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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꼴찌에서 전국 1등, 그리고 작가가 되기까지

by 친절한기훈씨

책에 모든 답이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세일즈에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비결을 하나하나 따라하면, 나도 억대 연봉을 받는 영업왕이 될 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뒀다.


영업이라는 낯선 세계로 뛰어들었다. 가족들은 걱정했고, 말렸다. 하지만 나는 확신했다. "반드시 성공할 거야."


그때 내 나이, 서른일곱. 30권의 책을 읽고 난 뒤였다. 6개월짜리 계약직 자리를 정규직이라고 아내에게 말하며 출근길에 올랐다. 잘못하면 6개월 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채 돌아올 수도 있었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첫 달, 꼴찌. 둘째 달, 또 꼴찌. 책에서 본 대로 했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다. 매출은 바닥을 쳤고, 본부장님의 눈을 피해 숨어 다녔다. 동기들 앞에 나서기도 민망해서 조용한 카페에 숨어 다시 책을 펼쳤다.


그리고, 그제야 깨달았다. 영업은 책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것을. 그 후로 나는 거리로 나갔다. 전단지를 돌리고, 건물을 오르내리고, 밤늦게까지 롤플레잉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 보면 민망했지만, 그런 시간들이 결국 나를 만들었다. 그 모습을 눈여겨본 ‘영업의 신’ 같은 선배가 있었다. 그분이 나를 불렀다. 고객을 대하는 태도, 진심이 통하는 말투, 사람을 향한 따뜻함을 하나씩 알려주셨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그 말이 처음으로 진짜로 다가왔다.


그리고, 3개월 만에 나는 전국 1등 영업사원이 되었다. 상위권 실적을 이어갔고, 정규직이 되었으며, 3년 동안 세 번의 팀장직을 맡으며 조금씩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을 계속 읽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글을 쓰고 싶다.” 그건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2025년 1월, 나는 육아휴직을 내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블로그는 2023년 7월부터 조용히 다시 쓰고 있었다. 하지만 그땐 혼잣말 같았다. 2025년 1월 육아휴직을 계기로, 비로소 글은 나의 언어가 되었다. 매일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한 편씩 글을 쓰며 조용히 나를 다시 만들어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생기고 좋은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고, 전자책을 출간하고, 딸과 함께 만든 그림 동화책도 세상에 나오려고 한다. 다음 주에는 작가 모임에 나가고, 4월 말엔 100명이 넘는 예비 작가님들 앞에서 발표도 하게 된다.


여전히 나는 부족하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간절한 마음은 결국 삶을 바꾼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도, 그 작은 시작에서 비롯된 결과다. 시간에 나를 태워 꾸준히 실행해 보자. 더 나은 삶, 더 멋진 인생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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