사는 '영원한 아이'로 전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합리성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
인간은 때로 술을 마시고, 진흙탕에서 뒹굴고, 망가지는 비합리적인 존재다. 그러나 모든 것을 최적화하고 합리적으로 통제하는 AI 유토피아는 이러한 인간성을 거세할 위험이 있다. 김 교수는 "앞으로 10년간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모두 실천하라. 10년 후에는 AI가 우리를 위해 못하게 막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완벽한 합리성이 지배하는 미래 역시 또 다른 디스토피아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