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준 대사의 글을 인용하며...
우선 반성부터 해야겠습니다.
어젯밤에 아래의 포스팅을 올리고, 자고 일어나 아침에 문병준 대사의 아래 글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
"아~ 의도가 잘못 전달될 수도 있겠는데? 충분히 오해될만한 글을 덧붙였네"였습니다.
바로 요 글입니다.
—
전쟁의 참상을 보면서,
이 근원을 어느 한 선만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태도일 것입니다.
결코 단선일리 없습니다.
수많은 의도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이유와 원인, 그리고 의도와 목적이 중층적으로 있을 것입니다.
제가 앞에 기술한 내용은 그 수만 가지 갈래 중에 오직 하나의 측면 만을 얘기했던 겁니다.
다만, 보다 심층적인 원인과 전략적・국제정치적 관점에서 그 근원을 밝혀보고자 했던 시도였습니다
그 많은 해석들 가운데, 아래 옮기는 문병준 대사의 글은
어쩌면 가장 '표면적인 이유이자 현상'에 대한 이해를 잘 보여주는 정리일 것입니다.
다양하게 배우는 과정에서, 이러한 탁월한 시각 또한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아울러, 훗날을 위해 '기록해 두고 싶은 뜻'도 함께 있음을 밝힙니다.
아래, 전문을 옮깁니다.
같은 편이 함께 시작한 전쟁인데, 한 명은 웃고 한 명은 울고 있다.
2026년 2월 28일, 미군의 스텔스 폭격기와 이스라엘 전투기가 이란 하늘을 함께 갈랐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같은 적을 향해 함께 폭탄을 떨어뜨린 것은 두 나라 현대사를 통틀어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군은 개전 첫날부터 이란 전역을 정밀 타격했고,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포함한 핵심 지도부가 제거됐다.
숫자만 보면 압도적인 승리다.
그런데 왜 트럼프는 울고 있는가.
■ 전쟁의 도화선
시작은 2023년 10월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이스라엘인 1,200명을 살해하고 250여 명을 납치했다. 이스라엘은 즉각 가자 지구를 전면 공격했고 전쟁은 번졌다. 레바논에서는 이란이 키운 무장 조직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향해 로켓을 쏘고, 예멘에서는 이란의 대리 세력 후티가 홍해를 틀어막으며 전 세계 해운을 마비시켰다. 하마스도, 헤즈볼라도, 후티도 — 모두 이란이 수십 년에 걸쳐 키우고 무기를 댄 조직들이다. 이스라엘은 이 모든 전선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그리고 2년 반이 지나, 복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가 이란 지도부가 특정 날짜에 한자리에 모인다는 첩보를 트럼프에게 전달했고, 트럼프는 공격을 승인했다.
트럼프가 의회와 어떤 사전 협의를 했는지 공개된 것이 없다. 누가 전쟁을 결정하는가 — 대통령 한 명인가, 국민의 대표인 의회인가. 그러나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 이 질문은 뒤로 밀린다. 항상 그래왔다.
■ 처음으로 함께 방아쇠를 당겼다
1967년 이스라엘은 이집트·시리아·요르단을 상대로 6일 만에 전쟁을 끝냈다. 혼자서. 1973년 기습을 당했을 때도 혼자 막아냈다. 1991년 걸프전에서는 이라크의 미사일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타격했는데도, 미국의 요청에 이스라엘은 반격을 참았다. 이스라엘은 늘 혼자 싸웠다. 미국은 무기와 외교적 방패를 줬지만 함께 방아쇠를 당긴 적은 없었다.
이번에 그 선이 처음으로 넘어졌다.
미국은 수십 년간 아랍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어느 정도 중재자 역할을 해왔다. 완전한 공동 교전국이 된 순간, 그 역할은 이 전쟁이 끝나도 되살아나지 않는다. 이란과의 외교 채널도, 아랍 세계와의 신뢰도 근본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아랍 국가들의 침묵도 동의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 걸프 6개국은 미국의 군사 동맹국이면서도 이란과 지리적·경제적으로 얽혀 있다. 카타르는 미군 중동 최대 공군기지를 제공하면서도 이란과 같은 가스전을 공유한다. 2023년 3월, 중국의 중재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극적으로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수십 년간의 앙숙이 손을 잡은 그 합의가 3년도 안 돼 전쟁으로 무력화됐다. 이란이 카타르의 에너지 시설을 타격한 것은 아랍 국가들을 향한 명확한 메시지다. "미국을 돕는 대가는 네가 치른다."
■ 같은 전쟁터, 서로 다른 속셈
두 나라는 처음부터 목표가 달랐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제한된 전쟁이다. 이란의 미사일 발사대를 부수고, 핵시설을 타격해 군사 역량을 꺾은 뒤 빨리 끝내는 것. 이스라엘이 원하는 것은 다르다. 네타냐후가 선언한 목표는 "아야톨라 정권의 종식"이다. 아야톨라는 이란 이슬람 체제를 이끄는 최고 성직자를 뜻한다. 즉 이란을 지배하는 종교 권력 체제 자체를 갈아엎겠다는 것이다.
이 목표의 차이가 전장에서 바로 드러났다. 이스라엘은 군사 시설 외에 이란의 에너지 인프라까지 집중 타격했다.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은 이란과 카타르가 공유하는 세계 최대의 가스전으로, 이란 전체 에너지 공급의 핵심이다. 이것을 불태우는 건 군사 작전이 아니라 이란 국민의 전기와 난방을 빼앗는 경제 전쟁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겨울을 빼앗아 민심을 돌리려 했던 바로 그 전술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민은 무너지지 않았다. 외부의 폭격은 체제에 대한 분노보다 외부 적에 대한 단결심을 먼저 키운다.
이 공격은 미국도 당혹하게 만들었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공격 범위가 사전 통보 수준을 훨씬 넘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은 즉각 카타르의 액화천연가스 수출 허브를 보복 타격했고, 유럽 가스 가격은 단기간에 급등했다. 트럼프는 "미국은 몰랐다"고 했고, 이스라엘은 "함께 조율했다"고 반박했다. 알았든 몰랐든, 결론은 하나다. 이 전쟁에서 확전의 방향을 통제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다.
■ 네타냐후가 웃는 이유, 트럼프가 우는 이유
네타냐후는 트럼프 한 명만 공략했다. 미국 여론도, 의회도, 유럽 동맹국도 설득하지 않았다. 트럼프 한 명을 움직이면 미국을 움직일 수 있다 — 그 계산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네타냐후가 웃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에게 이 전쟁은 개인 생존의 문제다. 2023년 10월 7일 기습을 막지 못한 책임, 가자 전쟁 과정에서 발부된 국제형사재판소 체포영장, 오래된 국내 부패 혐의 재판 — 전쟁이 끝나는 순간 그를 기다리는 것은 법정이다. 전쟁이 계속되는 한 그는 피고석이 아닌 지휘소에 있다. 이것이 이 전쟁을 계속 확장시키는 엔진이다.
◆ 반면 트럼프는 세 가지를 틀렸다.
이란의 반격 수위를 과소평가했다. 이란은 걸프 여러 국가와 에너지 시설을 향해 보복 공격을 확대했다. 이란의 저가 드론을 미국은 수백만 달러짜리 미사일로 격추한다. 이 교환 비율은 이란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는 조건이다. 역설적으로 이 전쟁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나라는 러시아다. 유가 폭등으로 러시아는 앉아서 막대한 수익을 번다.
에너지 쇼크를 과소평가했다. 전 세계 원유 해상 교역량의 약 27%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 위협 아래 놓이고 유가가 폭등했다. 트럼프는 경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 기름값 폭등은 그 서사를 정면으로 흔든다.
이란 체제 붕괴를 확신했다. "지도부를 제거하면 온건한 세력이 권력을 잡는다"고 믿었다. 그러나 하메네이 사후 후계 구도와 혁명수비대의 결집이 맞물리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장악한 국가 안의 국가다. 개인을 제거한다고 이 체제는 무너지지 않는다. 2003년 이라크에서 독재자 후세인을 제거했을 때도 미국은 똑같은 실수를 했다.
트럼프는 수차례 "곧 끝난다"고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이란 시설을 한 방 더 때리는 순간 이란이 반격하고, 미국은 다시 끌려든다. 이 반복이 트럼프가 우는 구조다.
■ 아무도 "그 다음"을 묻지 않는다
이 전쟁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화력이 아니다.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다.
이란은 40년 이상의 경제 제재를 버텨온 나라다. 반면 미국의 중간선거는 다가오고, 기름값은 오르고, 첨단 무기 재고는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역대 어떤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끊는 카드를 끝까지 쓴 적이 없다. 결국 종전 협상의 중재자는 미국도, 이스라엘도 아닐 가능성이 높다. 2023년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했던 중국이 다시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다. 그것이 지금 워싱턴에서 가장 말하기 싫은 현실이다.
그리고 이 전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폭탄이 아니다. 아무도 출구를 설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정권이 무너지면 누가 이란을 통치하는가. 수십만 명 규모의 혁명수비대와 이란 경제에 깊이 뿌리내린 그 조직은 어떻게 해체하는가. 2003년 이라크에서 독재자를 제거한 자리에 IS, 즉 이슬람국가가 탄생했다. 리비아는 카다피가 사라진 뒤 지금까지도 내전 중이다. 지도자를 없애는 것과 그 나라를 안정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중동에서 전쟁은 강한 자가 끝내는 게 아니다. 더 오래 버티는 자가 끝내는 것이다.
목적지를 모르는 두 군대가 같이 날아올랐다. 그것이 이 전쟁의 가장 정직한 요약이다.
트럼프는 끝내고 싶지만 혼자 끝낼 수 없다.
네타냐후는 끝내지 않으려 한다.
이란은 버티는 것 자체가 승리다.
네타냐후는 웃고 있다. 트럼프는 울고 있다. 역사는 아직 판결을 유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