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기분 좋은 강제성

by 친절한기훈씨

언젠가부터 미루는 일이 하나둘씩 쌓이기 시작했다.


해야 할 일들은 머릿속에서 맴돌기만 했고, 실행은 계속 뒤로 밀렸다. 그러다 문득, 서랍을 정리하다가 낡은 메모장을 발견했다. 생각해보니 한동안 메모를 하지 않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미뤄둔 일들을 하나씩 적어봤다.


글감 정리, 독서 리뷰 3권, 블로그 포스팅… 적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다시 메모장을 펼쳤다. 어제 적었던 리스트를 보니, 몇 가지는 이미 해결된 상태였다. ‘아, 이렇게 하나씩 지워나가면 되는 거구나.’ 눈앞에 보이는 성취감이 생각보다 기분 좋았다.


전날 하지 못한 일에 체크 표시를 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 단순한 습관이지만, 확실히 추진력이 붙었다. 여전히 귀찮거나 하기 싫을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그래도 적어놨으니까 해보자’라는 마음이 들었다. 스스로를 다그치거나 채찍질하는 느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되는 기분 좋은 강제성이었다.


그리고 메모장 한쪽에 이루고 싶은 일들도 적어보기 시작했다. 그냥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들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았다.


그 일을 떠올렸을 때 가슴이 뛰고 설레면, 나는 그 일을 정말 원하고 있는 거다.

반대로, 생각만 해도 귀찮거나 의무감이 먼저 든다면, 어쩌면 나는 그 일을 원한다고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메모하는 습관 덕분에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뿐만 아니라, 내가 진짜 원하는 것까지도 선명해졌다. 작은 행동이지만, 이 반복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고 있었다.


오늘도 기분 좋은 강제성으로 하루를 시작해 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성의 진정한 척도는 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