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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리스티나 Jul 06. 2020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닌 내가 채우는 것!

어렸을 때 나는 참으로 '내성적인 아이' 었다. 


지금의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어쩌면 믿지 못할 수도 있겠으나 나는 먼저 나서서 친구를 사귀지 못했고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항상 어려워했다. 이러한 성향으로 인해 학교생활을 중단할 만큼 어려웠던 적은 없었으나 나를 매번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발표 시간이었다. 


다른 학우들이 모두 한 명에게 집중하게 하는 발표는 내게 두려움과 공포를 주었다.  

    

처음으로 맞닥뜨렸던 발표시간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는데 그마저도 나는 너무 두려웠다.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입을 떼기가 어려웠다. 그날은 겨우 발표를 마치긴 했으나 그때 느꼈던 두려움은 이후 발표 시간 때마다 나를 괴롭혔다.      




한 번은 “어머니의 마음”이란 곡으로 시험을 봤던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는 음악가가 되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했었고 자신도 있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이 다 보는 앞에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시험이었기 때문에 시험 보는 당일에는 등굣길부터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가사를 완벽하게 외우고 준비를 철저히 했음에도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너무 떨려서 손에 땀이 날 정도였다.    

   

앞 번호 친구들의 시험이 끝나고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거의 눈을 감고 노래 했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첫 시작은 나름 순조로웠다. 그리고 생각보다 잘 부르는 나 자신이 뿌듯하기도 해서 눈을 서서히 뜨고 부르기 시작했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그러자 일제히 나를 바라보는 반 친구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느껴졌고 그때부터 심장이 미친 듯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 후, 내 입에서 나온 가사는 나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아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뜬금없는 “스승의 은혜”였다. 그다음은 말해 무엇하랴. 우리 반은 일제히 웃음바다가 되었고 내 얼굴은 귀까지 빨개져 홍당무가 되었다.      


어린 나는 그날의 실수로 세상을 다 잃은 것 만 같았고 그때부터 나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나를 또 절망으로 빠뜨리게 한 것은 고3 때 겪었던 수시 면접이었다.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몇 군데 대학에 수시전형 응시를 했고 면접을 보는 날이었다. 이 날은 내 생에 처음으로 면접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된 날이기도 하다. 어떤 질문들이 내게 쏟아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수시전형을 권유한 담임선생님도 별다른 코치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나는 면접실 문을 열었고 들어서자마자 숨이 탁 막히는 것 같았다. 3명의 교수님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고 무표정한 얼굴로 질문지만 주었기 때문이다.      


그곳의 무거운 공기는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3가지 공통 문제가 주어졌고 생각할 수 있도록 몇 분의 시간도 주어졌다. 그 귀중한 시간에 내 머릿속은 긴장감으로 생각 회로가 멈춰있었다. 교수님들이 이어서 질문을 했지만 나는 단 하나도 대답하지 못했다. 


나의 첫 면접은 말 그대로 엉망이었다. “모릅니다.”로 일관하다 “대학은 가야 하지 않겠니~”라는 진심 어린 걱정만 듣고 면접실을 나왔다.    

  

쓰라린 실패였다. 자신감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나머지 수시에 응시했던 대학들은 면접에도 가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면접을 보는 대학은 지원도 하지 않았고 다행히도 그 교수님들의 걱정과는 다르게 나름 대학에 들어가 무사히 졸업했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내야 했던 인생은 수많은 실패들로 이어졌고 어릴 적 창피했던 작은 실패의 순간들은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인생은 항상 고난의 연속이었다. 작은 실패의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퍼즐이 완성되고 나면 그것은 내가 두려움을 극복해내는 힘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한 뼘씩 자라 지금은 실패해도 무너지지 않는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극도로 무서워했던 나는 이제는 사람들 앞에서 말해야만 하는 직업도 서슴없이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영어회화강사로 많은 성인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해외업무를 하며 외국 사람들 앞에서도 나름 멋있게 프레젠테이션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인생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채워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은 글쓰기에 도전하며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채우고 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웹소설에도 겁 없이 도전도 하면서 말이다. 


지금도 MBTI 검사를 하면 매번 INFJ로 내향성이 높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언제든지 실패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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