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백수가되기로결심했다.

시작

by 갑자기 흰수염



새벽 다섯 시 사십오 분.

알람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오 분 뒤로 맞춰두고 잠을 자다 삼분만에 일어난다.

나보다 한 시간 전에 일어난 엄마가 어젯밤 끓여둔 순두부찌개를 데우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시겠다고 엄마는 저리도 고생을 하는가.

깨어나지 못한 발걸음으로 거실로 향하며 "엄마 사랑해요"라는 말로 아침인사를 대신한다.

먹는데 5분도 걸리지 않는 아침밥을 뒤로하고 출근 준비를 마치고 책상에 앉는다. 엄마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 곤히 주무신다.

집 앞 정류장에 버스 도착까지 5분 남았다. 시집을 든다.

들어오지 않는 의미를 무작정 소리 내어 따라 읽는다. 5분이 지났다.

월요일은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야 평소처럼 도착하는 아침이다. 서울로 출근하는 수도권 직장인은 야속하게 지나가는 만원 광역버스 한 대에 몇십 분이 날아간다.

나지막이 소리 내어 시 한 편을 다시 읽는다. 또 다른 눈길로 다음 버스까지 10분 남았음을 알려주는 앱을 확인한다.

시의 문장들을 읽어나가다 선명한 의지가 떠오른다.

'백수가 되어야겠다'

좀처럼 웃을 수 없는 혼자만의 아침,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 같다.

인생의 기회를 얻은 것 같은 기대감도 생긴다. 다시 되뇐다.

'백수가 되자'

남은 일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다.

한결 가볍게 문을 나선다.

오랜만에 가슴 설레는 목표에 기분이 좋아졌으나 다가오는 버스를 보니 마음이 가라앉는 건 어쩔 수 없다.

월요일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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