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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 PLEAT May 27. 2021

코로나 시대의 디자인 변화 읽기 2부

우리가 만드는 새로운 연결 |디자인랩

본 글은 [코로나 시대에 디자인 변화 읽기 1부]에서 이어집니다. 


INDEX

1. 편안하고 안정적인 그래픽 : 공간의 제약과 물리적 환경 변화
2. 밝고 낙천적인 위트 : 코로나 블루에 대한 심리 방역의 필요성
3. 새롭게 만나는 레트로 퓨처리즘 : 자유롭고 실험적인 시각 활동 성행
4. 온라인에서 더욱 가까워지는 연결 : 새로운 형태의 유대감 형성
5. 코로나 시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가상세계 : 기술이 가져온 익숙하지만 다른 경험
6. 시각 콘텐츠로 함께 해결하는 사회 이슈 :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가치관이 일치할 때



4. 온라인에서 더욱 가까워지는 연결

새로운 형태의 유대감을 제공해 인지하지 못했던 연결에 대한 갈망을 해소 

1973년 발표된 '약한 유대관계의 힘'이라는 논문을 살펴보면 개인의 행복, 소속감, 정보의 공유 측면에서는 간헐적으로, 우연히 만나는 지인으로 이루어진 약한 유대가 강한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유명인들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화제가 된 ‘클럽하우스’나 ‘당근마켓’에서 동네 러닝 메이트를 찾는 사례만 봐도 코로나 19로 축소된 약한 유대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찾을 수 있다. 가족, 친한 친구 중심의 내적 서클로부터 이어져 온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 활동은 관심사, 취향, 지역 기반의 외적 서클로 확장된 연결을 모색하고 있다. 더욱이 개인 차원의 경험으로 여겨지던 영역에서도 ‘함께’의 기회를 발견하려 한다.


물리적 거리감을 완화해주는 연결 표현

감정교류를 할 수 있는 감성적 표현 연결



링 2, 3 - 지위에 관한 것 / 링 1, 4 - 커뮤니티에 관한 것




같은 시간에 같은 곡을 함께 듣는 사람들

마이크로사이트 'Listening Together' 화면 디자인

2014년 미디어 아티스트 'Kyle McDonald'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스포티파이(Spotify)‘Listening Together’는 전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들 중 실시간으로 같은 곡을 재생하고 있는 사람들을 연결해준다. 이 캠페인은 스포티파이의 방대한 테이터를 활용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용자 간 취향의 공통점을 발견하여 연결이라는 의미를 재조명한다. 마이크로사이트는 3D 지구본 위에서 클릭에 따라 인터랙티브하게 반응한다. 랜덤한 트랙이 선정되며, 함께 듣고 있는 사용자가 지구본 위에 표시된다. 사용자 간 거리 수치를 인터랙션으로 강조하여 현실의 물리적 거리감을 대조적으로 표현한다.

 


왕이윈뮤직이 음악으로 사람을 연결해주는 방법

안아주기 인터랙션

기존의 음악 서비스가 '플레이' 기능에 집중하는 데 반해 중국의 왕이윈뮤직은 음악을 매개로 한 감정적 소통과 공유를 지향한다. 특히 '안아주기' 기능은 두 손가락으로 댓글을 감싸 안 듯 모으면 캐릭터가 포옹하는 인터랙션이 나타난다. 위로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여 사용자 간 따뜻한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구글 맵에서 즐기는 부활절 문화로 이어지는 유대감

'Cadbury' 광고 (좌) / 부활절 달걀을 숨기는 화면 (우)

매년 영국에서는 부활절에 달걀을 숨긴 뒤 가족, 친구와 함께 찾는 문화가 있지만 락다운으로 이러한 문화를 즐기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자 영국의 초콜릿 브랜드 캐드버리(Cadbury)는 구글 맵에서 자신이 원하는 곳에 달걀을 숨길 수 있는 캠페인 'Worldwide Hide'을 선보였다. 달걀을 숨긴 사람은 장소에 대한 단서를 포함한 메일을 찾을 사람에게 보낸다. 찾는 사람은 우측 상단의 측정계를 통해 달걀에 가까워지고 있는지 확인하며 달걀을 찾을 수 있고, 성공을 하면 숨긴 사람이 미리 작성한 축하 메시지가 나타난다. 단절된 현실이지만 가상의 공간에서 문화를 유지하며 유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5. 코로나 시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가상세계

현실보다 가까운 가상세계

코로나 발병 이후 학생들은 제대로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다.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직장인들도 오랜 재택근무로 회사에 적응하기 어려워한다. 전시, 공연 등 문화생활은 모두 취소되거나 축소되었다. 이러한 시공간의 제약을 해결할 수단으로써 메타버스는 생활 전반에 자연스레 녹아들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초월(meta)과 세계·우주(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 세계를 뜻한다. 구체적으로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반적 측면에서 현실과 비현실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생활형·게임형 가상 세계라는 의미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패션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3D, XR, VR, AR 등 오감을 자극하는 몰입 기술

실제 생활을 보완하는 극적인 몰입 경험


내가 이렇게 구찌를 풀세트로 입게 될 줄이야

네이버Z와 구찌의 콜라보버레이션 (좌) / 제페토에서 구찌의 콘텐츠를 즐기는 유투버 (우)

네이버Z(NaverZ)구찌(GUCCI)와 제휴로 제페토(Zepeto)에서 구찌의 다양한 패션 아이템과 이탈리아 피렌체 배경의 구찌 빌라를 월드맵으로 구현했다. 

 제페토의 이용자 수는 전 세계 2억 명에 달하고 그중 80%가 10대라고 한다. 패션 브랜드들은 메타버스에 익숙해진 10대들을 대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 벌에 500 ~ 1000만 원에 달하는 구찌 원피스를 38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아바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MZ세대는 저렴한 값으로 현실에서는 구매하기 힘든 구찌를 경험할 수 있고 이 브랜드 경험을 콘텐츠로 만들고 공유하며 새로운 놀이 문화로 소비하고 있다.


네이버,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은 제페토에서

2021년 1월 제페토를 활용해 신입사원 입문 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진행한 네이버

네이버(Naver)도 최근 제페토의 가상세계에 네이버 사옥을 구현하고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입사원들의 오리엔테이션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제2의 지구에서 이루는 내 땅 마련의 꿈

가상의 부동산을 구매할 수 있다.

미러월드는 실제 세계를 가능한 한 사실적으로, 있는 그대로 반영하되 확장된 정보를 제공하는 가상세계를 말한다. 어스2(Earth2)는 미러월드 개념의 가상 부동산 게임이다. 지구와 동일한 크기인 가상 지구에서 10㎡ 단위로 땅을 쪼개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가상 부동산에 사람들이 몰리며 그 가치가 폭등하고 있다. 가상세계의 자산이 다수의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실물 경제와 같은 영향력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동일 선상에서 영향력을 주고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모든 이가 실감했다. 메타버스는 시공간 제약을 벗어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뉴욕타임즈 R&D가 구현한 미래에 뉴스를 '체험'하는 방식

저널리즘의 목표는 가능한 충실히 역사의 증거를 모으는 것이다. 시대의 대소사를 문서화하고 사진과 비디오 같은 시각적 기록을 남긴다. 비주얼 저널리스트들은 더 현장감 넘치는 뉴스를 제공하기 위해 늘 새로운 기술을 찾았지만 200년이 넘도록 아직 ‘사진’이라는 기술 제약 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제약을 넘어서서 저널리스트의 생생한 시선을 독자들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Sand Banks의 와이어 프레임 렌더링
공중 드론 사진과 지상에서 촬영 한 사진을 결합하여 완성 된 Sand Banks 3D 모델
레이트 아바코 섬을 이틀 동안 강타한 허리케인 도리안의 여파를 3D로 기록

뉴욕타임즈R&D(The New York Times R&D)는 3D로 저널리즘의 장면을 재구성하여 모든 각도로 뉴스 내용의 공간과 상황을 볼 수 있는 환경 사진 측량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 기술을 통해 독자들은 직접 피해를 입은 수해 현장을 돌아보거나 기사에만 나오던 유명한 장소를 상세히 돌아보며 뉴스에 몰입할 수 있다. 정교한 오감 경험은 저널리즘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미래를 제시하고 독자가 뉴스를 생생하게 누릴 수 있는 시대로 인도한다.





6. 시각 콘텐츠로 함께 해결하는 사회 이슈

환경, 정치, 사회 문제에 변화의 물결을 만드는 급진적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팬데믹, 기후 위기 등 다수가 공감하는 여러 사회 문제들을 겪으며 우리는 구성원들이 힘을 합칠 때 보다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서로의 인식을 전환시키고 의식을 고취시켜 변화를 만들기 위한 활동들이 생겨나고 있다. 디자인은 지나치기 쉬운 사회 문제를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강렬한 비주얼 디자인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함축적 타이포그래피

주목도 높이는 고채도, 고명도의 명료한 컬러 대비

생동감, 현장감을 전달할 수 있는 사실적인 포토그래피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담은 서체

타이포그래피는 글을 담아내는 수단으로써만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 '기후 위기'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The Climate Crisis Font' 서체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서체는 핀란드 신문사인 '헬싱키 사노 마트'와 광고대행사 TBWA가 협력해서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제작됐다. 최초의 데이터 기반 서체로서 인류가 북극 해빙을 측정하기 시작한 1979년의 데이터와 30%가량 빙하가 녹을 것으로 추정되는 2050년 북극 해빙 상태의 예측 데이터를 반영했다.

 가장 두꺼운 글꼴 '1979년'부터 '2050년'으로 변할수록 글씨가 점점 얇아지면서 더 많은 부분이 물속으로 녹아 사라진 듯한 형상을 취해 북극 해빙 상황의 심각성을 직관적으로 드러냈다. 일반적인 서체 굵기가 Black, Bold, Regular, Light 등으로 표현되는 것과 달리 8개로 구성된 굵기는 1979, 1990, 2000 년도로 표현해 경각심을 더 실감 나도록 표현했다. '2040년'부터는 글자를 식별하기 어렵고 글이 읽기 어렵게 표현되었다. ‘헬싱키 사노 마트’는 기후 변화, 환경 주제와 관련해 이 서체를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무료 배포를 통해 이 메시지가 세상에 널리 퍼지도록 했다.



코로나 시대에 나이키가 새롭게 제안하는 도전의 기쁨 Play new

나이키(NIKE)의 새로운 광고 'Play new'는 각자의 분야에서 정상을 찍은 선수들이 새로운 도전 앞에서는 온전히 서툰 모습을 보여준다. 나이키는 코로나 19로 인해 게을러진 사람들에게 도전으로 얻을 수 있는 기쁨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스포티한 사진 위에 네온 컬러의 레터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2가지 스타일의 레터링을 활용해 나이키의 성취감, 영감, 도전정신의 세계관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세리프&산세리프의 대비, 장평의 대비, 보색의 대비를 활용해 메시지를 임팩트 있게 전달했다. 역동적인 인상과 힘찬 느낌을 전달했다.



강렬한 염원이 담긴 2만 명의 음악 청원에 힘을 실어주는 디자인

드림 베이비 드림 마이크로사이트 (좌) / 드림 베이비 드림  옥외 광고판 모습 (우)


2만 명의 목소리가 담긴 노래로 호주의 헌법을 바꾼 세계 최초의 음악 청원이 있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크리에이티비티 축제 '스파이크스 아시아'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작품 '드림 베이비 드림'이 그 주인공이다.

호주 원주민 '애보리진'은 호주 전체 인구에 3%에 달하지만 2019년까지도 여전히 원주민의 발언권이 없었다. 발언권을 회복하고자 광고대행사 SDWM 멜버른은 노래방 스타일의 마이크로사이트를 만들어 '드림 베이비 드림'을 누구나 코러스에 맞춰 노래 부를 수 있도록 했다. 녹음된 노래를 자동으로 섞어 마스터링 했고, 지속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데이트로 호주인의 참여도가 증가했다. 최종적으로 2만 명 이상 호주인들의 목소리가 담겼고, 이러한 국민적 요구에 따라 호주 헌법에서 원주민의 발언이 추가되었다.

 이 작품의 옥외광고 포스터를 살펴보면 볼드한 산세리프 타이포와 난색 컬러의 배경, 원주민 한 명 한 명이 강조된 단순한 구성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그들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특히 강렬한 레드, 옐로 컬러를 주조색으로 활용해 간절한 마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웹사이트 또한 목소리를 모을 수 있도록 녹음 기능을 심플하게 배치하여 집중도를 높인 디자인이 선보였다.




마치며

트렌드는 시대를 투영한다. 엑스플리트 디자인 랩은 이번 기고를 통해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펜데믹과 트렌드 변화를 살펴보았다. 그 배경과 이면에는 사회적 고립, 물리적 제약, 관계의 단절, 미래에 대한 불안, 부조리함을 바꾸려는 다수의 시도 등이 있었다. 디자인은 다양한 형태로 심리적 위로, 공간의 연결, 세대 간 소통 등을 도모하며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전문가는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주장한다. 코로나는 마지막 팬데믹이 아니다. 우리는 계속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환경에 노출될 것이다. 기술과 환경이 빠르게 전환되는 시대에서 디자이너는 사회의 다양한 흐름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유의미한 연결을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출처 

4. 편안하고 안정적인 그래픽
- 약한 유대
약한 유대 서클
4-1
- Listening Together
4-2
- 왕이원뮤직
4-3
- Cadbury 이스터에그

5. 매끄럽게 연결되는 가상세계
5-1
- 메타버스 제페토
메타버스 제페토 유저 유튜브
5-2
네이버 가상세계에서 진행한 신입사원 연수
5-3
- Earth2
5-4
- 뉴욕타임즈 R&D

6. 함께하는 변화
6-1 
- 사노 마트의 기후 위기 폰트
6-2
나이키 Play New
6-3
- 2만 명의 음악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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