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

by 갑자기 흰수염

허름한 순댓국집에 들어간다.

시간의 주름이 고스란히 새겨진 종이 위에 적힌 순대국 한 그릇을 시킨다.

사람들이 술값으로 다툼을 한다

"돈 만원씩 뿜빠이"

"언니는 왜 돈을 안 줘"

"모임인데 기분 상하게 왜 그래"


아직 팔팔한 순댓국이 내 앞에 자리한다.

뽀글뽀글 끓는 지점에 양념장을 넣고 휘이휘이 젓는다.

소주 한 잔을 정갈하게 채운다.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소주가 눈물과 섞인다.

'슬프지 않아'


기분에 취하기도 전에 사장님이 다가온다.

"우리 9시에 닫아요"

난 8시 20분에 들어왔는데, 아직 한 잔밖에 안 비웠지만,

충분하다.


이 하루에 내 것이 얼마나 있나.

좌변기에 앉아 있는 나는 내 시간인가.

멍하니 담배를 피우는 나는 내 시간인가.


숟가락을 들고 뜨거운 국물을 입으로 넣고

차가운 소주로 목구멍을 식히는 이 시간은

내 시간 같다.


괜찮다.

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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