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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라 Nov 28. 2020

변화에 "왜?"를 붙이면 사고력이 발전한다.

신석기 움집이 가져온 인류의 혁명

옛날 물건은 불편한 것인가?


박물관에 갔을 때 아이들이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가? 옛날 물건, 즉 오래된 것이며 현재의 생활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더구나 오래된 것이니 발달된 현재의 물건에 비해 배우거나 볼 것이 없다, 그리고 ‘오늘날’ 사용하기에 불편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니 관심이 생길 리가 없다.

하지만 과연 그러할까?


문화유산은 발전의 과정이며 그 시대 최고의 혁명이다.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기본 관점은 ‘사람은 발전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을 제외한 지구 상의 어떤 동물들도 환경에 적응은 하지만 극복은 하지 못한다. 원숭이가 도구를 사용하는 것 또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것일 뿐 극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호랑이나 원숭이의 생존 방식은 수천 년이 지나도 바뀜이 없지만 인간의 생존 방식은 계속 바뀌어져 왔다. 어떤 호랑이도 미래를 위해 돼지를 키우지 않고, 어떤 원숭이도 가을의 수확을 위해 봄에 씨를 뿌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씨를 뿌리고, 가축을 키우는 농경과 목축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였다. 밤을 전기로 밝히고, 도구를 이용하여 하늘을 날고 바다 밑을 탐사하여 시간과 공간을 확장하였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유산은 발전의 과정이며, 그 발전과정은 그 시대 최고의 혁명이었다.

문화유산은 그러한 인간의 발전 모습을 보여주는 최고의 도구이자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문화유산을 바라본다는 것은 인간이 치열하게 환경에 적응하고 마침내 극복해내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변화에 "왜?"를 붙여보자

역사나 문화유산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학생들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역사나 문화유산에 대한  여러 가지 지식을 외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며, 어른들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로 문화유산과 역사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 잘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정보만을 습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적 사실이나 문화유산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은 역사나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 하지만, 재밌게, 외우지 않고도 역사와 문화유산을 즐기는 방법은 없을까? 특히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사고력 즉 생각하는 힘을 키운다는데 사고력도 팍팍 키우는 방법을 없을까?

전혀 어려운 방법이 아니다. 변화에 ‘왜?’라는 물음표만 붙이면 된다.

신석기 움집에서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오늘 이 이야기는 신석기시대 움집을 통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서울 암사동이나 안산 신길동 등 신석기 선사유적지에서 ‘움집’을 만난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아주 옛날 사람들이 살았던 집이에요”

“흙바닥이고 살기에 아주 불편할 것 같아요”

“겨울에는 찬 바람이 들어와 추울 것 같아요”

“어둡고 이상한 냄새가 나요”

“좁고 갑갑해요”

아이들의 대답을 종합하자면 불편하다는 것이다. 이 불편함의 표현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아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현대의 집’과의 비교에서 오는 것이다.

현대의 집과 비교를 한다면 당연히 불편함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

신석기의 움집에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 것이 오늘날의 집이니까.

그래서 ‘움집’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그 이전 ‘막집’으로 가야 한다.

서울 암사동 움집
변화에서 찾는 생각들


구석기 막집에서 신석기와 청동기, 초기 철기 시대까지의 막집 와 움집을 비교하여 보자.

단순히 움(구멍)의 있고 없음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막집의 뼈대와 모형 사진을 보여주고 눈 앞의 움집과 비교하여 보라고 한다.

구석기 시대 막집 모형

그럼 그 이전에 말했던 모든 단점이 다 ‘장점’으로 바뀐다.

“세로로 기둥을 세우고 땅을 팠더니 막집보다 공간이 훨씬 넓어진 것 같아요”

“들은 적이 있는데 땅을 파서 지으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데요”

“막집보다 불을 피우기도 좋을 것 같아요”

“넓어서 여러 사람이 살 수 있고, 음식이나 물건을 잘 보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막집에서 움집으로의 변화와 발전 중 하나는 기둥과 도리를 통한 공간의 확장에 있다.

그럴 반응이 있을 때 한번 더 나아간다.

그렇다면 움집에서 살던 사람들이 더 나은 집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주로 공간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으니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오늘날의 집을 생각하여 대답한다.

“기둥 여러 개를 더 세워 오늘날처럼 세로로 된 벽을 만들어 공간을 넓혀요.”

“ 기둥 사이에 나뭇가지나 짐승을 가죽을 덮는 것이 아니라 흙을 덮어서 바람이 들어오지 않도록 벽을 만들어요”

그렇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 보조기둥을 설치함으로써 벽을 만들어 집 안의 공간을 더 넓게 사용하였던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라면 이런 활동지를 제시할 수도 있다.

이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 아이들은 움집에 대해 생각이 달라진다.

이럴 때 이런 전문지식을 살짝 날려 주는 것이다.

 “실제로 암사동에서 깊이 70㎝인 움집의 경우를 실험 조사한 결과 난방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바깥 온도가 영하로 내려갈 때 온도차가 5~6℃로, 실내가 따뜻했을 것으로 확인되었단다.”


자세히 보면 자꾸 보인다


여기서 하나 더!

끝이 아니다.

신석기 움집을 자세히 살펴보자.

움집 꼭대기 삿갓 모양을 자세히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빗살무늬토기의 구명처럼 언제나 있던 것을 처음 보는 것처럼 사람은 언제나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경향이 있다.

삿갓 모양의 쓰임새를 물으면 아이들은 감탄(?)을 하며 금방 대답을 찾는다.

그렇다. 굴뚝이다. 비가 와도 비가 들이치지 않으면서 움집 안에서 피운 연기가 바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만든 최신형 굴뚝이다.

신석기집터/우리역사넷


움집의 습도를 줄이는 혁명!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구멍을 파서 지은 집은 오늘날로 따지면 반지하집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책에 보면 움집은 습기에 약하다고 되어 있다. 어른들은 알 것이다. 반지하집이 현대에도 습도 조절이 되지 않아 벽지나 옷 등에 곰팡이가 피기도 한다는 것을. 움집의 최대 단점인 습도 조절은 어떻게 했을까?


첫 번째는 당연히 바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공기의 순환이 가능하면서도 바람이나 비를 막아줄 수 있는 삿갓이나 우산 모양으로 된 지붕이다.


두 번째는 오늘날과 같은 남향집이다.

오늘날 아파트를 지을 때 어떤 방향을 선호할까?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움집이나 지금의 아파트나 주택은 대부분 남쪽을 향하고 있다. 왜 그러냐고? 남쪽으로 집을 지으면 여름에는 햇빛이 적게 들어와서 집이 시원하고 겨울에는 햇빛이 집안 깊숙이 들어와 따뜻하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는 여름에는 남쪽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으며, 겨울에는 북쪽에서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서 남쪽으로 집을 지어야 바람을 등져서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움집 출입구의 방향을 통해 습기를 조절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놀랍게도 움집의 바닥에 있다.

신석기인들은 움집을 지을 때 바닥을 판 후 기둥을 세우기 전 구멍에다 나무를 잔뜩 집어넣고 불을 피웠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구멍(움) 안이 도자기가 구워지듯 단단히 구워져서 습기의 침범이 줄어든다. 구멍 안이 하나의 거대한 토기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신석기인들은 반지하지만 습기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고 쾌적하게 살았을 것이다.


이 정도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이 움집을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진다. 신석기인들이 환경에 적응하고 더 나은 삶을 가지려고 했던 지혜가 이 움집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어제를 보며 내일을 이야기한다.

물질적인 문화유산만 그러한가? 역사를 바라보아도 인간의 역사는 발전의 역사다.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을 보자. 군부독재 시절, 사람들은 억압과 폭력에 고통받고 있었다. 끝날 것 같이 않았던 어려운 시대. 하지만, 이 불합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들은 그 상황에 어떻게 행동해하는지 적응했다. 그 적응이라는 것은 순응과는 다른 개념이다. 그 후 극복을 위해 내부 역량을 쌓아갔다. 그리고 민주항쟁을 통해 마침내 변화를 이루어내었다. 그 과정은 이후 촛불 혁명으로도 나타나고 지금도 그 민주화 과정은 계속되고 있다.  


오늘날 인류는 ‘돌이킬 수 없다’라고 말할 정도의 환경을 파괴했다. 하지만, 난 인류의 발전을 믿는다. 오늘과 내일의 ‘발전’은 어제의 ‘발전’과 다를 것이다. 오늘과 내일의 ‘발전’은 환경을 지향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아이들과 ‘어제의 인간 발전’을 이야기하며 ‘오늘과 내일의 발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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