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 속 카나리아 경보: 초기와 경력직 고용 위기에 대한 연구결과에 대해
스탠퍼드 연구가 밝혀낸 5가지 충격적인 사실
생성형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안감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많은 사람들은 AI의 위협을 막연한 미래의 일로 생각하거나, 전체 산업에 걸쳐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마치 서서히 다가오는 거대한 파도처럼.
그러나 최근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는 이러한 통념과는 전혀 다른, 훨씬 더 긴급하고 충격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AI 쇼크는 이미 시작되었으며, 그 영향은 특정 집단에게 매우 비대칭적으로, 그리고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를 스탠퍼드 디지털 경제 연구소의 최신 보고서, ⟪“탄광 속 카나리아, AI의 최근 고용 효과에 관한 여섯 가지 사실”⟫(Canaries in the Coal Mine? Six Facts about the Recent Employment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를 바탕으로, 생성형 AI가 초기 경력직 노동 시장에 미치고 있는 가장 놀라운 5가지 사실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AI의 최근 고용 효과에 관한 여섯 가지 사실” _ 연구결과 보고서 링크 (자료)
Fact 1. 초기 경력 근로자의 고용 감소
Fact 2. 전체 고용 증가 추세와 젊은 층 고용 정체
Fact 3. AI의 ‘자동화’와 ‘증강’ 역할 구별
Fact 4. 경력보다 연령이 주요 변수
Fact 5. 임금 변화보다 고용 변화가 현저
Fact 6. 대안적 설명을 배제해도 결과는 일관
1. 거시 지표 뒤에 숨은 '미시적 붕괴': AI 쇼크는 이미 시작됐다.
일부 거시경제 분석가들은 챗GPT 출시 이후 노동 시장 전체에 큰 변화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실업률이나 평균 임금 같은 큰 그림에서는 AI로 인한 뚜렷한 교란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탠퍼드 연구는 이러한 '거시적 안정성'이라는 장막 뒤에서 특정 집단의 '미시적 붕괴'가 일어나고 있음을 포착했다.
이러한 발견은 연구팀이 수백만 명 근로자의 고정밀 급여 데이터(미국 최대 급여 소프트웨어 제공업체인 ADP사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변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감지했기에 가능했다. 전통적인 정부 통계조사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충격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활용된 핵심 데이터는 실로 충격적이다.
2022년 말부터 2025년 7월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직군에서 22세에서 25세 사이 근로자의 고용은 13%의 상대적 감소(절대적으로는 6% 감소)를 겪었다.
이 수치는 AI의 영향이 더 이상 미래의 예측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다.
이미 가장 취약한 계층인 사회초년생들의 고용 시장 진입 기회를 축소시키는 냉혹한 현실이 된 것이다.
연구의 제목인 '탄광 속 카나리아'는 바로 이 현상을 의미한다.
거시 경제 전체에 위험이 닥치기 전, 가장 민감한 집단이 먼저 보내는 위험 신호인 셈이다.
2. AI는 경력자를 돕고, 신입사원을 대체한다.
젊은 층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면, 그 노동의 가치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이번 연구에서 가장 놀라운 발견은 AI 쇼크의 '세대 간 비대칭성'이다.
젊은 층의 고용이 급감한 바로 그 직군에서, 숙련된 근로자(35~49세)의 고용은 오히려 9% 이상 증가했다.
이 9%의 증가는 별개의 현상이 아니라, 신입사원 고용 감소를 일으킨 동전의 양면.
근본적인 메커니즘은 기업이 AI를 활용하는 두 가지 다른 전략에 있다.
➥ 대체(Substitution):
AI가 신입사원이 하던 정형화된 업무를 자동화하는 '대체' 도구로 사용되면서, 이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 증강(Augmentation):
반면, AI는 숙련된 인력의 경험과 노하우를 극대화하는 '증강' 도구로 활용되어, 이들의 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동일한 AI 기술이라는 힘이 경력자에게는 생산성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신입사원에게는 고용 붕괴를 초래하는 극심한 이분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경험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경험을 쌓을 기회 자체는 사라지는 역설이 시작됐다.
3. 가장 큰 피해자는 '젊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
AI 쇼크의 진원지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되었다.
한때 디지털 경제에서 가장 안전한 항구로 여겨졌던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다.
스탠퍼드 연구에 따르면,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 중에서도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고용은 2022년 말 고점 대비 2025년 7월까지 거의 20% 가까이 하락하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명확하다.
생성형 AI가 초급 레벨의 코딩, 테스트, 문서화 등 반복적이고 루틴 한 작업을 매우 효과적으로 대체하기 때문. 기업 입장에서는 더 이상 주니어 개발자를 대규모로 고용해 이런 업무를 맡길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이 외에도 고객 서비스, 회계, 행정 업무 등 정형화된 데이터 처리와 문서 작업이 많은 직군에서 비슷한 패턴이 관찰되었다.
4. 당신의 '학력'이 오히려 약점이 되는 시대
왜 유독 젊은 층이 AI의 타깃이 되는 걸까?
연구는 이를 '지식 유형의 충돌'이라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설명한다.
과거 전문직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장권 역할을 했던 대학 학위는 이제 잠재적 취약점이 되고 있다.
대학 교육을 통해 습득하는 지식은 대부분 교과서, 문서, 코드로 명확하게 정리된 '부호화된 지식'인데, 이는 AI가 텍스트, 코드, 문서를 통해 학습하는 지식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
반면, 숙련된 근로자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쌓은 '암묵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 복잡한 상황 판단, 미묘한 소통, 그리고 브린욜프슨 교수가 말하는 '장사의 비결'처럼 문서화하기 어려운 직관과 노하우의 영역인 것이다. AI는 이 영역을 대체 가능하지 않다.
스탠퍼드의 브린욜프슨 교수는 LLM이 훈련에 사용한 '책으로 배운 지식'과 신입 직원이 보유한 핵심 역량 사이에 상당한 중첩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과거에는 경쟁력이었던 '책으로 배운 지식'이 이제는 AI에 의해 쉽게 상품화되고 대체될 수 있는 약점이 되어버린 것이다.
5. '경력 사다리'의 첫 칸이 사라지고 있다.
이 현상은 단순히 젊은 세대의 일시적인 구직난만이 아니다.
이는 신입사원들이 현장 경험과 '암묵적 지식'을 쌓을 기회, 즉 경력 사다리의 첫 번째 칸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적 위기인 것이다.
연구 보고서가 지적하듯, 이는 단순한 채용 동결이 아니라 미래 전문가를 육성하는 인재 파이프라인의 구조적 단절을 의미한다. 이러한 파이프라인의 단절은 심각한 장기적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오늘 경험을 쌓지 못한 신입사원은 10년 뒤 숙련된 전문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계 전반에 심각한 숙련 기술 격차를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총체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한 세대의 아픔을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과제다.
정리해 보자...
스탠퍼드 연구가 보여준 것처럼, AI의 충격은 거시 지표 뒤에 가려진 채 이미 시작되었다.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 젊은 세대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새로운 노동 시장 패러다임은 더 이상 다가오고 있지 않다. 이미 도착한 것이다.
규칙은 새로 쓰여지고 있다.
부호화된 지식은 AI에 의해 점령되고, 암묵적 지식은 전례 없는 경험 프리미엄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경력의 첫 디딤돌이 사라진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미래의 전문가들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인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Fin.
논문 원본
Canaries in the Coal Mine? Six Facts about the Recent Employment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_ Erik Brynjolfsson, Bharat Chandar, Ruyu Chen, August 26,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