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려는 노력
오늘 만난 분과는 1:1로 처음 뵙는 자리였다. 그래도 그동안 모임에서 뵌 적 있고, 서로가 무슨 일을 했고 뭘 준비하고 있는지까지는 알고 있어 어색하지 않았다.
우리는 한낮에 카페에서 만나, 세 개의 책방을 거쳐 저녁을 먹으러 갔고, 마지막에는 술을 한잔씩 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과거와 미래, 현재를 띄엄띄엄 건너갔다. 대학교때 했던 사업, 교환학생을 다녀오며 삶이 크게 확장된 경험과, 이직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지점과, 종종 겪는 조급함과 불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좋아하고 잘하는, 최적의 일을 찾는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맛있는 밥을 눈앞에 두고도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술을 마시며 떠오른 여행의 추억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좋아하는 드라마에서 싫어하는 장면과, 사장님의 철학과 공간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겹지인의 근황을 물으며 안부를 전해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사람이 맛있는 것만 먹고 마시기만 해도, 영화와 드라마를 보기만 해도, 책만 읽고 살기에도 인생은 짧다는 이야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한 사람과 4시간 넘게 있으면 에너지가 바닥나는 편인데, 왜 유독 이 자리에서는 즐겁기만 했을까. 과하지 않은 배려와 기분이 좋아지는 속도가 비슷해서이지 않을까. 공간을 옮기면서 '주나 님 덕분에 이런 곳도 와보고'라는 말을 계속해주셨다. 사실 따지고 보면, 꼭 내가 그 장소를 찾아서가 아니라 오늘 같이 이 동네에서 돌아다니면서 발견한 것뿐인데, 그런 말을 들으니 뿌듯했다. 그러면서 굉장한 다정을 건네주셨다. 춥지는 않냐 던 지, 장소가 취향에 맞을지 꼭 물어봐준다던지,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그러면~' 하면서 나를 계속 궁금해한 던 지 말이다. 평소의 나는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편인데, 이번엔 그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신경 쓰는 만큼, 상대방도 나를 신경 써주고 있기에, 에너지가 소진되지 않고 실시간으로 다시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저녁을 먹고도 뭔가 아쉬운 티를 냈더니 흔쾌히 2차까지 함께해 주셨다. 적당한 온도가 계속 유지되고 있었고, 그 시간을 더 늘리고 싶었다.
대화가 즐거워지는 이유는, 물론 대화의 주제도 재밌어야겠지만, 대화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려는 마음인 것. 상대방이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은 거기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