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chnological Republic _ 알렉산더 C. 카프
◼︎ 팔란티어 이슈 리뷰 순서 (링크) — 기술 안보 측면의 검토
1. 그들의 일하는 방식
2. 창립자의 관점, 『기술 공화국』 내용
3. 기술 패권주의 – 미국 중심주의
4. 알렉스 카프의 기술 패권주의
5. 피터 틸: 권력의 설계자이자 킹메이커
6. 한국의 기업 첨단 노하우는 안전한가?
7. 동행과 우려 (종합)
요약
알렉산더 C. 카프와 니콜라스 W. 자미스카의 저서 『기술 공화국』의 중심 논지는 서구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기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화적 실패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유연한 신념(Soft Belief, 공동의 목적과 시민적 결속)”의 침식이 “강성 권력(Hard Power, AI와 소프트웨어 기반의 국방 및 기술 역량)”의 쇠퇴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탈냉전기의 안일한 낙관주의가 서구의 방위산업 기반을 구조적으로 약화시켰다고 진단하며, 특히 실리콘밸리가 폰 게임이나 음식 배달 앱 등 사소한 소비자 기술에 재능을 낭비함으로써 국가 안보와 같은 중대한 도전으로부터 이탈했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저자들은 맨해튼 프로젝트나 아폴로 계획과 같은 거대 국가 프로젝트를 가능케 했던 공공–민간 협력 모델, 즉 “기술 공화국”으로의 복귀를 제안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이데올로기적 대결을 감수하고, 비순응적 엔지니어링 사고방식을 제도화하며, 에르네스트 르낭이 말한 “매일의 인민투표”처럼 공동의 목적의식을 재건하는 문화적 부흥 운동을 요구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책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기업 철학을 정당화하고 국방 분야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서사로 기능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야기시키고 있다. 저자들이 제안하는 공격적인 기술 개발 노선은 지정학적 안보 딜레마를 심화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서구의 정책 입안자와 기술 전략가들이 신중히 검토해야 할 핵심적 경고 지점으로 평가된다.
알렉산더 C. 카프와 니콜라스 W. 자미스카의 공저 ⟪기술 공화국⟫(The Technological Republic)은 현대 실리콘밸리 문화의 근본적 실패와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직면한 지정학적 위협 사이의 단절을 분석한 전략적 비판서이자 철학적 선언문이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공동 창립자이자 CEO인 카프와 그의 수석 법률 고문 자미스카는, 오늘날의 안이한 문화 즉 ‘유연한 신념’의 약화가 다가오는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의 긴급한 국가 안보 요구, 다시 말해 ‘강성 권력’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광범위한 문화적 비판을 담은 동시에, 서구 사회가 “새로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두 저자는 소심한 리더십, 지적 나약함, 그리고 기술의 잠재력에 대한 실리콘밸리의 소극적 시각이 미국을 점점 더 불안정한 글로벌 환경 속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강성 권력(Hard Power)에 대하여:
저자들은 21세기의 지정학적 우위가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재편될 것이라 진단한다. 따라서 AI 군비 경쟁을 비롯한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헌신이 필요하다. 기술적 우위는 더 이상 경제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을 좌우하는 안보의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유연한 신념(Soft Belief):
그 해결책은 단순히 자본 투입이나 규제 강화에 있지 않다. 저자들은 문화적·철학적 부흥 즉 ‘더 큰 정치적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의 목적과 헌신으로의 회복을 요구한다. 이러한 유연한 신념의 재건이야말로 강성 권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를 마련하는 첫걸음이라고 그들은 강조한다.
《기술 공화국》이 제시하는 5가지 핵심 아이디어
1. 미국은 선포되지 않은 비상사태에 놓여 있다.
2. 강성 권력은 21세기 소프트웨어 위에 구축될 것이다.
3. 실리콘 밸리는 미국을 위해 봉사하기보다 음식 배달 앱을 만드는 데 더 익숙하다.
4. 미국은 건국 이래 기술 공화국이었다.
5. 미국은 새로운 냉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공동의 목적의식을 필요로 한다.
I. 전략적 위기와 강성 권력의 실패
현재의 지정학적 위협과 서구 방위 역량의 심각한 결핍을 규정함으로써, 저자들은 자신의 주장이 지닌 실존적 필연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1) 선포되지 않은 비상사태에 놓인 미국 (핵심 아이디어 1)
이 책은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제시했던 “역사의 종말” 개념을 토대로 확산된 탈냉전 시대의 낙관론이 이미 붕괴되었음을 단언한다.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종식되었다는 전제는 서구 사회의 안일함을 낳았고, 이는 구조적 방위 역량의 약화로 이어졌다.
저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란의 핵무기 개발,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 등 반(反) 민주주의 국가들의 공세적 행보를 인용하며, 이데올로기적 갈등이 부활했음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정학적 격변 앞에서 서구가 다음 이데올로기적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고무적이지 않다고 진단한다. 예컨대 NATO는 정치적 의지나 재정 부족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생산 능력의 한계로 인해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승리할 만큼 충분한 군수 자원을 공급하지 못했다. 전문가들 또한 미국이 중국과 같은 경쟁국과의 전면전에서 포탄과 전차 탄약이 급속히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는 현대 및 미래 전쟁을 감당할 산업 기반의 결핍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준비 부족은 방위 산업의 과도한 통합에서 비롯되었다고 저자들은 분석한다. 냉전기에는 50개 이상의 주요 군수 공급업체가 존재했으나, 오늘날에는 불과 5개로 축소되었다. 이는 혁신보다 예측 가능성을 우선시한 결과이며, 탈냉전기의 낙관주의와 결합되어 심각한 자기만족을 초래했다. 그 결과, 미국은 지금 “선포되지 않은 비상사태” 속에서 “위험할 정도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다고 그들은 진단한다.
이 책의 초기 전략적 논증은 명확한 인과 관계를 제시한다. 즉, 탈냉전기의 유연한 신념(낙관주의와 평화주의)은 구조적 강성 권력(군사력과 산업 생산 능력)의 쇠퇴를 불러왔고, 이 쇠퇴는 이제 외부의 강성 권력 위협(중국과 러시아)에 의해 가혹하게 시험받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이데올로기적 투쟁의 필요성을 믿지 않았던 문화적 실패(유연한 신념)가 물리적 안보 격차(강성 권력의 결핍)를 직접적으로 초래한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진단은 본서의 부제가 함축하듯, 문화적 기반과 군사적 역량 사이의 상호의존성이라는 이중 초점을 정당화하고 있다.
(2) 새로운 갈등의 정의: 소프트웨어 세기의 강성 권력 (핵심 아이디어 3)
이 책의 핵심적인 군사적 주장은 21세기의 강성 권력은 소프트웨어 위에 구축될 것이라는 점이다. 인공지능(AI)은 새로운 군비 경쟁의 중심에 있으며, 기술적 리더십은 세계적 우위를 유지하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협상 불가능한 요소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그들은 원자폭탄 개발을 이끌었던 J.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그의 기술적으로 달콤한 것을 추구하는 태도를 예로 든다. 즉, 그것이 얼마나 파괴적인 무기이든 간에, 진정한 질문은 “그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먼저 개발할 것인가”라는 것이다.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속도와 의지가 곧 안보의 본질이라는 점을 역설한다.
“그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먼저 개발할 것인가”라는 것
_ 알렉산더 C. 카프 _
카프와 자미스카는 이러한 긴급성을 로버트 저비스의 안보 딜레마 개념을 통해 구체화한다. 즉, 적대국들은 핵심적인 군사 및 안보 기술의 개발을 두고 겉으로는 도덕적 토론을 벌이더라도, 실제로는 멈추지 않고 경쟁을 지속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국가가 자국의 지정학적 지위를 약화시키지 않으려면, 그리고 기술적으로 더 앞선 국가의 자비에 맡겨지는 상황을 피하려면 어떠한 결과가 따르더라도 기술 개발에 공격적이고 선제적인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3) 역사적 선례들: 승자의 오류와 원자 시대의 종말
이 절에서는 역사적 기술 변혁의 사례를 검토하며, 급격한 기술 변화가 어떻게 취약성의 창을 만들어내는가를 보여준다. 저자들이 말하는 승자의 오류란, 과거의 성공이 자만과 안이함을 낳고, 기존의 지배적 위치가 영구히 지속될 것이라는 착각을 심어준다는 통찰이다.
또한 저자들은 원자 시대의 경험을 소환하여, 문명을 정의하고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이면서도 조정된, 목적 지향적 국가–민간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맨해튼 프로젝트와 같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서구가 어떻게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문명의 존속을 가능하게 했는지를 상기시키는 동시에, 오늘날의 기술 패권 경쟁이 요구하는 전략적 결단의 규모를 암시한다.
II. 유연한 신념의 침식: 문화적 및 철학적 진단
위기의 철학적 근거를 제공하며, 특히 실리콘 밸리를 포함한 미국 엘리트 기관 내의 문화적 쇠퇴를 진단한다.
(1) 미국 정신의 공허화와 신념의 포기
이 책은 앨런 블룸의 『미국 정신의 종말』을 연상시키는 비판을 전개하며, 시민적 덕성과 공공 정신의 침식이 미국을 전쟁에 대비되지 않은 국가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거대 프로젝트의 상실:
저자들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 문화의 근본적 실패는 맨해튼 프로젝트(핵무기)나 아폴로 프로그램과 같은 집단적 희생과 방향성을 요구했던 “더 광범위한 정치적 프로젝트”에 대한 신념의 상실에서 비롯된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무관심이 아니라, 국가 공동체가 공유할 수 있는 확신 자체의 붕괴를 의미한다.
교육의 역할:
이러한 문제는 특히 스탠퍼드와 같은 엘리트 대학의 공학도들에게서 두드러진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그들은 무언가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은 있지만, 자신의 작업에서 의미를 찾는 데 길을 잃었다. 다시 말해, 기술적 역량은 남았지만 목적의식은 사라진 상태다. 저자들은 이 공백을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문화적 방향 상실 즉, 왜 만드는 가에 대한 질문을 잃어버린 문명의 위기로 규정한다.
(2) 실리콘 밸리의 실패한 사명: 장난감 나라에 빠지다 (핵심 아이디어 5)
저자들은 가장 도발적인 주장으로, 빅테크가 그들의 재능과 시간을 의미 없는 사소한 일에 낭비하고 있다고 단언한다. 구체적인 예로 “폰 게임”, “소셜 미디어 플랫폼”, “음식 배달 앱” 등이 거론된다. 이러한 소비자 중심의 기술은 단기적 편의와 오락을 제공하지만, 공동체적 가치나 문명의 지속성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프와 자미스카는 많은 부유한 기술 기업과 창업자들이 국가 방위, 교육 개혁, 범죄 문제 등 본질적 도전을 너무 복잡하고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며 회피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기술적 불가지론자들, 즉 기술의 방향성과 목적에 대해 의도적으로 무관심한 이들이다. 그 결과, 창의성은 풍요롭지만 목적은 공허한 문명이 형성되었다고 비판한다.
저자들은 현대 기술을 풀려나간 풍선에 비유한다. 기술은 이제 시민적 목적과 분리되어, 한때 국가의 복지와 안보(GPS나 인터넷의 군사적 기원처럼)에 기여하던 정치적·도덕적 책임의 궤도에서 이탈했다는 것이다. 기술은 더 이상 공공선을 향해 나아가지 않고, 소비와 오락의 자유공간 속에서 부유하고 있다.
카프와 자미스카는 이러한 진단 속에서 자신들의 기업 팔란티어를 하나의 윤리적 대안 모델로 제시한다. 팔란티어는 국방, 의료 연구, 범죄 분석 등 사소하지 않은 문제들을 다루는 회사로서, 기술을 공공 목적에 다시 결속시키려는 시도를 자임한 것이다.
저자들은 소비자 기술을 의미 없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에 도덕적 우월성을 부여하고, 동시에 “의미를 찾는 엔지니어들”을 끌어들이는 철학적·윤리적 인재 확보 전략을 구사한다.
이 책은 결과적으로 팔란티어의 사명을 뒷받침하는 집결의 선언문이자 지적 각성의 촉매로 기능한다.
(3) 지적 취약성과 순응 (대중의 비난)
저자들은 순응과 집단 사고를 진정한 창의성의 최대의 적으로 규정한다. 심리학적 실험들(암시적으로 밀그램 실험이나 유사한 순응 연구들)을 인용하며, 복종 본능이 어떻게 새로운 사고를 억압하고 창조적 돌파구를 차단하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순응의 문화는 기술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인 이단적 상상력을 체계적으로 약화시킨다.
기술적·경제적 우위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조건은 대중의 비난을 감수할 의지라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진정한 리더는 지적 취약성을 거부하고, 이데올로기적 대결의 공간을 지켜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비판을 피하지 않는 태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즉, 도덕적 불편함과 사회적 고립을 감수하면서도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기술을 추진할 수 있는 지적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효과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는 ‘예술가들의 공동체’에 더 가까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다수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통념을 의심하며, 새로운 질서를 창조하려는 기질적 반항심과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상파괴적 비전(정치적 순응과 유연한 신념으로 대표되는 현대 기술 문화에 대한 저항)은 저자들에 따르면 강성 권력의 회복과 문명의 재구성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III. 운영 우수성 재건: 엔지니어링 사고방식
정부와 국방 산업이 실리콘밸리의 민첩성과 혁신 역량을 흡수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적·운영적 개혁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1) 기술 공화국으로의 복귀 (핵심 아이디어 4)
저자들은 미국이 건국 이래 본질적으로 “기술 공화국”이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오늘날 실리콘밸리의 성공은 과학자, 기술자, 엔지니어, 그리고 정부(엉클 샘)의 동맹이라는 역사적으로 입증된 모델 위에 세워졌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인터넷과 GPS가 제시된다. 이 두 기술은 본래 국방부(DoD)의 군사적 필요에 의해 자금 지원을 받아 개발되었으나, 이후 민간에 개방되어 세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는 기술 혁신이 국가 목적과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역사적 증거로 제시된다.
저자들은 정부가 실리콘밸리의 성공을 이끌었던 엔지니어링 사고방식의 본질적 강점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순한 민간 협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곧, 정부 조달 체계와 운영 모델의 근본적 전환, 즉 효율성과 실험정신을 중시하는 기술 기반 행정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 혁신을 위한 운영 모델 (팔란티어의 경험)
팔란티어의 운영 원칙은 도요타 생산 시스템(TPS)의 창시자 오노 다이이치의 근본 원인 분석(5 why 같은)에서 비롯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상적인 가정을 제거하고, 실패의 근본적 원인(대인 관계적, 구조적, 시스템적 요인)을 찾아내야 한다는 접근법이다.
이 장에서 제시되는 개념들은 효율적 기술 개발을 위한 이상적 조직 구조를 묘사한다. 즉, 분산적이며, 민첩하고, 반응성이 높은 즉흥형 생태계이다. 이는 팔란티어의 자체 경영 모델을 반영하며, “벌떼가 모이는 방식”이나 “코미디언의 즉흥 연기”처럼 집단적 자율성과 창의적 적응력이 결합된 형태로 설명된다.
이 논의는 국방 조달 시스템의 관료적 비효율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저자들은 현대의 복잡한 방위 시스템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반복과 기술적 우월성의 지속적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하드웨어 중심의 조달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운영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3) 아키텍처 철학 — 구름인가, 시계인가?
이 절은 시스템 설계의 철학적 방향성을 다룬다.
‘구름(Cloud)’은 불안정하고 일시적이며 불투명한 시스템을, 반면 ‘시계(Clock)’는 견고하고 예측 가능하며 지속적인 구조를 상징한다. 저자들은 국가 안보 인프라에는 구름이 아니라 시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일시적 기술 트렌드보다 장기적 안정성과 신뢰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은 정부 대상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의 핵심 원칙(지속성, 복원력, 투명성)을 강조한다.
저자들은 정부가 엔지니어링 사고방식을 수용해야 하며, 지적 취약성의 거부를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 두 가지는 결국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제시한 반취약성 개념 즉, 스트레스와 혼란 속에서 오히려 성장하는 시스템의 실천적 구현으로 이어진다.
결국 저자들은 이데올로기적 대결을 피하지 않고, 분산적 즉흥성과 실험적 학습을 장려하는 조직만이 혼란스러운 AI 군비 경쟁 시대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IV. 서구의 미래: 공동 목적의 갱신 (유연한 신념의 재건)
서구의 기술적 부흥을 가능하게 할 문화적·정신적 전제 조건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기술력의 회복이 단순히 과학이나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의 목적과 신념을 다시 세우는 문명적 과제임을 강조한다.
(1) 기술 공화국 재건
서구가 현재의 혼란과 무관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쳐야 할 이데올로기적·문화적 여정을 묘사한다. 저자들이 말하는 “사막으로의 여정”은, 단순한 기술 개혁이 아니라 진지함과 공동의 희생으로 복귀하는 헌신의 과정을 상징한다. 그것은 고통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자기 정화의 길이다.
저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시기의 경험을 상기시키며, 국가의 복지와 민주적 목표를 증진하기 위해 민간과 공공 부문이 강력히 결속되었던 시대로의 회귀를 촉구한다. 다시 말해, 국가적 목표를 위한 기술-정치적 동맹의 복원, 즉 “기술 공화국”의 재건이 서구 부흥의 핵심 전제라는 것이다.
(2) 공유된 목적의 요구사항 (핵심 아이디어 5)
이 절에서 저자들은 “유연한 신념”의 개념을 르낭의 국가론을 통해 설명한다. 르낭은 국가를 인종이나 혈통 같은 정적인 요소로 정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약속을 잇는 광범위한 연대, 그리고 공동선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다는 공유된 신념이 국가의 본질이라고 보았다.
그는 국가가 이 집단정신의 매일의 갱신을 통해 살거나 죽는다고 말하며, 이를 매일의 인민투표라고 불렀다.
저자들은 이 사상을 받아들여, 집단 정신과 공유된 정체성의 회복이야말로 서구 민주주의가 ‘소프트웨어 세기’에서 다시 경쟁력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또한 비순응적 엔지니어들의 창의성을 단순한 개인적 자유가 아니라 국가적 목적을 향해 정렬시킬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이 되기를 열망하는지”를 새롭게 정의하는 실존적 결단의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진정한 혁신은 안전한 합의가 아니라, 공동의 미래를 향한 용기 있는 자기규정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3) 윤리적 및 심미적 의무
이 결론부는 단기적 정치나 산업 전략을 넘어, 문명적 시간대에서의 비전적 사고를 요구한다. 저자들이 말하는 심미적 관점이란, 진정으로 가치 있는 작업(예컨대 복잡한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고 강성 권력을 회복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소비자 앱 개발보다 훨씬 더 깊고 의미 있는 아름다움을 지닌다는 인식이다.
이는 “의미의 상실” 문제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진정한 엔지니어링은 단순히 유용한 것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희생을 정당화하고 헌신을 명령하는 내재적 아름다움과 탁월함을 추구하는 예술적 행위라는 것이다.
V. 전략적 함의 및 비판적 평가
(1) 카프-자미스카 논지의 종합
저자들은 유연한 신념 즉, 문화적 헌신과 도덕적 확신의 붕괴가 강성 권력(AI 및 국방 기술 역량)의 결핍을 초래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 부흥은 엔지니어링 중심의 사고방식을 수용함으로써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 논지는 AI 시대의 국가 안보를 단순한 기술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윤리적 기반을 재건해야 하는 문명적 과제로 재정의한다. 즉, 기술력은 문화적 의지의 함수이며, 과학과 철학, 산업과 신념의 재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 팔란티어 선언문에 대한 비판
비평가들은 이 책을 '회사 전설, 통렬한 비난, 그리고 교훈적 설교가 뒤섞인 텍스트'로 평가한다. 즉, 철학적·정치적 논문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팔란티어의 조직 운영 철학과 국방 기술 모델을 정당화하는 확장된 브랜드 선언문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때는 사상적 메시지와 기업 홍보적 의도를 분리하여 분석할 필요가 있다.
팔란티어는 저자들이 가장 가치 있는 도전으로 규정한 영역(국방, 범죄, 의료 연구)에서 직접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이러한 구조는 명백한 이해 상충의 소지를 지닌다. 책에서 제시되는 기술 공화국의 비전이 정부 지출의 방향을 자사 제품군에 유리하게 유지하려는 전략적 서사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팔란티어는 영국 NHS 데이터 조달 논란, 이스라엘 점령군에 대한 공개적 지지, 그리고 “어떤 종류의 악은 오직 힘으로만 싸울 수 있다. 팔란티어는 이스라엘과 함께한다”는 정치적 입장 등으로 인해 윤리적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저자들이 주장하는 “기술 공화국”이 단순히 기술적 구조가 아니라, 특정한 정치·이데올로기적 선택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그 방향 설정은 곧 도덕적·정치적 판단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3) 지정학적 및 철학적 긴장
저자들은 기술 개발에 대한 공격적 접근을 국가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로버트 저비스의 안보 딜레마 이론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접근은 미국의 안전을 강화하는 동시에 타국의 안보를 위협하여 군비 경쟁을 촉발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이 책이 제시하는 기술적 명령은 양날의 검이다.
한편으로는 서구의 전략적 우위를 복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속 가능한 국제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즉, 『기술 공화국』이 제시하는 비전은 새로운 질서를 창조함과 동시에 새로운 불안정성을 잉태하는 패러독스적 명령이라 할 수 있다.
결론
『기술 공화국』은 현대 서구 사회(실질적으로는 미국)가 직면한 기술적·문화적·지정학적 위협에 대한 종합적 진단이자 실천적 행동 강령이다.
카프와 자미스카는 단순한 군사적 대비를 넘어, 서구 민주주의의 장기적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시민적 목적 즉, 유연한 신념의 근본적 재건이 강성 권력의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 선행 조건임을 밝힌다.
이 책은 실리콘밸리의 안이함과 도덕적 공허를 겨냥한 통렬한 문화 비판서인 동시에, 팔란티어의 기업적 비전과 철학적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서사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엔지니어링 사고방식의 복원과 이데올로기적 용기의 회복을 통해, 창의성을 국가적 목표와 다시 결속시킬 것을 촉구한다. 이는 곧 서구가 AI 시대의 지정학적 경쟁에서 기술적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는 길로 제시된다.
정책 입안자와 기술 전략가들에게 이 책은 서구의 미래를 위한 강력하고 도발적인 청사진으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이면에 존재하는 기업적 이해관계와 군비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는 안보 딜레마의 위험성을 인식하며,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요컨대 『기술 공화국』은 기술을 통한 권력의 회복만이 아니라, 신념을 통한 문명의 회복을 요구하는 선언문이자, 서구적 합리성의 마지막 자기 성찰로 읽힐 수 있다.
다만, 미국중심주의, 미국의 기술 패권주의로의 회귀를 선동하는 저자의 철학적, 사상적 도발은 우리의 기술 자립을 넘어 기술 안보의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관련서적
"The Technological Republic: Hard Power, Soft Belief, and the Future of the West", 2025, by Alexander C. Karp, Nicholas W.Zamis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