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나를 찾는 글쓰기.

40살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글은 나와 상관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학교 다닐 때조차 글을 써야 할 때면 머릿속이 하얘졌고, 취업 후에는 보고서나 이메일 같은 형식적인 글만 남겼을 뿐, 내 생각과 감정을 담아 글을 쓴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꾸만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마치 무언가가 나를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록이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 문득 떠오른 생각, 인상 깊었던 한 장면. 거창한 목표 없이 가볍게 시작했지만, 한 문장, 두 문장을 채우다 보니 신기하게도 마음속 깊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이 서서히 떠올랐다. 내가 좋아했던 것, 지나간 순간들,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기억들. 글을 쓰면서 나도 몰랐던 내 안의 세계를 하나씩 발견해 나갔다.

어떤 날은 하루의 끝에 짧은 감상을 남겼고, 또 어떤 날은 직장 생활에서 겪었던 소소한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가끔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적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글을 쓰는 일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내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마주하며,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이 된다는 것을.

그렇게 글을 쓰면서 점점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었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내 성향과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맞춰주려는 습관,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머릿속에서만 너무 많이 고민하는 경향, 나도 몰랐던 열망들. 글을 쓰다 보면 내 안에 잠자고 있던 것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는 일이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수줍음 많고 남들 앞에서 말하는 걸 어려워했던 내가 지금은 사람들 앞에서 회의를 주도하고, 교육을 하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건네고 있다.

그 변화를 가능하게 한 건 작은 생각의 씨앗들이었다. 언젠가 무심코 했던 생각, 마음속에 품었던 바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나를 조금씩 이끌어 온 것이다.

사람들은 종종 40대가 되면 안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이 시기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일지도 모른다. 30대까지는 목표를 좇아 달려왔다면, 40대부터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묻고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글쓰기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글을 쓰는 일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단 한 줄이라도 좋다. 오늘 떠오른 생각을 적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작은 시작이 모이면 언젠가 내 안의 파란 불꽃이 되어 새로운 길을 밝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