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는 '조회'하고 싶다. 미래를...
사용자 관점의 서비스 디자인은 계속된 화두이다. 직관적으로 서비스 주도권이 소비자에게로 옮겨갔음을 누구나 느낄 수 있다. 특히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채널 서비스들은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은행을 필두로 한 금융 서비스들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간편송금 서비스인 토스 등을 통해 사용자 경험 디자인의 영향력을 경험했다.
많은 사용자 경험 프로젝트들이 필드에서 진행되지만 디자인 개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사용자 경험의 결과는 사용자의 피드백이다. 그러나 프로젝트에 사용자를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또한 모든 프로세스를 일일이 검증 받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일부 단계에서 사용자 테스트를 통해 일정한 사용자 호감 정도를 예측할 수 있으나 소수의 표본이 궁극적으로 대다수의 고객들이 우리에게 요구할 사용자 피드백을 대변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고객 대부분이 만족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 할 수 있을까?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은 사용자 피드백이라는 결과론적인 뉘앙스를 품고 있다. 이는 우리가 결과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예측할 수 있음은 결과가 의도 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즉 사용자 경험은 의도함에 따라 설계 되어지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용자 경험은 서비스가 의도한 목적에 따라 사용자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사용자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의도하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 의도된 목적을 전략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한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로부터 사용자 경험 설계는 시작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가 의도하는 목적과 사용자의 관심 사이에 유격이 큰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뱅킹 서비스다. 뱅킹은 대부분의 트래픽이 조회와 이체에서 발생한다. 뱅킹 서비스들은 사용자를 금융 상품몰로 유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다. 실제로 현실 세계에서는 많은 고객들이 부에 대한 관심이 깊다. 그러나 그들은 부의 가치를 높이거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삶에 있어 매우 중요한 주제이지만 지금 당장 앞에 놓인 현실이 아니라면 그 필요성에 비해 소홀히 다뤄지는 것이 사실이다. 뱅킹 서비스는 매우 가까이 있지만 또 한편으로 보면 다가가기 어려운 것이다. 뱅킹 서비스와 사용자 간의 정보격차가 분명히 존재한다.
뱅킹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 설계는 정보 비대칭 해소를 목표로 해야 한다. 사용자로 하여금 현재를 조회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래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뱅킹 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금융 상품과 금융 서비스의 가치를 사용자가 관성적으로 사용하는 조회와 이체 프로세스에 녹여내야 한다. 단기간의 상품 판매 확대 목적이 아닌 사용자로 하여금 장기적으로 금융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해야 한다. 부의 가치를 높이거나 관리하는 방법을 이해시켜야 한다. 충분한 인프라와 노하우가 있다. 그것은 비단 잠재력이 아니며 대단한 자산이다. 그럼에도 전환력을 무기로 한 소위 린(Lean)한 기업들의 서비스에 일대일로 응전하고 있다. 트래픽이 많은 즉, 니즈가 큰 프로세스를 더욱 간소화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분명 뱅킹 서비스는 단순한 트랜젝션이 아닌 사용자들의 일상에 더 큰 가치로 다가갈 수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간편 송금 서비스와 기존 은행은 비즈니스 모델이 서로 같지 않음을 먼저 인지 해야 한다. 미국 메이저 4대 상업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는 금융 상품 개발 보다 사용자의 이해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도화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해 왔으며 이를 통해 금융 시장을 선도해 왔다. 그들이 금융 메카인 뉴욕이 아닌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에서도 웰스파고가 추구하고자하는 전략을 어렴풋이 읽을 수 있다.
사용자 행동에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단기적 성과로 이뤄낼 수 없고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모든 사용자 경험 설계에 전제 되어야 하는 목표임엔 분명하다. 그리고 그 변화는 사용자와 서비스 간에 정보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이뤄진다는 것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 가진 핵심 역량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고 그 가치가 사용자에게 지속적으로 제안되어야 한다.
CX Lab. Insightist - 안종혁 이사
※ 이 글은 18년 4월 4일 전자신문 지면에 "사용자는 '조회'하고 싶다. 미래를..."이라는 제목으로 기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