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 작품 <파리 1874, 인상파와 함께하는 밤>
“Tonight with the Impressionists, Paris 1874”는 몰입형 가상현실 체험으로, 150년 전 파리로 돌아가 첫 인상파 전시회의 개막에 관람객을 초대합니다. 이 체험은 역사적 현실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어졌으며, 오르세 미술관에서 약 100명의 관람객이 700㎡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동시에 체험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의 파리로 빠져들어 모네, 르누아르, 드가, 모리조, 세잔, 피사로 등과 만나고, 인상파 운동의 시작을 새롭게 접할 수 있는 작품들과 장소들을 발견해 보세요.
트레일러 영상을 먼저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6DAUR-03hg
2024년 4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XR 페스티벌 New Images Festival에 참가했다.
페스티벌 디렉터들과의 긴장된 미팅을 마친 후, 주말에는 오르세 미술관에서 XR 작품을 감상하기로 했다.
미술관 웹사이트에서 예약하고 출력한 티켓을 담당 직원에게 보여주고 바로 입장했다.
티켓 가격은 32유로로, 오르세 미술관의 모든 전시를 함께 관람할 수 있었다.
미술관의 한쪽에서는 XR 작품에 등장하는 인상파 화가들의 실제 작품이 기획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장 앞을 지키는 직원은 XR 체험 전에 전시를 먼저 감상할 것을 권유했다.
미리 보면 내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체험한 후에는 피로감이 생겨서 작품 감상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인상파 화가들의 수많은 작품들을 감상한 뒤, 예약한 시간에 맞춰 XR 전시 공간으로 향했다.
입구에 마련된 락커에 짐을 보관한 후 전시장으로 들어가자, 직원이 키오스크에서 닉네임을 입력하도록 안내했다. 간단한 닉네임을 입력하면 이름과 코드가 적힌 라벨이 출력되는데, 이를 VR 기기에 부착한 후 착용을 도와주었다.
VR 체험 부스에서는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기기를 배분하는 직원, 반납된 기기를 정리하고 충전하는 직원, 관객들이 오류 없이 감상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직원들이 체계적으로 역할을 나눠 일하고 있었다. 특히 충전 중인 기기의 수가 어마어마했다.
VR 기기를 착용하고 출발선에 선 뒤, 화면에서 안내 음성이 들리자 지시에 따라 천천히 이동을 시작했다.
그러자 눈앞에 갑자기 150년 전의 해질녘 파리 거리가 펼쳐졌다! 고개를 돌리니 마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 양산을 들고 거리를 걷는 부인들, 그리고 세련된 모자를 쓴 신사들이 보였다.
때는 어느 때일까? 바로 역사적인 순간인 1874년 4월 15일 저녁 8시.
약 30명의 인상파 화가들이 165점의 작품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이는 날이다.
그때, 한 젊은 여성이 다가와 자기소개를 했다. 그녀의 이름은 로즈이며, 화가들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를 꿈꾸는 로즈는 인상파 화가들을 소개해 주겠다며 함께 길을 걷는다.
이번 전시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VR기기를 착용한 채 19세기 파리의 거리를 두 발로 직접 걸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시장 크기가 커서 마치 산책을 하듯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다. VR에서 주로 텔레포트 기능만 사용하던 내게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걷다가 다른 관람객이 가까이 다가오면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하얀 실루엣이 나타났다. 또한 기준점에서 몸이 멀어지면 눈앞에 높은기둥이 나타났고, 그 기둥(오벨리스크)을 향해 걸어가면 경험이 다시 이어졌다.
로즈와 함께 먼저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역사적인 전시장으로 향했다.
바로 제1회 인상주의 전시회가 열린 곳, 유명한 사진작가 나다르(Nadar)의 스튜디오였다.
(나다르의 스튜디오는 현재 남아있지 않지만, 역사 자료를 바탕으로 VR 속에서 그대로 복원했다고 한다.)
건물의 1층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구경하고, 2층과 3층으로 올라가자 모네, 르누아르, 모리조, 세잔, 피사로, 드가 등 다양한 작가가 나와 로즈를 맞이하고, 그들의 작품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검은 배경의 추상적인 공간에 이동해 그림을 감상하기도 했다.
이후, 작가들과 함께 시공간을 넘나들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어느 맑은 날 아름다운 센강변의 보트와 해수욕 휴양지인 라 그르누이예르(La Grenouillère)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네와 르누아르를 만나기도 한다.
이 여름 휴양지가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서성거렸다. 강변에 떠 있는 보트 위를 걸어 다니고, 와인을 즐기며 화사하게 웃는 사람들 사이를 거닐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이곳에 살고만 싶었다.
배에서 내려 모네와 르누아르가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들의 붓질 하나하나가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고요한 집의 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서자, 해 뜰 무렵 바다를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는 모네를 마주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르아브르 항구에서는 출항하는 뱃고동 소리와 하늘을 나는 갈매기 소리, 잔잔하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들린다. 모네는 이 모든 풍경과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캔버스에 묵묵히 담아내는데, 그의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는 동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양한 인상파 화가들을 만나면서 로즈는 자신의 희미했던 꿈을 조금씩 다잡아간다. 특히 여성 화가 베르트 모리조의 조언을 들으며 용기를 얻는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그녀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단순히 디지털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그녀를 응원하는 나를 발견했다. 너무나 아름다운 결말이라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체험이 끝나고 VR기기를 벗으니, 놀랍게도 전시장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50명 남짓한 사람들이 기기를 쓰고 한 공간 안에서 걸어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수익적인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어린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까지 함께 뒤섞여 경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세대를 초월해 모두가 몰입할 수 있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기기를 반납하면서 직원이 재미있었냐고 묻길래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직원분은 자신도 그랬다며 환하게 웃었다. 얼굴에 선명한 VR기기 자국을 남긴 채 나오는 길에는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을 큰 스크린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화사한 색감의 그림들에 반해 꽤나 긴 시간 동안 앉아있다 왔다.
현대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인상주의 그림들이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까.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용감하고 성실하게 밀고 나간 화가들. 붓질 하나에도 수많은 고민이 담겼을 것이다. 잠시나마 그들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다 온 기분이 들었다.
오르세 미술관에서의 전시를 마치고, 현재는 유럽, 미국, 일본 등 세계의 여러 전시장에서 동시 전시하고 있습니다. 아래의 웹사이트에서 전시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어요.
https://www.excurio.com/en/tonight-with-the-impressionists-1874/
<Tonight with the Impressionists Paris 1874> 작품 정보
Running time | 42 min
Production year | 2024
Co-producers | Excurio, GEDEON Experiences, Musée d'Orsay
작품의 작업 과정이 궁금하신 분은 하단의 비하인드 스토리 영상을 참고하세요!
[이미지 출처]
-현장 사진은 직접 촬영했습니다.
-콘텐츠 이미지 출처: Excurio | Tonight with the Impressionists
https://www.excurio.com/en/tonight-with-the-impressionists-18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