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푸치니의 아리아와 달동네, 그리고 '내 맘의 강물'
당신도 그런 때가 있지요?
왠지 그저 들려오는 음악소리였을 뿐인데, 맘이 쿵 내려오던 때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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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였어요.
낡은 턴테이블 위에서 돌아가던 LP 속 오페라 아리아는,
비록 가사는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 정서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저며오게 했었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와 머물던 서울의 달동네, 금호동 산비탈의 단칸 자취방에서 느끼던 외로움은
오래 들어 익히 들리는 몇 마디 가사만으로도 충분히 서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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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Gianni Schicchi)에서 딸 라우레타가 아버지에게 사랑하는 남자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며 애원하는 이 곡,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는 그렇게 제 맘을 저리게 하곤 했었습니다.
전주가 흐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미 젖어들던 감정은,
'O mio babbino caro'(오, 사랑하는 아버지)라는 첫 구절이 노래되어지면서 완전히 무장해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Si, si, ci voglio andare'(네, 네, 정말 가고 싶어요)하는 대목에서는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던 경험을 참 여러 번 했었습니다.
'80년대가 막 시작되던 서울의 달동네는 그렇게도 서러웠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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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강혜정을 찾아 듣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참 잘 불러요. 어쩌면 저렇게 섬세한 감정 처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것이 가능한가 싶을 만큼, 들을 때마다 감탄하게 됩니다.
물론 그이의 노래 중에서는 '내 맘의 강물(이수인 곡)'(2024.11월 KBS 버전)을 가장 좋아합니다만, 어떤 곡인들 어떻겠습니까. 결국은 모두 다 좋은걸요.
참, 이 곡의 해석이 시점별로 조금씩 달라지는 것 느끼셨죠?
앞서 링크한 2024년 버전과
2022년 버전의 약간 템포를 줄인 것,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곡 해석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가령 예를 들어 말입니다.
새파란 하늘 저 멀리
구름은 두둥실 떠나고
비바람 모진 된서리
지나간 자욱마다 맘 아파도~
이 부분에서
특히 '맘 아파도' 부분을 2024년 버전과 2022년 버전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들었다는 2020년 버전을 비교해 보시면, 확연히 2024년 버전에서의 해석이 다름을 확인할 수가 있어요.
물론 어떤 버전일지라도 다 좋습니다만, 그냥 그렇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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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정의 음악적 테크닉을 확인해 볼 수 있는 노래는 여러 곡 있습니다.
첫째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 Op. 410'의 2018년 연주 버전입니다.
댓글에 이런 글이 있더군요.
"이 숨찬 곡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쉬워요~~' 이런 표정으로 내내 웃으면서 부르심."
정말 그렇습니다.
두 번째는 조금 결이 다른 음악입니다.
블라디미르 바빌로프가 1970년경에 작곡했다고 알려진 아리아입니다.
'아베마리아' 정말 멋지죠. 참 아름다운 목소리와 표현입니다.
그렇다면, 성악적 발성과 살짝 다를 수 있는 뮤지컬은 어떨까요?
엔드류 로이드 웨버의 '오페라의 유령'에서 크리스틴이 부른 아리아 'Think Of Me'입니다.
너무나도 아름답죠.
년말의 즐거운 분위기에 잘 맞을 것 같은 음악 한 곡 더합니다.
1956년 영화 『The Man Who Knew Too Much』에서 도리스 데이가 불러 큰 인기를 얻었던 것으로 알려진 노래, 'Que Sera Sera'입니다. 강혜정이 부릅니다.
“When I was just a little girl, I asked my mother, ‘What will I be? Will I be pretty? Will I be rich?’”
“어릴 적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어요. 내가 예쁠까? 부자가 될까?”
“Here’s what she said to me: Que Sera Sera, whatever will be, will be. The future’s not ours to see.”
“어머니는 대답했어요. 될 일은 되겠지. 미래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게 아니지만...”
"Que Sera Sera"
"원하는 대로 이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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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꽤 오랫동안 강혜정은 찾아 들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아름다운 노래 계속해 주시기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다가오는 미래에는,
여러분의 소망하시는 모든 것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Que Sera Se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