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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라 Jan 06. 2021

코로나 19 시대 졸업식을 앞두고

수원 화성의 채석장 팔달산과 상처의 기억

내 무릎 아래쪽에는 상처 자국이 있다.

이 상처가 생긴 것은 6월이니 벌써 6개월도 넘었다. 그렇게까지 깊은 상처는 아니었다.  벌써 사라졌어야 하는데, 딱지처럼 생긴 것이 여전히 있다.

집에서 반바지를 입고 있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보게 되는 상처 자국이다.


이 상처는 우리 반 아이들이 등교 개학을 하기 전,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할 때 생긴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남창초등학교는 수원화성 안에 있는  학교이다. 평소 아이들과 화성 특성화 교육으로 문화유산해설사교육을 하면서 답사를 많이 나간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만 하게 되니 이를 보완할 필요가 생겼다. 다행히 학교에서는 학교 주변의 다양한 문화유산과 자연자원에 대해 아이들과 야외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었다(그 때 당시는 수도권은 확진자가 별로 없는 상황이었고..)

점심 먹고 팔달문 옆에서 만나 서장대 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팔달산을 오르다 보면 홍난파 노래비가 있고, 그 홍난파 노래비 뒤쪽에는 수원화성을 건설할 당시 성벽을 쌓기 위해 돌을 뜬 흔적이 남아있다. 화성을 건설하면서 팔달산, 숙지산, 여기산에서 돌을 떠 와 다듬어서 사용한 것이다. 커다란 바위에서 돌을 캐내는 방법은  먼저 정을 이용하여 돌에 구멍을 뚫는다. 구멍을 뚫은 곳에 물푸레나무나 밤나무 등을 박고 물을 붓고 기다리면 나무가 물을 흡수하여 팽창하면서 돌이 갈라진다.  돌을 뜬 흔적을 보면 정으로 낸 구멍이 있고 아주 매끈하게 갈라진 표면이 보인다. 

이 면을 자세히 보기 위해 풀이 조금 우거진 길을 들어갔다. 설명하면서 들어가는데 무릎 아래쪽이 순간적으로 화끈 달아오른 것을 느꼈다.  뾰족하게 부러진 나무 밑동에 찔려 상처가 난 것이다. 긴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피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일단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아이들을 만났고, 이제 화성 돌기를 시작한 시점이라 내색을 하지 않고 그대로 설명하면서 화성 답사를 계속했다. 

이 상처의 흔적은 화면으로만 수업하다가 아이들을 직접 얼굴을 대하며 수업한 처음을 생각하게 해 준다. 이후  등교 수업 날이 아니어도 화성에도 가고, 학교와 와서 매실청도 담고, 체육수업도 하고, 새싹채소를 키워 다 같이 교실에 모여 비빔밥도 만들어 먹었다. 생각해보면 좋은 기억을 담고 있는 상처다.


이 아이들이 3일 후면 졸업을 한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수업을 하고 있는 지금, 졸업식에는 부모님은커녕 아이들도 학교에 오지 못한다.

졸업식은 6년을 마무리하는 자리로 매년 아이들과 유쾌한 공연을 준비해서 모두가 함께 즐거운 기억을 만들었었다.  3일 후인데 아이들에게 어떤 기억을 만들어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른 새벽,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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