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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픈 날의 작은 승리

by 친절한기훈씨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때 몸까지 아프면, 정말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충동이 밀려옵니다. 마치 무거운 짐을 지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던 중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처럼, 그 순간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곤 합니다.

최근 아침 달리기가 제게 새로운 활력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이른 새벽, 아직 세상이 잠들어 있을 때 신발끈을 묶고 나서는 그 순간의 상쾌함. 발걸음이 리듬을 타며 점점 가벼워지는 몸의 느낌. 운동 후 맞이하는 하루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더 집중력 있게 업무에 임할 수 있었고, 스트레스도 한결 덜 느껴졌죠.

하지만 오늘은 달랐습니다.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부터 몸이 무겁게 느껴졌고, 평소라면 자동으로 일어나는 이른 시간에도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살끼가 있는 상태에서 달리기는 고사하고 일어나는 것조차 버거웠습니다.

요즘 육아 휴직을 하면서 저에게 가장 무서운 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나태함'입니다. 집에 머물러서 게을러지기 시작하면 마치 도미노가 쓰러지듯 한도 끝도 없어집니다. 하루 쉬면 이틀, 이틀 쉬면 일주일, 그렇게 좋은 습관들이 하나씩 무너져 내리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달콤한 유혹입니다. 하지만 그 달콤함 뒤에는 무서운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한 번의 예외가 두 번의 예외를 낳고, 결국 예외가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신발을 신었습니다. 서 있기도 힘든 상태였기에, 1km를 달린 후 집에 들어갈까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때 문득 깨달았습니다. 우리 삶의 모든 순간들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을. 그리고 제가 포기하는 순간들을 많이 만들수록, 정말로 어려운 순간에 직면했을 때 포기하는 것이 더 쉬워진다는 것을요.

작은 포기들이 쌓여 큰 포기가 되고, 작은 승리들이 쌓여 큰 성취가 됩니다. 오늘 이 순간의 선택이 내일의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이죠. 그래서 다시 1km를 더 달렸습니다. 평소의 5km에는 못 미치는 거리였지만, 오늘의 2km는 그 어떤 5km보다도 값진 것이었습니다. 몸이 아픈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달린 그 거리는, 제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시 한 번 심어주었습니다.


지금 이 포스팅도 사실 간신히 쓰고 있습니다. 머리가 맑지 않고 집중하기 어려운 상태지만, 그래도 키보드 앞에 앉아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문장이 오늘 제게 가장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아무리 작은 행동이라도,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 됩니다. 오늘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내일은 '어제 쉬었으니까'라는 또 다른 핑계를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2km를 달렸기에, 내일은 조금 더 자신 있게 신발끈을 묶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이 글을 썼기에, 다음 포스팅은 더 나은 내용으로 채워질 것입니다.


때로는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때로는 목표에 못 미쳐도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포기하지 않는 것, 작은 걸음이라도 계속 내딛는 것입니다. 오늘의 작은 승리가 내일의 큰 성취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시작하면, 분명히 무언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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