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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마음은 결국 길을 만든다.

by 친절한기훈씨

대학교 시절, 나에게는 잊히지 않는 선배 한 사람이 있었다.

그 형은 늘 도서관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조용히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누구든 다가가면 전공 문제를 친절히 설명해주곤 했다.


공대생이었던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머리를 싸매야 했다. 아무리 끙끙대도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있었다. 그럴 땐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 형 앞에 앉으면, 이상하게 모든 게 풀렸다.

그보다 더 신기했던 건, 형이 문제를 대하는 태도였다.

“야, 이 문제 진짜 재밌지 않냐?”

형은 늘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이런 문제가 생겨났는지 궁금하다고, 참 흥미롭다고 말하곤 했다.


문제를 고통이 아닌 놀이처럼 즐기던 사람.

그 후 그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 학위도 받았고, 결혼도 했다.

하지만 취업은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누구보다 똑똑하고 따뜻했던 사람이라 더 안타까웠다.


그리고 10년쯤 흐른 어느 날, 우연히 다시 그를 마주쳤다.

역시나 그때처럼 웃고 있었다. 문제를 이야기할 때 반짝이던 눈빛도 여전했다.

달라진 건 단 하나.

그는 이제 서울의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님이 되어 있었다.


오늘 아침, 책 한 구절이 문득 그 형을 떠오르게 했다.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 나폴레온 힐은 이렇게 말한다.

“생각과 감정이 결합되면 자석 같은 힘이 발휘되어 유사하거나 연관된 생각을 끌어당긴다. 어떤 감정을 끌어당기는 생각은 씨앗에 비유할 수 있다. 씨앗을 비옥한 토양에 심으면 싹이 트고, 줄기를 뻗고, 계속 번식한다.”


그 형도, 그리고 나 역시

생각이 방향이 되었고, 감정이 연료가 되었고, 결국 그게 삶의 궤적이 되었다.

그리고 그 감정 속엔 분명히 ‘감사’가 있었다.

감사하는 마음이 있을 때, 우리는 지금의 삶을 사랑할 수 있고

또 그 마음이 다음 삶의 문을 열어준다고 믿는다.


하루를 시작할 때,

밥을 먹을 때,

무언가 잘 풀릴 때,

그리고 심지어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순간에도 나는 감사하려 한다.

아마 그 형이 늘 웃으며 문제를 풀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도 오늘,

그렇게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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