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시절, 저에게는 꽤 독특한 커리어를 가진 멘토가 있었습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1년 사이 무려 일곱 개의 회사를 그만두고, 그 뒤로도 몇 차례 더 이직을 했던 분이었죠. 그분이 가장 오래 머문 회사는 미쓰비시 계열의 안정적인 일본계 제약회사였습니다.
회사의 이름만 들어도 ‘정착’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법한 곳이었지만, 그는 그곳에서도 떠났습니다.
당시 저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사원이었고, 그 멘토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며 회사 생활의 고됨을 견디고 있었습니다.
이직을 반복하는 멘토의 모습은 당시 제게 조금 불안정하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한 회사에 오래 머무는 것이 ‘성공’이라고 믿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선택들의 조각이 하나둘 이어지기 시작하면서 그분의 여정이 ‘방황’이 아닌 ‘탐색’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부동산 업계에서 전혀 다른 업계인 IT 기업, 카카오에 입사하게 됩니다. 그것도 연봉 1억에 가까운 조건으로 말이죠. 그리고 면접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 면접, 저를 위해 준비하신 것 같네요?"
처음 들었을 때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말 안에는 그동안의 시행착오, 깊은 고민, 그리고 스스로를 향한 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노라 에프론의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인생의 어느 시점이 되면, 날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거라며 미룰 수는 없습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면, 지금 하는 것이 좋습니다.”
멘토가 그랬듯, 저 역시 수차례의 선택을 해왔습니다.컴퓨터공학에서 전기전자 전공으로, 엔지니어에서 세일즈맨으로. 그리고 지금은 사업부를 운영하면서 글을 쓰고, 언젠가 책을 내보겠다는 꿈을 다시 꺼내 들고 있습니다.
새벽마다 책을 읽고, 조용히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인생의 시계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걸, 이제는 마음뿐 아니라 몸으로도 느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주 ‘나중에’라는 말을 합니다. 하지만 나중은 생각보다 빨리 오고, 때론 아예 오지 않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들을 조용히 종이에 적어보세요.
그리고 오늘,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몇 시간인지 써보세요.
분명 알게 되실 겁니다. ‘시간이 정말 많지 않다’는 걸.
망설였던 그 일, 오늘 시작해보세요.
인생은 생각보다 길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