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X PLEAT Feb 09. 2021

배민, 이제 어떤 민족입니까?

플랫폼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자영업자ㅣ윤수경

본 글은 내용의 이해를 돕고 친근감을 위해, 경어체가 아닌, 평어체 사용했음을 미리 알림!
(반모주의)




이번 글에서는 평소에 사용하는 배달 플랫폼의 숨겨진 어두운 이면과 해결책을 알아보려고 해. 그래서 1) 배달 플랫폼의 과정을 살펴보고, 2) 어떤 배경에서, 어떻게 갑질하고 있는지 3) 그리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는 지 순으로 글을 작성해 봤어.






배달 없이 살 수 있는 사람? 

아마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없을 거야. (라고 믿고 싶어. 나야말로 배달 없이는 못 살거든) 

그런데 “배달”이 정확하게 무엇일까? 사실 이런 고민도 해본 적이 없는 거 같아. 비슷한 용어로는 배송이 있긴 한데, 배달은 오토바이가 생각나고, 배송은 화물차가 생각나서 묘하게 다르단 말이지. 아마 일상에서  배송은 “먼 지역”에서, 배달은 “가까운” 지역 안에서 물건이 오고 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인 거 같아.

그림 1. 배송과 배달의 차이




배달 플랫폼의 시작 :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그러면 우리가 가장 많이 배달시키는 것은 뭘까? 누가 뭐라 해도 단연코 음식일 거야. 지금이야 아주 익숙하게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지만, 배달 플랫폼은 2014년도 배달 플랫폼 배달의 민족 광고(그림 2)를 시작으로 성행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배달의 민족의 성행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여러 배달 플랫폼들이 생겨난 거야.

그림 2. B사의 광고 중 일부



그리고 코로나(COVID-19)로 인해 배달 플랫폼의 사용은 증가했고, (2021년 2월 8일 기준) 지금도 구글 플레이와 앱스토어의 무료 앱 순위에서도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 

그림 3. 2021년 2월 8일 기준, 각 플랫폼의 무료 앱 순위









배달 플랫폼의 과정 : 복작 & 복잡

배달 플랫폼에서 배달 과정은 그전과 많이 달라. (이미 알겠지만) 어떻게 바뀌었는지 간단하게 짚고 가자.


원래 배달 과정은 아주 단순했어.

그림 4. 기존 배달 과정

1) 고객이 가게에 주문을 넣으면 

2) 가게에서 고용한 배달원이 고객에게 음식을 배달했어.




그런데, 배달 플랫폼을 활용하는 배달은 다소 복잡해.

그림 5. 배달 플랫폼을 통한 배달 과정

1) 소비자가 주문을 하면 

2) 배달 플랫폼이 음식점에 주문을 전달해. 

3) 음식점에서는 배달대행업소의 배달 오더를 넣어서 배달원을 호출하고 

4) 호출받은 배달원이 가게에 음식을 가지러 와서

5) 배달 대행 업소의 배달원이 음식을 배달해줘.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는 배달 플랫폼 덕에 전보다 훨씬 더 편해졌는데, 음식점 주인들도 편할까? 정답은 YES. 가게는 기존에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는 데에 들었던 수고를 덜었어. 그리고 기존 광고 방법(배달 책)의 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가게를 알릴 기회가 생긴 거야.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 걸까?










배달 플랫폼의 갑질 : 이제 어쩔 수 없을걸?

슬프게도 현실은 NO. 그 배경에는 배달 플랫폼으로 변화한 배달 문화 때문이야. 이제 96%의 소비자들이 배달 플랫폼을 통해서 음식을 배달시키고 있어. 그래서 이제, 음식점들이 배달 플랫폼 없인 운영이 어려워진 거야.


그림 6. 배달앱 거래관행 실태조사 결과


실제로 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의 조사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는 음식점 사장님의 50% 이상(52.3%)이 배달 플랫폼 없이는 음식점 영업 지속이 어려울 것이라고 응답했어. 그리고 95%의 음식점 사장님들이 배달 플랫폼이 사라지면, 무려 40%의 매상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신다고 해. 


이렇게 음식점들은 배달 플랫폼 없이 운영이 어려운데, 배달 플랫폼은 더 많은 플랫폼 수수료를 받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어






먼저 배달의 민족의 경우, 계약할 때 “음식값에 비례하는 수수료(16.5%-음식점 사장님 부담) + 기본 배달비(2,900원-소비자와 음식점 사장님의 공동부담)” 를 받고, 음식점 사장님이 원할 시에는 “광고비”를 수수료로 받아가. 


그림 7. 배달의 민족 수수료 구조와 배달비 필터의 파급효과

그런데, “배달 팁 낮은 순”이라는 검색 필터를 넣었어. 이 필터 때문에 음식점 사장님이 배달비 2,900원을 전부 부담하지 않으면, "배달팁 낮은 순"이라는 필터에서 검색 결과 상위에 오를 수 없어. 그래서, 배달비 2,900원을 음식점 사장님이 부담하지 않으면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되는 거야. 그런데, 그러면 음식점 사장님의 수입이 줄어들잖아? 그러면 B사의 매니저는 음식값 인상을 제안한다고 해. 결과적으로 음식값 상승 = 배달 수수료의 상승으로 이어지니, 전체 배달 수수료가 증가하는 셈이지. 

그리고 배달 비용과 관련된 필터를 넣음으로써 기존에 실행하던 광고들은 전보다 힘을 잃지만, 광고비는 그대로 받고 있어. 





쿠팡 이츠의 경우에는 사전 통보 없이, 배달 수수료를 높이고 있어.

그림 8. 쿠팡 이츠가 사후 통보한 배달 수수료



코로나 때문에 자영업자 모두가 힘든 지금, 배달 플랫폼 없이는 영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하는 갑질인 셈이지. 배달비 증가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처우나 서비스는 달라지는 것이 없는데, 수수료만 증가한다는 게 문제야. 그리고 이렇게 오른 음식점 사장님의 수수료 부담은 소비자 가격 인상, 음식량/서비스 저하 등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져.


 








숨겨진 갑질 : 데이터 독점

수수료가 직접적으로 음식점 사장님들을 힘들게 하는 갑질이라면, 숨겨져 있는 갑질도 있어. 바로 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다는 거야. 배달 플랫폼이 공유하지 않는 데이터는 아래와 같아. 

그림 9. 배달 플랫폼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종류

위의 데이터들은 음식점과 고객을 이어주는 접점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식자재 재고 관리, 가게 맞춤 마케팅, 지역 고객 맞춤 메뉴 변경 등으로 효율적인 음식점 운영을 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어.



이렇게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데이터를 활용해서, 배달 플랫폼이 음식점 사장님들의 위협적인 경쟁자가 된 예도 있어. 공유 주방 플랫폼을 운영하는 영국의 딜리버루(Deliveroo)가 그 대표적인 예야. 딜리버루에서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그 지역 소비자 입맛에 맞을 것 같은 메뉴를 고안해. 그리고 해당 지역에 자회사 공유 주방인 딜리버루 에디션(Deliveryoo Edition) 열어, 직접 판매하기까지 해. 

그림 10. 딜리버루(Deliveroo)의 로고와 공유 주방 딜리버루 에디션 (Deliveroo Edition)



이렇게 무서운 가능성을 가진 데이터를 배달 플랫폼에서 독점하고 있으니, 음식점 사장님들은 효율적인 음식점 운영 기회를 박탈당했을 뿐만 아니라, 경쟁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 되어버렸어. 수수료의 경우, 직접적인 매출과 연관되어서 뉴스화가 되어서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음식점들의 자생력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데이터 공유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생각해.










배달 플랫폼의 갑질을 막기 위한 사회적인 노력 : 보고만 있진 않겠다!

물론 이와 같은 문제들에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야.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들을 내고 있어. 



1. 지역자치 단체는 수수료가 저렴한 혹은 수수료 없는 공공 배달 플랫폼을 제공에 힘쓰고 있어. 

그림 11. 각 지방자치 단체들이 만든 or 지원한 공공 배달 플랫폼



2. 국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만들어서 앞으로 배달 플랫폼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플랫폼이 갑질 하지 못하게 노력하고 있어.

그림 12.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보도 자료



3.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사회적인 기업들도 있어. 미국의 런치박스(LunchBox)라는 회사에서는 음식점 사장님들에게 데이터를 공유하고, 이를 활용하여 마케팅을 돕는 구독 서비스(SaaS)를 제공하고 있어.

그림 13. 런치 박스(LunchBox) 홈페이지와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


사회의 여러 구성원들이 배달 플랫폼의 갑질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지?!









앞으로의 과제 : 그래도 아직 부족해

이와 같은 시도들은 아주 좋아. 그런데 아직 부족한 점들도 여전히 존재해.



1. 잘 사용하지 않는 공공 배달 플랫폼

공공 배달 플랫폼은 기존의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를 낮추는 비용 혁신은 있었지만,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어. 그 이유에는 1) 입점 가게가 많지 않고 2)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의 사용성이 떨어지고 3) 쿠폰과 같은 마케팅 부족 등이 있어. 

그림 14. X PLEAT 기준 배달 플랫폼별 등록된 치킨/피자 음식점 수 비교



2.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의 제재 대상 논란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의 경우, 소상공인인 음식점 사장님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취지의 법안이지. 그러나 이제 막 시작하는 플랫폼 스타트업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주 많아.




3. 부족한 데이터 리터러시

UXer로서 내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바로 데이터 리터러시(Data Literacy)야. (데이터 리터러시 : 데이터를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데이터 해석 능력.) 아직 데이터 리터러시가 발달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배달 과정에서 생기는 데이터들의 공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데이터를 공유하더라도 이를 가치 있게 사용하기가 어려워. 나도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는 여러 음식점(햄버거집, 카페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모든 사장님들이 수수료 걱정은 하셔도 데이터 공유 걱정은 하지 않으셨어.

데이터 리터러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 정부에서는 지금 실행하고자 하는 마이데이터 산업과 함께, 국민들에게 “데이터의 가치”를 알리는 인식 개선 캠페인이 필요해. 그리고 배달 플랫폼을 포함한 모든 플랫폼 회사들이 데이터의 가치를 공개하고, 이를 플랫폼 참여자들이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해.







글을 마치며

배달 플랫폼과 관련된 글을 쓰며 X PLEAT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미 이런 구조를 알고 계신 분들이 많았어. 그래서 배달을 시킬 때, 배달 플랫폼이 아니라 직접 가게에 전화로 주문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 (엄청나....멋져.....)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멋진 우리 X PLEAT 구성원처럼 가게에 직접 전화를 하거나, 공공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는 정도인 거 같아. 


하지만, 우리가 UX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생각해. 앞으로 플랫폼 UX를 기획할 때, 단순히 플랫폼을 사용할 사용자(소비자)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플랫폼 UX를 기획하는 거지. 이게 말은 쉽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말처럼 단순하지 않은 게 분명해. 비즈니스적인 부문과 충돌하는 일도 생길 거야. 하지만 플랫폼에 참여하는 이해관계자들 역시 우리가 고려해야 하는 사용자들 중의 하나라는 것, 그리고 그분들도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임을 잊지 말자. 다양한 사용자들과 사회 구성원들을 고려하는 UX가 그 어떤 시기보다 지금, 필요해.










Reference

[취재후] 서울시 배달앱 ‘제로배달유니온’ 한 달…실적도 ‘제로’?, KBS NEWS, 2020/10/16 15:02,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27066, 2021/02/09


“배달앱 수수료 높아도 안 쓸 수 없다”…수도권 공정경제협의체, 배달앱 실태조사, 경기도뉴스포털, 2020/08/28 15:31, https://gnews.gg.go.kr/news/news_detail.do?number=202008271531559897C052&s_code=C052, 2021/02/09


가상, 유령, 공유 주방에다 공유 매장, 푸드코트까지, 티타임즈, 2019/06/12 18:45, http://www.ttimes.co.kr/view.html?no=2019061213197748603, 2021/02/09


개미군단 식당들 모아 음식 배달 플랫폼에 맞선다, 티타임즈, 2021/01/05 18:20, http://www.ttimes.co.kr/view.html?no=2021010513147784886, 2021/02/09 


배달앱이 식당의 무서운 경쟁자가 될 수 있다, 티타임즈, 2020/04/22 18:40, http://www.ttimes.co.kr/view.html?no=2020042117387768489, 2021/02/09


싸고 빠른 배달 먼저?…“광고 의존↓” vs “점주 부담↑”, 디지털데일리, 2021/01/25 16:20, http://www.ddaily.co.kr/news/article/?no=208372, 2021/02/09


치열해진 배달앱 시장, 공공배달앱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경향, 2020/09/27, http://www.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4&artid=202008281422461&pt=nv, 2021/02/09



작가의 이전글 알파세대를 위한 다음 금융 서비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