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상관없는 말인데 정작 벗을 수 없는 옷가지.
매일을 붙였다 떼었다, 습관적 반복.
유독 민감하게 반응.
찰나의 결정.
아무렇지 않은 실종.
‘너’를 대하는 익숙한 과정
나는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가.
나는 어떠한 과오를 저질러 왔던가.
나는 그날그날 그때그때 온당한 사과를 했으며 적당한 대가를 치렀는가.
‘그렇게 큰 잘못이 아니었다’
‘상대방이 몰랐다’
‘운 좋게 넘어갔다’
‘아무도 모르니 굳이 들춰낼 필요가 있을까’
‘생각도 안나’
‘어떻게 하는거지?’
‘힘든걸 굳이 왜 하냐고’
자신에겐 한없이 소홀.
타인에겐 한겨울 찬바람과 한여름 불볕을 겸비.
타인의 죄상은 스쳐들은 몇 마디 말로 확인.
벌은 순식간에 떠오르는 판결.
상식에 준한다는 도덕과 사회적 합의라고 불리는 것이 머릿속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
짧은 순간들이 모여 여론.
생각이 사라진 세상이라던데.
생각 자체를 안 하는 세상이라지만.
생각이란 걸 하기 위해 품 들이는 이도 없는 세상은,
던져진 돌덩이로 피비린내 나는 역겨운 세상.
종교의 말을 빌릴 필요 없다.
타인을 향한 성긴 관심 대신 화장실 가야만 볼 수 있는 자신을 바라보길.
그 얼굴을 마주하면 돌멩이 가득한 주머니가 부끄러울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